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코로나 확진자 11만명 육박에도 영업시간 밤 10시로 완화

거리두기 조정 기본방향 정부 스스로 어겨…이재갑 교수 자문위원 사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사상 처음으로 10만 명을 넘어 11만 명에 바짝 다가섰다. 확진자 폭증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는 내일부터 식당과 카페 등의 영업시간을 밤 10시로 한 시간 연장하기로 했다.

정부가 기존 거리두기 조정 기본방향마저 스스로 포기하고 사실상 민생경제 문제 해결을 위해 감염 확산을 감수하고 가기로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예상된다. 정부 방침에 반발한 일부 정부 자문위원은 사퇴 방침을 밝혔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8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국내 발생 10만9715명, 해외 유입 116명으로 각각 집계돼 총 10만9831명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전날까지 이틀 연속 9만 명대를 유지하다 이날 10만 명을 사상 처음으로 넘어섰다. 이날 신규 확진자는 한주 전인 지난 11일(5만3926명) 대비 2.0배, 두주 전인 4일(2만7443명)에 비해서는 4.0배 증가한 수치다.

매주 확진자가 배로 늘어나는 더블링이 이어지면서 당장 이날 새 확진자는 11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불어났다.

경기에서 3만 명이 훌쩍 넘는 새 확진자가 나왔고, 서울의 새 확진자는 2만 명을 크게 웃돌았다.

해외 유입 확진자를 포함한 시도 지자체별 확진자 집계는 경기 3만6511명(해외 유입 4명), 서울 2만5651명(25명), 인천 7344명(2명)이었다.

이어 부산 6577명(3명), 경남 4622명(13명), 대구 4538명, 경북 3285명(4명), 대전 2980명, 충남 2944명(5명), 광주 2669명(4명), 충북 2554명(2명), 전북 2510명(7명), 울산 1947명, 강원 1932명(5명), 전남 1911명(3명), 제주 1114명, 세종 703명이 각각 보고됐다.

전날 급증해 400명대에 육박했던 위중증 환자 수는 이날 전날대비 4명 감소해 385명이 됐다. 위중증 환자 지표는 최근 들어 증가와 감소를 오가고 있다.

사망자는 전날보다 45명 늘어나 총 7283명이 됐다. 누적 치명률은 0.41%다.

확진자 폭증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는 내일부터 3·9 대선 이후인 다음달 13일까지 3주간 오후 9시까지로 제한했던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을 오후 10시로 한 시간 늘렸다. 다만 사적 모임 인원은 현행 6인을 유지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새 거리두기 조정안을 발표했다.

당초 예상과 달리 사적 모임 인원 제한은 풀지 않았다. 김 총리는 "현행 거리두기 틀을 유지하기로 결정"했으나 "깊어 가는 민생경제 어려움을 고려해 개편된 방역 및 의료체계가 감당 가능한 수준에서 최소한의 조정은 불가피"했다고 이 같은 결정 배경을 밝혔다.

영업시간 제한 완화는 정부가 사실상 감염 추가 확산 위험을 안고 가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지난달 14일 중대본은 "운영시간 제한이 사적모임 제한보다 (감염 확산 예방에) 효과적"이라며 "(거리두기) 완화 시에는 위험이 적은 사적모임부터 우선 조정"하는 것을 거리두기 조정의 기본 방향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바꿔 말하면, 정부의 이번 '모임인원 6인-밤 10시 제한'에서 밤 10시 영업시간 연장이 가져오는 감염 확산 효과가 모임인원 유지에 따르는 추가 감염 확산 방지 효과보다 크다. 정부가 추가 감염 확산 우려를 안고도 민생경제 반발을 고려해 기존 방침을 스스로 어겼다고 볼 수도 있다.

그만큼 일선 자영업자에게 희소식이지만 감염 규모 추가 확산 우려는 커졌다. 의료계의 우려는 그만큼 커졌다.

정부의 코로나19일상회복지원위원회 자문위원인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의 이번 결정에 반발해 자문위원직을 자진 사퇴했다. 이 교수는 전날 방송 인터뷰에서 "정부가 거리두기 완화 사인을 주고 있다"며 "(자문회의에서) 상당히 반발한 측면이 있다. (오미크론 감염이) 정점에 이르지도 않았는데 정부가 상황을 너무 쉽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6일에는 보건의료단체연합이 성명을 내 "정부가 위험소통을 제대로 하지 않아 이번 유행이 위협적이지 않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주고 있다"며 "지금은 방역 완화를 할 때가 아니고 감염확산을 막아 생명을 살려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고강도 방역 규제를 이어가되 정부가 소상공인 생계 문제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했으나, 재정을 투입하지 않고 어려움을 오직 소상공인에게 가중해 방역 규제 유지가 어려운 상황에 내몰렸다고 비판했다.

▲코로나19 사태 후 처음으로 하루 11만명에 육박하는 신규확진자가 발생한 18일 오전 서울 송파구 보건소에 마련된 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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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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