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주세요, 탈레반이 집 앞에"…'실종' 아프간 여성운동가 석방

지난달 19일 영상 남기고 '실종'…탈레반은 납치 사실 부인

탈레반이 집권 중인 아프가니스탄에서 실종됐던 여성운동가들이 풀려났다. 이 중 한 여성이 '실종' 직전에 촬영한 영상에 "탈레반이 왔다"는 다급한 구조 요청이 담겼지만 탈레반 정부는 납치나 구금 가능성을 부인한 바 있다.

유엔아프가니스탄지원단(UNAMA)은 13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오랜 기간 동안 소재와 안전 여부가 불분명했던 4명의 '실종된' 아프가니스탄 여성 운동가들과 함께 실종된 그들의 친지들이 당국에 의해 모두 풀려났다"고 밝혔다. 앞서 외신들과 휴먼라이츠워치, 프론트라인디펜더스 등 국제인권단체들은 반정부 시위에 앞장섰던 이 여성들이 탈레반 당국에 의해 납치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이와 관련해 '실종' 여성 중 하나인 타마나 자르야비 파르야니는 '실종' 직전인 지난달 19일 저녁 "도와주세요, 탈레반이 우리 집에 찾아왔어요, 내 자매들이 집에 있습니다"라며 구조를 요청하는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게재했다. 그는 이 영상에서 (자신을 잡으러 온 탈레반을 향해) "지금은 안 됩니다. 내일 다시 오세요. 내일 다 말하겠습니다"라고 비명을 질렀다고 영국 방송 BBC는 보도했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은 파르야니의 이웃 주민을 인용해 10명가량의 무장한 남성들이 이날 저녁 카불에 위치한 파르야니의 집을 급습했다고 전했다. 이웃 주민은 남성들이 탈레반 정보부 소속이라고 주장했다고 <디플로맷>은 밝혔다. 목격자는 이날 저녁 무장한 남성들이 파르야니의 집에 찾아 와 문을 열라고 요구했고, 거절당하자 문을 발로 걷어찼으며, 결국 집 안에 있던 파르야니와 그 자매들을 어딘가로 끌고 갔다고 이 매체에 증언했다.

파르야니는 '실종' 3일 전인 지난달 16일에 카불에서 열린 여성의 노동권과 교육권을 촉구하는 집회에 참가했다. 25명가량의 여성이 참여한 이 시위는 탈레반 전사들에 의해 해산됐고 이 과정에서 후추 스프레이 등이 발사됐다고 <AFP>는 보도했다.

외신과 국제인권단체들은 파르야니 외에도 파르와나 이브라힘켈, 자하라 모함마디, 무르살 아야르 등의 여성운동가들이 석연찮게 '실종'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정부에 의한 납치 의혹을 제기했지만, 탈레반은 의혹을 부인해왔다.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지난달 20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파르야니의 영상을) "망명을 위한 거짓 영상"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이후 자히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탈레반이 "체제 반대자들을 구금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탈레반 집권 뒤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 심각한 인권 침해 상황에 놓여 있다. 탈레반은 여성 "안전"을 위한 "일시적 조치"라며 여성이 일터와 학교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여성이 혼자서 장거리 여행을 하는 것을 금지하기도 했다. BBC는 "탈레반 집권 뒤 여성들은 그들 집에 갇힌 죄수 신세"라고 보도했다.

▲지난달 19일 아프가니스탄 여성운동가 타마나 자르야비 파르야니가 '실종' 직전 "탈레반이 왔다"며 온라인에 올린 구조 요청 영상의 일부. ⓒBBC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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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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