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당국 '햄스터 2000마리 도살' 결정하자 반대 청원 봇물

펫숍 직원 감염원으로 지목돼…"동물 대량 유기" 우려

홍콩 당국이 코로나19 감염원으로 햄스터를 지목하고 소형 동물 2000마리를 도살하기로 한 데 대한 반대가 잇따르고 있다.

19일 오전 인터넷 청원 사이트 체인지(change.org)를 보면 '(홍콩) 정부가 부당하게 소형동물을 안락사 시키는 것을 막아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에 하루 동안 20000명 가량 서명했다. 청원인은 청원글에서 "동물들을 무자비하게 죽이는 것 대신 사람처럼 격리시킬 수도 있는데 당국은 '공중 보건상 필요'와 2000개의 생명을 맞바꾸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청원은 18일 홍콩 당국이 동물판매점에서 일하던 점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을 계기로 햄스터 등 소형 동물 2000마리를 도살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홍콩 언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코즈웨이 베이에 위치한 동물판매점 '리틀 보스'의 점원 한 명이 지난 16일 델타 변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8일에 이 가게에 방문한 손님 한 명이 18일 확진됐으며 이 손님의 배우자도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19일 보도했다. 

홍콩 보건 당국은 이 가게에서 판매 중인 수 백 마리의 동물들에게 코로나 검사를 실시한 뒤 11마리의 햄스터에서 양성 반응이 나오자 살처분을 결정했다. 판매 중인 동물 뿐 아니라 지난달 22일 이후 이 가게에서 햄스터를 구매한 이들은 안락사를 위해 키우던 햄스터를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이 매체는 또 햄스터를 판매 중인 34개의 점포가 일시적으로 문을 닫았으며 150명의 방문객이 고양이나 개를 판매하는 몇몇 다른 상점들도 안전이 동물의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영업을 중단한다고 내걸었다고 보도했다. 당국은 "집에서 동물을 키우는 이들은 동물과의 입맞춤을 피하고 사료를 급여하거나 동물을 만진 뒤에는 손을 씻는 등 위생 수칙을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영국 방송 <BBC>는  "홍콩 당국은 이것이 동물-인간 코로나 감염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지만 "개, 고양이, 페럿 등 동물이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지만, 동물에게서 사람으로 쉽게 감염된다는 분명한 증거는 없다"고 보도했다.  

당국의 살처분 결정에 시민 뿐 아니라 전문가의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9일 니콜라우스 오스테리더 홍콩 시립대 수의학· 생명과학 교수를 인용해 살처분이 "매우 가혹한 조치"라며 "막대한 양의 동물 유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의 감염원으로 동물이 지목돼 대량으로 도살된 것은 이것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7월 스페인 당국은 10만마리의 밍크를 도살하겠다고 밝혔고 같은 해 11월 덴마크에서는 1700만마리의 밍크를 살처분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18일 홍콩에서 한 동물판매점이 문을 닫은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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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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