"국민 여러분 살인기업을 혼내주세요"

[함께 사는 길] 옥시와 애경이 저질러온 10대 중대 과오

수많은 소비자를 죽이고 다치게 한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알려진 지 11년째지만 아직도 피해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2021년 10주기를 맞아 시작된 '피해대책 조정위원회'가 지난 3월 9개 주요 가해기업과 7000명의 신고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일괄 타결하는 조정안을 내놓았습니다. 9개 가해기업 중 7개 기업은 동의했지만, 옥시와 애경 두 기업이 동의하지 않아 조정안은 무산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옥시와 애경이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관련해 그동안 어떤 잘못을 저질러왔는지 살펴봅니다.

옥시의 10대 중대 과오

옥시RB(레킷벤키저, 현재의 레킷Reckitt)가 저지른 10대 중대 과오입니다.

○ 옥시 과오 1. 1995~2000년 제품안전 확인 않고 75만 개 판매

1995년 당시 한국기업이던 옥시(동양화학 소속)는 BKC라는 살균성분으로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이라는 가습기살균제를 만들었습니다. 제품 안전을 확인하지 않은 채 2000년까지 75만 개를 판매했습니다.

○ 옥시 과오 2. 2001~2011년 영국레킷벤키저 제품안전 확인 않고 PHMG제품 415만 개 판매

2000년 영국기업 레킷벤키저는 한국경제의 IMF어려움을 이용해 옥시를 인수해 100% 자회사인 옥시RB를 만듭니다. RB는 글로벌기업이라며 세계적인 수준의 안전기준을 모든 제품에 적용한다고 했지만 정작 PHMG를 성분으로 한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 제품의 안전 확인을 전혀 하지 않습니다. 옥시RB는 2011년까지 11년간 가습기살균제 시장의 42%인 415만 개를 판매합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 옥시 과오 3. 2005년 "아이에게도 안심" 광고

2005년 옥시RB는 제품 앞면에 "아이에게도 안심"이라는 문구를 추가합니다. 과도한 표현이라는 회사 내부의 지적이 있었지만 무시되었습니다. 이 광고는 옥시 브랜드를 신뢰한 수많은 한국 부모들과 소비자들이 아이들을 위해 옥시 가습기살균제를 구입한 배경이고 이로 인해 수많은 영유아와 어린이 피해자가 발생합니다.

○ 옥시 과오 4. 단 건도 자체 피해조사 하지 않음

2022년 현재까지 11년 동안 옥시RB는 단 한 번도 자체적인 피해자 조사를 하지 않았고 신고조차 받지 않고 있습니다. 2022년 3월 말까지 정부에 신고된 피해자 7685명(사망 1751명) 중에서 4291명이 피해구제법 인정자입니다. 이중 86%인 3673명이 세 종류의 옥시제품을 사용했습니다.

○ 옥시 과오 5. 영국 본사 '코어팀' 국내외 제품안전시험 조작 및 중단

2011년 가습기살균제의 문제점이 알려지자 당시 사장이던 거라브제인은 영국 본사의 직원을 책임자로 하는 대책팀 일명 '코어팀'을 구성합니다. '코어팀'은 2011년 11월과 2012년 2월 서울대 동물심험에서 간질성 폐렴이 확인되고 임신 쥐의 태자 사망이 증가한 결과가 나왔지만 최종보고서에서 이를 빼버립니다. 이어 2012년 8월 KCL조사에서도 실험쥐가 사망하고 폐 섬유화가 확인되자 실험을 중단해버립니다. 2014년 1월 미국 윌연구소의 조사에서 폐 손상이 확인되고 체중감소 호흡곤란이 확인되자 실험을 중단시킵니다. 2014년 2월 인도 IIBAT연구소에서도 후두와 폐에 염증이 확인되었지만 조사를 중단합니다.

