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2명 살해한 백인 소년 '무죄'...인신매매범 살해한 흑인 소녀는?

[워싱턴 주간 브리핑] 성적 학대와 성매매 강요한 남성 살해한 카이저 사건의 결말은?

미국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시위대 2명을 살해하고 1명에게 부상을 입힌 백인 소년 카일 리튼하우스가 '정당방위(self-defense)'라는 이유로 무죄 평결을 받게 되자, 한 백인 남성에게 유인당한 뒤 성적 학대와 성매매 강요에 시달리다 그 남성을 살해한 흑인 소녀 크리스털 카이저가 어떤 판결을 받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리튼하우스는 17세이던 지난해 8월 25일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발생한 인종차별 항의시위에서 시위대에 반대하는 민병대로 활동하면서 AR-15 반자동소총으로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을 쏴서 2명을 죽이며 1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그는 1급 고의 살인 등 5건의 중범죄 혐의로 체포돼 재판을 받았으나 지난 11월 19일 5건의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 평결을 받고 풀려났다.

크리스털 카이저는 3년전 17세 때 자신을 학대하고 성매매를 강요했던 인신매매범 랜달 볼라 3세를 총을 쏴서 살해한 혐의로 위스콘신주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카이저는 1급 고의 살인 등 5건의 중범죄로 종신형을 선고 받고 2020년 6월까지 수감돼 있다가 시민단체 등이 모금 운동을 벌여 40만 달러의 보석금을 마련해 풀려난 상태이다.

카이저의 변호인들은 그가 볼라를 살해한 행위는 그가 오랫동안 강요된 성매매의 피해자가 된 것에 따른 직접적인 결과로 봐야 하기 때문에 "위법성 조각 사유(affirmative defense, 확장된 의미의 방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위스콘신주 항소법원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였으며, 현재 주 대법원이 이를 검토 중이라고 NBC가 지난 11월 27일 보도했다.

연방법에 따르면, 성매매를 하는 미성년자는 상황에 관계없이 모두 인신매매 피해자다. 대부분의 주에서 인신매매 피해자들이 "위법성 조각 사유"를 주장하는 것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인신매매를 당했기 때문에 범죄를 저절렀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면 특정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다. 위스콘신주도 마찬가지다. 다만 위스콘신주에서 이 개념이 살인 사건에서 받아들여진 적은 아직 한번도 없다.

카이저는 16세 때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볼라(당시 33세)를 처음 만났으며, 이후 그에게 성매매를 강요당했다. 또 볼라는 카이저를 여러 차례 성적으로 학대했고, 이 장면을 촬영하기도 했다. 2018년 6월, 볼라는 카이저에게 성관계를 요구했는데 카이저가 거부하자 강제로 바닥에 눕혔다. 몸싸움 끝에 카이저는 볼라를 총으로 쏜 뒤 차를 훔쳐서 달아났다. 이 사건이 발생했을 때 카이저는 17세였다.

검찰은 카이저가 볼라의 차를 훔치려고 고의로 그를 살해했다고 주장했지만, 카이저는 자신이 고의로 살해한 것이 아니라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 보도(2019년 12월 17일)에 따르면, 볼라는 사건이 발생하기 4개월 전인 2018년 2월 아동 성폭행 등의 혐의로 체포됐지만 보석도 없이 풀려났다. 경찰은 당시 수사 과정에서 볼라가 15세 소녀에게 약을 먹이고 죽이겠다고 위협했다는 사실, 그가 12세로 추정되는 소녀들을 학대하는 영상 등을 발견했다.

카이저와 변호인들은 카이저가 이런 일상적인 성적 학대와 죽음에 대한 공포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성매매를 강요당했으며, 때문에 볼라를 살해한 것은 '정당방위'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카이저를 옹호하는 이들은 리튼하우스는 자기 방어가 필요한 위협적인 상황을 자발적으로 선택했지만(자신이 원해서 반자동소총을 들고 시위 현장에 갔다), 카이저가 일상적인 성적 학대와 성매매를 강요당한 상황은 전혀 자발적인 선택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리튼하우스 사건과 마찬가지로 카이저 사건에서도 정당방위 주장이 받아들여질 지는 미지수다. 일반적으로 정당방위 사건에서 흑인은 백인에 비해 무죄 선고를 받는 경우가 많지 않다. 리튼하우스는 배심원단의 압도적 다수가 백인이었고, 재판장은 법정에서 리튼하우스가 죽인 이들을 "피해자"라고 부르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정도로 그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자신을 인신매매한 남성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카이저. ⓒ<워싱턴포스트>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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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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