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업체 신규계약하며 노조 전 간부만 업무 배제..."명백한 노조 탄압"

광운대 청소노동자들 "노조 전 간부에 대한 대기발령 철회" 촉구

광운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이 최근 노조 전 간부가 특별한 사유 없이 대기발령 받은 것을 두고 "노조탄압"이라며 학교 측에 업무 복귀를 촉구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광운대분회(민주노조)는 11일 오전 서울 노원구 광운대 동해문화예술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최수연 전 광운대분회장에 대한 부당인사 철회를 촉구했다. 최 전 분회장은 올해 1월1일부터 업무를 배정 받지 못한 채 노조 사무실에서 대기 중이다. 이들은 최 전 분회장에 대한 인사조치는 "명백한 노조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광운대는 전체 캠퍼스 청소 업무를 하나의 용역회사에 맡기던 기존 방식과는 달리 올해부터 교내 한 건물(참빛관)만 다른 용역회사와 계약을 맺었다. 공교롭게도 이 건물의 청소를 맡았던 노동자 7명은 전부 민주노조 소속이었다. 

노조는 "참빛관 청소를 다른 업체에 맡기면서 기존 노동자들은 교내 다른 건물로 배치하겠다고 학교 측에서 약속한 상태였는데 유독 최 전 분회장만 대기발령을 냈다"며 "지난해 정년퇴직 인원이 7명이라 기존 참빛관 근무 인원 7명의 전환 배치에 문제가 없고, 신규채용까지 진행한 시점에서 이는 최 전 분회장의 노조 활동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11일 오전 서울 노원구 광운대학교에서 청소노동자들이 노조 전 간부에 대한 대기발령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프레시안(김효진)

최 전 분회장은 2011년부터 광운대 청소노동자로 일해 왔고 2013년 이사장 아들집을 청소시키는 등 원·하청의 '갑질'로 인해 광운대에 처음으로 청소노동자 노조가 꾸려졌을 때부터 간부로 활동했다. 2018년 용역회사 변경 때 퇴직금 미지급 등으로 학교와 용역업체 측에 항의하다가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고소 당하기도 했다. 다만 노조 쪽에 따르면 최근 노조와 학교 간 커다란 갈등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최 전 분회장은 "새벽부터 나와서 퇴근 때까지 10년 넘게 이 학교에서 일했고, 민주노조 활동을 하면서 광운대를 일하기 좋은 일터로 만들었는데 돌아온 건 부당한 대기발령"이었다며 "민주노조 분회장이라서 이런 조치를 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대기발령 조치 이후의 인사에 대해서 명확히 전해 들은 바가 없지만 노조 쪽은 학교가 새로운 업체와의 계약을 계기로 최 전 분회장을 다른 사업장으로 이동시키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노조 쪽은 용역계약 체결 및 기간 중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을 승계, 유지하도록 한 정부의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을 들어 "이는 동일 사업장에서 계속 근무해 온 근로자의 고용이 유지되도록 하려는 취지"라며 최 전 분회장이 광운대에서 계속 근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원청인 광운대에서 이 문제에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광운대는 참빛관을 제외하고 77명분의 청소용역계약을 용역업체 세원종합관리와 맺고 있으며, 이 중 16명이 민주노조 소속이다. 민주노조는 2013년 노조 첫 출범 당시에는 다수 노조였으나 이후 한국노총 계열의 다른 노조가 결성되면서 현재는 소수 노조로 사측과 직접 교섭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노조 쪽은 "참빛관의 경우 원래 청소노동자 7명이 투입되던 것을 새 업체와 계약하며 4명을 투입하는 것으로 인원을 줄이기도 했다. 인건비를 줄이고 노동자들의 업무강도를 높이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은 김종헌 광운대 신임 총장의 취임식 날로 노조는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동해문화예술관을 방문한 김 총장에게 청소노동자 부당 인사발령 철회를 촉구하는 항의서한을 제출하려 했으나 학교 측 등의 저지로 인해 직접 전달에는 실패했다. 노조 쪽은 이후 총무처 쪽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노조는 10일 학교에 관련한 공문을 보내기도 했지만 아직 답은 받지 못한 상태다.

이날 집회에는 광운대분회뿐 아니라 고려대·카이스트·동덕여대·성신여대분회 등 55명 가량의 청소노동자들과 연대단체가 참석했다.

▲11일 오전 서울 노원구 광운대학교에서 청소노동자들이 노조 전 간부에 대한 대기발령 철회를 요구하는 항의서한을 취임식에 참석하러 가는 김종헌 신임 총장에게 전달하려 시도하고 있다. ⓒ프레시안(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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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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