○ 옥시 과오 6. 책임 인정 않고 50억 원 기부금 우롱

2013년 11월 국회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불려나온 옥시RB의 외국인사장 쉐커라파카는 도의적인 차원에서 50억 원을 내놓겠다고 합니다. 이는 영국기업 옥시레킷벤키저가 소비자와 피해자 그리고 대한민국 국회를 우롱하는 것이었습니다. 피해자 단체는 즉각 이를 비판하며 거부했습니다.

○ 옥시 과오 7. 국회와 특조위 청문회 증인 불참

2016년 국회의 국정조사 청문회는 옥시RB와 영국 본사의 '코어팀' 담당자들을 증인으로 소환합니다. 그런데 영국 본사의 '코어팀'은 단 한 명도 증인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2019년 사회적참사특조위가 개최한 청문회에서도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 옥시 과오 8. 인터폴 적색수배자 거라브 제인

2005년 제품에 '아이에게도 안심'이라는 광고 문구를 추가한 마케팅책임자와 2011년 제품의 안전확인실험을 조작한 주범은 사장 거라브제인이었습니다. 이후 거라브제인은 싱가폴지사로 옮겼는데 2016년 검찰 수사의 소환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한국 검찰은 거라브제인을 국제기구인 인터폴에 적색수배했고 2022년 현재까지도 적색수배상태입니다. 2019년 말 사회적참사특조위가 RB의 인도지사 책임자인 거라브제인을 만나고 조사하기 위해 인도를 찾아갔지만 약속을 어기고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 옥시 과오 9. 외국인임원 처벌 없어

2018년 1월 옥시RB의 사장 신현우, 연구소장 김진구, 연구팀장 조한석, 연구원 최은규 등 옥시임직원 4명에게 대법원이 징역 4년부터 6년까지의 실형을 확정합니다. 거라브제인에 대한 수사미비로 리존청이 무죄로 석방되는 등 단 한 명의 외국인임원에 대해서는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 옥시 과오10. 조정안 책임 회피

지금까지 옥시가 직접 배상한 피해자는 405명에 불과합니다. 이후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이 제정됐고 이후 두 차례나 개정된 후에야 4000명 이상의 피해자가 인정되었습니다. 2022년 초에 나온 피해 조정안을 옥시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책임비율을 낮춰달라고 주장하며 조정안을 무위로 만들었습니다.

▲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피해자 단체가 진행하는 옥시 제품 불매운동. ⓒ환경보건시민센터

애경 10대 중대 과오

가습기살균제 관련 대표적인 국내기업 애경의 잘못 열 가지입니다. 지난 25년간 가습기살균제 관련 애경의 행태는 한마디로 가관입니다.

○ 애경 과오 1. 1997년부터 3년간 제품 안전 확인 안 된 '파란하늘 맑은가습기' 8만 개 판매

1997년부터 1999년까지 3년간 제품 안전을 확인하지도 않고 CMIT/MIT라는 농약 성분의 살균제로 '파란하늘 맑은가습기'라는 제품을 만들어 8만여 개나 판매했습니다.

○ 애경 과오 2. 2002년부터 10년간 제품 안전 확인 안 된 '가습기메이트' 164만 개 판매

2002년부터 2011년까지 10년간 역시 제품안전을 확인하지 않고 '가습기메이트'라는 가습기살균제를 164만 개나 판매했습니다. 2022년 3월 말까지 정부에 신고해 구제법으로 인정된 피해자는 4291명인데 이중 27% 1156명이 애경 제품 피해자들입니다. 신고가 되지 않은 피해자들은 부지기수인데 전체 95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이들 중 애경제품 피해자는 27% 26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 애경 과오 3. '천연솔잎향 삼림욕효과'라고 과장 광고

가습기메이트 제품에 '천연솔잎향 삼림욕효과'라는 거짓 광고를 한 것입니다. 이는 마치 옥시가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에 '아이에게도 안전'이라고 거짓 광고한 것과 마찬가지의 소비자 기만이었습니다.

○ 애경 과오 4. 소비자 제품신고 무시하고 안전하다고 강변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하던 소비자들이 기침을 하는 등 제품 안전에 대한 이상반응에 대해 애경에 신고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안전하다고 강변합니다. 이러한 사실은 2016년 국회의 국정조사과정에서 드러났습니다.

