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검수완박'에 '언론개혁'?…'0.73%' 덫에 걸린 민주당

[최창렬 칼럼] 허위의식에서 벗어나야 새로운 길 열린다

민주화 이후 김영삼에서 김대중(15대 대선), 노무현에서 이명박(17대 대선), 박근혜에서 문재인(19대 대선), 지난 20대 대선의 문재인에서 윤석열 등 4번의 정권교체가 있었다. 이 중 10년 주기설이 깨진 것은 문재인 정권이 처음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말까지 레임덕의 늪에 빠지지 않았다. 다른 모든 대통령은 임기 말 지지율 하락으로 '식물대통령'이란 오명을 들어야 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안정적임에도 불구하고 5년 만에 정권을 빼앗긴 최초의 정권이라는 아이러니, 국회 의석은 야당을 압도했고 지방권력 또한 민주당이 장악한 정국지형에서의 뼈아픈 패배에 대해 민주당은 철저히 반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대선 이후 민주당은 0.73%, 불과 24만 표 차로 패배한 석패의 아쉬움과 분노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불과 한 달도 안 되는 시기에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민주당으로서는 설욕을 벼를 만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한 부정 여론, 윤 당선인 지지율이 과반을 넘지 못하는 상황 등에서 여소야대 의석구도를 잘 활용하면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지방선거 전략으로 다수 의석을 활용하여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언론개혁 등을 밀어붙이려 한다면 국민의힘에 오히려 명분을 줄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정권의 검찰개혁이 신뢰를 주지 못했는데 다시 검수완박으로 승부를 보려 한다면 패배의 공식을 다시 확인하는 것 밖에는 안 된다. 국민의힘의 반대가 눈에 보이는데 거대야당이 단독처리로 법안 통과를 밀어붙인다면 여론의 거센 역풍에 직면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거대담론과 대형의제가 없었고 네거티브가 난무한 역대 최악의 대선이었다고 하지만 선거를 관통하는 프레임은 정권심판론이었다. 여러 분석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정권심판론을 넘지 못했다. 0.73% 표차의 간발의 패배였지만 대한민국의 집단지성의 선택이었다. 집권세력의 강한 진영 논리, 상대를 악마화하면서 스스로는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허위의식에 빠진 자가당착, 다수 중도층의 생각과는 괴리가 큰 조국 옹호 등에서부터 민주당의 도적적 권위는 붕괴되기 시작했다.

또한 김대중, 노무현 정신을 선거에 마케팅하면서 진보와는 거리가 먼 기득권 정치를 강화하는 퇴영이 문제였다. 당내에서 조금만 다른 목소리가 나와도 이를 용납하지 않는 정치적 이기주의와 부족주의(部族主義)는 건강한 진보세력의 이반을 초래했다.

민주당 주류는 그들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80년대 독재에 저항할 때의 운동의 정치의 추억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민주화 훈장은 그쯤이면 충분히 보상을 받았다고 보는 게 평균 시민들의 정서다. 정치적 이슈 때 보편 민심과는 거리가 먼 언어들을 쏟아내는 집단의식과 이를 주도하는 메신저들의 존재가 민심 이탈을 축적시켰다.

선거 이후에도 대장동 특검을 하자면서 자신들의 의혹은 외면하고 윤석열 당선인을 겨냥한 내용으로 특검 범위를 정하는 구태는 민주당이 선거 패배의 원인 분석에 실패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대장동 사건은 쉽게 묻히지 않을 것이다. 새 정권이 출범하면 검찰이나 특검 수사를 통해서 진실의 베일들이 벗겨질 것이고, 민주당은 법과 원칙에 따른 객관성과 투명성을 보여줄 때 다시 지지자들의 귀환을 기대할 수 있다. 대장동 사건의 프레임 전환은 대선 기간으로 족하다. 내로남불의 깊은 수렁에서 벗어나고 보편과 상식을 넘는 과도한 논리로 무장한 호위무사들이 후퇴할 때 민주당의 부활이 가능할 것이다.

민주당은 0.73%라는 숫자의 매직에서 벗어나야 한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란 말이 격려와 위로를 넘어서 민심이 민주당 정권을 심판했다는 선거의 집단적·정치적 의미조차 왜곡한다면 민심은 더욱 이반할 수 있다.

국민의힘이 승리를 잊은 정당이라는 비아냥을 딛고 재기할 수 있었던 것은 박근혜 탄핵과 5·18 민주화 운동 등에 대해 민심과는 다른 수구적 태도를 버리고 탄핵과 민주화 운동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이전의 퇴행적 행위의 대가가 19대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거에서의 연이은 '폭망'이었다. 국민의힘이 비록 24만표 차이에 불과했지만 승리한 것은 진영을 지배했던 왜곡된 역사의식에서 탈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선거 패배를 뼈아프게 인식하고 '졌잘싸'의 허위의식에서 벗어날 때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다.

▲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취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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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다양한 방송 활동과 신문 칼럼을 통해 한국 정치를 날카롭게 비판해왔습니다. 한국 정치의 이론과 현실을 두루 섭렵한 검증된 시사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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