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피해자 "'미투' 음모론과 비아냥…김건희 씨 사과 요구한다"

피해자 김지은 씨 입장문 내고 "당신들이 생각없이 내뱉은 말들이 2차 가해" 비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의 "안희정이 불쌍하다", "'미투' 터지는 게 다 돈 안 챙겨주니까 터지는 것" 등의 발언에 피해자 김지은 씨가 사과를 요구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권력형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김지은 씨는 17일 한국성폭력상담소를 통해 "법원 판결로 유죄가 확정된 사건에조차 음모론과 비아냥으로 대하는 김건희 씨의 태도를 보았다"면서 김건희 씨 측에 사과를 촉구했다.

앞서 전날(16일) 김건희 씨와 <서울의 소리> 기자의 통화 녹취 일부가 MBC <스트레이트>를 통해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특히 김건희 씨의 "난 안희정이 불쌍하더만 솔직히. 난 안희정 편이었거든. 아니 둘이 좋아서 한 걸 갖다가 완전히 무슨 강간한 것도 아니고", "미투' 터지는 게 다 돈 안 챙겨 주니까 터지는 것", "돈은 없는데 바람은 펴야 되겠지. 이해는 다 가지 않느냐. 나는 진짜 다 이해한다. 그러니까 그렇게 되는 것" 등의 발언과 관련해 "미투운동과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비판과 함께 대선후보의 배우자로서 그릇된 인권감수성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2019년 9월 9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수행비서 성폭력' 대법원 판결 후 변호인단과 여성단체가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프레시안(최형락)

김지은 씨는 "법원 판결로 유죄가 확정된 사건에조차 음모론과 비아냥으로 대하는 김건희 씨의 태도를 보았다. 피해자들의 울부짖음이 담긴 미투를 그렇게 쉽게 폄훼하는 말들도 들었다"면서 진심어린 사과를 촉구했다.

이어 "당신들이 생각없이 내뱉은 말들이 결국 2차 가해의 씨앗이 되었고, 지금도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며 "2차 가해자들은 청와대, 여당 후보의 캠프 뿐만 아니라 야당 캠프에도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명확히 알게 되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당신들이 세상을 바꿔줄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변화의 노력에 장애물이 되지는 말아달라"며 "한낱 유한한 권력을 가지고, 국민을 나누고, 조종하고, 조롱하는 당신들에게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지난 2019년 9월 대법원으로부터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강제추행 등으로 유죄가 확정되면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하 김지은 씨 입장문 전문

<김건희씨 미투 관련 발언에 대한 안희정 성폭력 피해자의 사과 요구>

김건희씨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합니다. 법원 판결로 유죄가 확정된 사건에조차 음모론과 비아냥으로 대하는 김건희씨의 태도를 보았습니다. 피해자들의 울부짖음이 담긴 미투를 그렇게 쉽게 폄훼하는 말들도 들었습니다.

사과하십시오. 당신들이 생각없이 내뱉은 말들이 결국 2차 가해의 씨앗이 되었고, 지금도 악플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2차 가해자들은 청와대, 여당 후보의 캠프 뿐만 아니라 야당 캠프에도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명확히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들이 세상을 바꿔줄 것이라 기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변화의 노력에 장애물이 되지는 말아주십시오.

한낱 유한한 권력을 가지고, 국민을 나누고, 조종하고, 조롱하는 당신들에게 맞서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조성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