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도 '민주'를 추구한다

[우수근의 아시아 워치] 신(新) 열하일기 (12) - 중국 공산당 역사박물관을 다녀오며 ②

중국에서도 휴대전화는 오래 전부터 생활 필수품 1호가 되다시피 했다. 그리고 공산당 정부가 중국 국내 사안 등에 대해서 어느 정도 보도를 통제하고 있는 것은 맞다. 이는 중국인들도 다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국인들이 세상사에 대해서 잘 모를까? 자신들의 친지나 친구, 지인이나 이웃 중에 외국에 나가 사는 사람들은 전혀 없을까? 중국어로 된 포털 등을 막는다고 해서 과연 중국인들이 글로벌 사회의 돌아가는 모습 등에 대해서도 왜곡하여 인식하고 있을까? 중국어를 막았다면 영어나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혹은 우리 한국어로 된 포털 등을 통해서는 모를까? 

중국 공산당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사안이라 영어, 프랑스어 포털 등도 막는다고 하자. 그렇다고 해서 한국어 포털사이트까지 몽땅 다 틀어 막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중국 생활하며 늘 한국의 포털 등을 통해 국제 뉴스뿐 아니라 중국 내부의 주요 사안 등까지도 파악해 왔고 또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상념에 잠겨 기념관을 둘러보는 나에게 한 외국인 동료가 다가왔다. 한국의 서울에 있는 박정희 기념관과 비슷하지 않냐는 것이다. "응, 그런 것 같네"라고 대답했지만, 사실 난 모른다. 가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나의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천연덕스럽게 한 마디 더 덧붙인다. "박정희 기념관과 비슷하지만, 다른 게 한 가지 있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좌파, 우파의 이념 대립으로 일부의 한국인들만 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이곳은 이념에 관계없이 이렇게 모든 중국인이 오는 것 같다."

사실 중국을 떠올릴 때면, "이 큰 중국이 일치단결되다시피 앞을 향해 나아가는 구나"라는 느낌이 강하다. 그 속에서 중국인들은 계속해서 나아져 가는 생활을 체감하며 삶을 즐기고 있다. 그에 비해 한국은 이념에 따라 사생결단하듯 싸우는 데 여념이 없어 보인다.

가뜩이나 편치 않게 들어온 박물관에서 그나마 작은 위안이 되는 것이 눈에 들어 왔다. 벽면에 하얀 글씨로 "한중 양국의 연합으로 일본 도적을 물리치자!는 글귀가 적힌 옛 사진이었는데, 설명에는 "중국 공산당은 조선과 월남의 민족 독립운동을 지지하여 공동으로 항일 투쟁을 진행했다"고 표시돼 있었다.

그 날 밤, 나는 베이징에서 생활하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과 중국인들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리적으로 가까이에 위치한 양국이 '지리적으로 가까운 만큼 심리적으로도 더 가깝게' 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직접 더 많이 만나 직접 서로를 느끼고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동북아 국제 관계에 대해 우수근(왼쪽) 교수와 중국 당국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우수근

중국은 과거에 이념 대립으로 인해 우리와 싸우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중국 공산당이 지향하는 그들의 "중국 특색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이라는 것은, "부강, 민주, 문명, 화합, 자유, 평등, 공정, 법치" 등으로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그 추진 방법이나 내용 면에서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기본적인 가치관은 서구에서 말하는 그것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또 한중 양국은 전통 문화와 가치관 등의 근간이 유교적이라는 점에서 유사한 부분도 있다. 중국을, 이념을 두고 싸웠던 과거의 시각으로만 바라보는 것을 경계해야 할 이유다.

▲ 베이징 대학의 외국인 호텔 방에서 본 베이징의 새벽녘 .ⓒ우수근

* 우수근 교수는 <한중글로벌협회> 회장 및 중국 관련 인터넷 전문 매체인 <아시아팩트뉴스>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위 글은 <아시아팩트뉴스>에 연재됐던 '우수근의 신열하일기'를 새롭게 가감수정하여 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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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

우수근 교수는 일본 게이오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미네소타대 로스쿨을 졸업했습니다. 상하이 화동사범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거친 뒤 상하이 동화대학교 교수를 역임했습니다. 저서로는 <미국인의 발견>, <캄보디아에서 한‧일을 보다> <한국인 우군의 한‧일의 장벽이란 무엇인가>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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