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기후소송, 무분별하게 파괴된 세상에 책임 묻는 일"

[인터뷰] 만 5세 이하 아이가 청구인으로 참여하는 '아기 기후소송' 참여자 강언주 씨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 정부를 대상으로 각국에서 시민이 주도하는 '기후 소송'이 열리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1000건 이상의 기후소송이 진행되고 있고 한국에서도 이미 2건의 헌법소원 청구가 진행됐다. 법률 혹은 시행령에 정해진 국내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국민의 건강권,환경권을 지키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내용이었다.

이번에는 아이들이다. 만 5세 이하의 '아기'들이 탄소중립기본법 제3조 1항이 위헌이라는 취지의 헌법소원 청구인으로 나선다. 해당 시행령은 국내 온실가스를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한다고 규정한다. 이 같은 목표치가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하기에 부족하다는 게 청구인들의 입장이다. 만 5세 이하 아기의 부모가 법정대리인으로 참여한 '아기 기후소송은' 5월 31일까지 청구인을 모집하고 헌법소원을 청구할 예정이다. (☞관련 기사:5세 아이들의 헌법소원 청구 "정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수준은 기본권 침해") 

헌법소원 위임을 맡은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대표 김영희 변호사는 "정부의 불충분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서 가장 큰 부담과 피해를 겪는 것은 현재의 아기들"이라며 "피해 당사자인 아기들에게 법적으로 직접 다툴 기회를 주고, 헌법재판소가 기후위기와 관련하여 아기들의 권리침해와 피해에 대하여 보다 구체적으로 심리하고 고민하게 해보는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만 5세 이하의 아기들이 헌법소원 참여에 대한 의사를 내는 것은 힘들다. 아기들의 의사에 의한 참여라기보다는 헌법소원의 법정대리인으로 참여하는 부모의 의사가 크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아기 기후소송'에 청구인 법정대리인으로 참여한 강언주(38)씨도 처음엔 그런 이유로 망설였다. 강 씨는 "아이에게 물어볼 수 있다면 정말 좋지만 너무 어려서 힘들었다"고 말했다. 강 씨의 자녀이자 이번 아기 기후소송 헌법소원의 청구인이 된 아이의 나이는 0세, 만 7개월이다.

그런데도 강 씨는 '아기 기후소송'이 지금 사회와 아이에게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소송에 참여하지 않았을 때 아이에게 나중에 듣게 될 말이 두려웠다. 강 씨의 아이를 포함해 현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과 감수성이라고 생각했다. 아기 기후소송 청구인의 법정대리인이 된 강 씨에게 아기 기후소송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지난 11일 물어 본 이유다.

▲아기 기후소송에 참여한 강언주(38)씨는 "기후위기는 저 같은 어른만 겪는 것도 아니고, 청소년만 겪는 것도 아니고 0세인 아이도 겪고 있는 현실"이라며 "소송에 참여함으로써 기후위기의 책임을 사회에 묻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강언주

강 씨는 부산 에너지정의행동에서 상근 활동가로 활동했다. 배우자와는 '탈핵' 관련 활동에서 만났다. 결혼 이후 부산에 살면서 겪은 몇 번의 대규모 태풍, 그로 인한 원자력발전소 운영 중단 사태 등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을 더 심화시켰다.

"자연 재해는 결국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위기가 가중되고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정부의 역할이 너무 불충분해 보였어요.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과감한 정책적 변화가 필요한데도 개발 사업에 치중하는 모습이 기후위기를 심화시키는 것 같았어요."

그러던 중에 김영희 변호사의 소개로 '아기 기후소송'을 알게 되었다. 김 변호사는 아이 의사가 제일 중요하고 부부의 상의를 통해 참여 여부를 알려달라고 했다. 아이가 막 생후 100일이 넘은 시점이었다.

"많이 주저했죠. 아이가 청구인이 되는 것이니까 아이 의사를 물어보는 게 맞으니까요. 그런데 현재 상황이 지속되면 나중에 아이가 커서 '엄마 그런 게 있었는데 왜 참여 안 했어' 그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았어요. 또 기후위기는 저 같은 어른만 겪는 것도 아니고, 청소년만 겪는 것도 아니고, 0세인 아이도 겪고 있는 현실인 거죠. 소송에 참여함으로써 기후위기의 책임을 사회에 묻는 것이 필요하고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했어요."

육아를 시작하면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더 깊이 체감했다. 아이의 식사와 기저귀 같은 육아용품, 교육 철학 등 모든 분야가 환경과 연관이 있었다. 강 씨는 안전한 먹거리, 과도한 일회용품 사용 등 육아에서 생기는 '환경적 딜레마'를 정부의 현 정책으로는 해결하지 못한다고 느꼈다. '아기 기후소송'이 근본적 원인을 더 고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부모들이 아이한테 좋은 거 먹이고 싶고 좋은 환경에 살게 하고 싶잖아요. 그런데 좋은 먹거리를 생각해보면, 결국 또 다시 기후변화라는 근본적 원인을 생각해봐야 해요. 지역 생협에서 이유식을 사는 것도 좋지만 먹거리가 왜 안전하지 않게 되었는지 고민을 해야 하는데, 그게 기후변화와 연결이 잘 안되는 것 같아요.

사회 문화와 구조도 기후위기와 연결돼요. 예를 들어 여성에게 육아가 집중되는 현실에서 여성들은 노동의 강도를 줄이기 위해서 일회용 기저귀 같은 물품을 사용하게 되거든요. 쓰레기를 계속 늘릴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런데 지금 정책에서는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어요. 학교 교육 과정에도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이나 기후감수성을 키우는 교육 과정이 필요한데 지금 정책에서는 그런 부분이 고려되지 않고 있는 것 같아요."

강 씨는 아이에게 훗날 아기 기후소송을 설명하면서 미안함을 가장 먼저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의사를 확인받지도 못한 채 아기를 청구인으로 참여하게 한 사과다. 그러나 강 씨는 "무분별하게 파괴된 세상에 책임을 묻기 위한 활동에 아이와 함께 참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나중에 아이한테는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엄마 아빠를 위해서이기도 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우리가 같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지금의 기후위기에 엄마, 아빠의 책임이 있었고, 누구보다 막중한 책임과 의무를 지닌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소송에 참여했다고 말하고 싶어요. 이번 헌법소원의 의미가 나중에 어떻게 기록될지는 모르겠지만 법적으로 미래세대의 권리를 이야기하고 그것만으로도 아이한테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거니까 아이를 도와서 같이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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