▲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피해자 단체가 진행하는 애경 데품 불매운동. ⓒ환경보건시민센터

○ 애경 과오 5. 2011년 8월부터 11년간 단 한 번도 자사제품사용 소비자 피해조사 안 해

애경은 2022년 현재까지 11년간 단 한 번도 자사제품사용 소비자 피해조사 하지 않고 있습니다.

○ 애경 과오 6. 2016년 검찰 수사와 국정조사 대비 관련자료 인멸 및 은닉

2016년 상반기 검찰 수사와 2016년 하반기 국회의 국정조사에 대해 애경은 자신들의 잘못을 은폐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모두 인멸하고 은닉합니다. 이러한 행위는 당시의 애경 사장 고광현이 지시하고 전무와 팀장 등이 이를 실행합니다. 2020년 4월 대법원은 고광현 사장에게 2년 6개월의 실형 나머지 임직원도 실형을 확정합니다.

○ 애경 과오 7. 환경부 서기관에 뇌물 주고 정보 빼내

2017년과 2019년에 애경은 환경부 공무원으로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담당하던 최모 서기관에게 뇌물을 주고 식사를 제공하며 관련 정보 빼냅니다. 2021년 2월 대법원은 뇌물수수와 수뢰후부정처사의 죄를 적용해 실형을 확정합니다.

○ 애경 과오 8. 공정위의 과장광고 과징금 부과를 불법이라 강변하며 소송

2018년 공정위가 애경 가습기메이트 제품의 '천연 솔잎향의 산림욕 효과'라는 내용을 과장광고라고 판단하고 과징금을 부과하자 이를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강변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합니다. 2022년 4월 10일 대법원은 2013년과 2017년에도 판매점에서 판매목적의 애경 가습기메이트가 전시되었다는 공정위의 증거를 받아들여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는 정당했다고 판결합니다.

○ 애경 과오 9. 특조위 수사무마 뇌물 청탁 및 피해자단체 동향 파악

2018년 사회적참사특조위의 조사가 시작되고 2019년 청문회가 추진되자 이를 무마하고 청문회에 애경 대표단에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도록 요구하며 전 국회의원 보좌관 양모에게 6000만 원의 뇌물을 청탁합니다.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밝혀진 이러한 사실에 대해 법원은 수뢰자를 실형으로 판결합니다. 애경의 뇌물행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사회적참사특조위의 상임위원을 매수해 여러 차례 식사를 제공하면서 협조를 요청합니다. 이러한 사실에 대해 피해자들과 시민단체가 해당 상임위원의 사퇴를 요구했고 결국 사임했습니다. 또 애경은 2019년 피해자들과 시민단체가 홍대 앞 애경 본사 앞에서 시위를 시작하자 피해자들이 소통하는 SNS공간에 마치 피해자가족인양 속이고 동향을 파악합니다. 이러한 사실에 대해 특조위가 애경을 고발합니다.

○ 애경 과오 10. 2022년 4월 피해지원 조정안 거부

2022년 4월초 애경이 옥시와 더불어 피해지원을 위한 조정안을 거부합니다. 그동안 애경은 가습기메이트 제품 피해자 단 11명에 대해서만 '지원금' 명목의 배보상을 했고 나머지 애경 제품사용자로서 피해구제법에 의해 인정된 1143명의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배보상을 하지 않았습니다.

▲ 영화 <공기살인>(조영선 감독, 2022) 스틸컷. ⓒ ㈜마스터원엔터테인먼트

국민 여러분 살인기업을 혼내주세요

'지구의날'인 4월22일부터 가습기살균제 문제를 다룬 영화 <공기살인>이 상영 중입니다. 시민들이 이 영화를 보고 가습기살균제 문제를 제대로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기 바랍니다. 더불어 고통 속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을 위한 옥시 데톨 불매운동과 애경 트리오/스파트/제주항공 불매운동에 적극 참여해 소비자와 국민을 무시하는 두 살인기업을 혼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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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길

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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