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 문제는 피할 수 없는 '청년 공약'이다

[기고] 월 400만 원의 간병비 강요, OECD 국가 중 한국이 유일

작년 말 그간 돌봐왔던 아버지를 죽게 한 간병 살인이 벌어진 이후 대선 후보들은 국가책임 돌봄이니 간병비의 건강보험화니 하고 관련 공약을 내놓았지만, 실제 공약의 내용은 상당히 허술하다. 이는 전문가들도 정부도 모두 문제로 인식하지만, 그 사회적 해결방안에는 다 입을 다물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그 이유는 사안의 비용 규모가 크고 인력과 조건이 다른 의료기관의 문제 등 해결방법이 좀 복잡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간병 문제는 이제 우리 사회가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문제가 되어버렸다. 노노간병이나 청년간병 그리고 간병 파산은 말할 것도 없고, 급기야는 간병 살인까지 벌어지니 말이다. 이런 나라가 세계경제대국 7위라니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이렇게 환자가 사적으로 간병인을 고용해서 자기를 돌보게 하는 나라는 OECD 국가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제도가 없는 현실은 한 달에 400만 원의 간병 비용을 환자와 가족에게 강요한다.

우리 사회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 간병 문제 해결은 급성기 병원인 일반 병원과 만성기 병원인 요양병원의 해법이 다르게 만들어져야 한다.

첫째, 현재 시행 중인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중증환자가 많은 300병상 이상의 급성기 병원에 대해 전면시행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현재의 병동별 부분계약 방식이 아닌 기관별 계약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서비스 병동 운영의 편법적인 인력 배치나 중증환자보다 경증환자를 골라서 받는 기형적 운영을 막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둘째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환자에게도 노인요양보험의 등급판정을 적용하고, 등급에 해당하는 환자에 대해서는 간병비를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지급해야 한다. 이는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요양병원 난립과 비정상적 운영행태를 최소로 막아내는 장치다. 2007년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정 당시부터 요양병원 간병비 지급에 관한 법에 근거가 있으니, 15년 넘게 시행하지 않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22조의 간병비 지급 규정을 작동시켜야 한다. 그 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노인장기요양보험도 노인을 떼고 전국민 장기요양보험으로 확대 운영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셋째 위의 사항을 전제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요양병원 버전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인력 배치와 운영 그리고 수가체계의 요양병원 버전이다.

넷째, 의료 영역으로 진입할 수 없는 요양보호사들을 추후 간병 인력으로 편입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요양보호사의 교육과정은 간병 부문을 모두 포괄하고 있어, 간병서비스의 질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의료기관이 직접 고용하여 간병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그리고 오래 일을 할 수 있게 제발 간호인력과 요양보호사의 처우를 개선해라! 누가 그 일을 그 돈 받고 일하겠는가? 이런 면에서 간호 업무 계통을 세우고 간호의 지평을 넓히는 간호법 제정은 시대가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도 그렇지만 이 간병 문제는 결국 부모 세대를 돌봐야 할 청년 세대가 떠안을 수밖에 없는 문제이기에 간병 공약은 오히려 시급한 청년 공약인 것이다. 청년이 간병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미래를 저당 잡혀야 하는 이 말도 안되는 상황에 정치권은 응답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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