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러시아, 민간인 참수·집단학살…푸틴 등 책임자 처벌해야"

우크라 "키이우 인근서 민간인 시신 410구 수습"…유엔 등 관련 조사 예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 집단학살을 저질렀다면서 국제사회가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이날 미국 CBS 방송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전날 탈환한 수도 키이우(키예프) 인근 도시 부차에서 러시아군에 의해 학살된 것으로 보이는 민간인 시신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는 것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키이우 인근에서 민간인 시신 410구를 수습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는 특히 "사람들이 손을 뒤로 묶인 채 참수당했다"고 러시아군의 잔혹성에 대해 고발했다. 그는 민간인 집단학살 의혹에 대해 "이것이 21세기 유럽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며 "이는 나라 전체에 대한 고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의 행위가 "집단학살"이라면서 "우리는 우크라이나 시민이고 러시아연방의 정책에 지배를 받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가 말살을 당하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냐는 질문에 "모든 군 지휘관, 지시와 명령을 내린 사람들이 적절하게 처벌돼야 한다"고 답했다.

젤렌스키는 민간인 학살에 대한 처벌 문제와는 별개로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푸틴과 협상 이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다만 "폭격이 계속되는 한 회담을 할 수 없다"며 교전 중지를 협상의 조건으로 제시했다. 또 2월 24일 이전에 있었던 국경 밖으로 러시아군이 완전히 철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민간인 학살 의혹에 대해 유엔 등 국제사회가 관련 조사 등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살해된 민간인들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효과적인 책임 규명을 위해 독립적인 조사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EU)과 영국도 이날 러시아에 추가 제재를 예고했고, 전쟁범죄와 관련해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처벌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CNN과 인터뷰를 통해 러시아의 민간인 학살에 대해 "매우 분개할 일"이라며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예고했다.

▲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부차에서 발견된 러시아군에 의해 학살당한 민간인 시신.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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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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