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휘둘리는 대선, '쌍특검'이 답이다

[최창렬 칼럼] 과거를 정면돌파해야 미래가 열린다

20대 대선의 대진표가 짜였지만 최종 투표일에 어느 후보가 남을지 막판까지 안갯속 대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단일화 국면은 이번 대선에서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그러나 후보 한 명이 사퇴하는 기계적 단일화보다 연정의 형태를 띤 연합정치가 시도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제3지대의 존재 때문이다.

이번 대선은 정치적 상상의 기반위에서만 정확하게 관전할 수 있을지 모른다. 역대 선거보다 증오심과 적대가 선거의 지배적 동인으로 작용하는 선거구도는 정치적 패배가 사법 영역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론으로 이어진다. 이는 선거 구도의 변동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에 작용하는 여러 요인들은 씨줄과 날줄로 연결되어 있다. 세대와 지역에 따른 지지 성향의 뚜렷한 차이, 정권심판과 정권유지 등 생각의 차이가 중첩적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재명 대 윤석열의 대결의 저변에는 대장동 사건 대 고발사주 사건 수사 전개에 따른 불가측성이 내포되어 있다.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민간사업자의 천문학적 수익과 이익이 어떻게 가능했느냐는 문제가 여전히 사건의 핵심을 구성하고 있다. 범죄혐의자들이 구속되고 일부는 기소된 상태이지만 검찰 수사가 이른바 '윗선'까지 진행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상식이다. 결국 검찰 수사는 민간사업자의 사법처리로 마무리되고 '윗선' 수사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집권당 대선 후보를 검찰이 소환하는 것조차 상정하기 어렵다. 그의 측근인 '정실장'에 대한 소환도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의 전말이 한 줌도 안 되는 민간비리업자들의 사법처리로 끝날 때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규명된 것인가에 대해 여권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정관계 로비 의혹 역시 마찬가지다. 이러한 축의 대척엔 고발사주 의혹이 있다. 이 역시 제1야당의 대선 후보가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민생을 위한 정책과 공약이 중요하고 대선이 미래지향적인 전망적 투표의 성격을 띤다고 하지만 이러한 흠결 대 흠결의 프레임을 방치한 채 설정되는 미래 대 과거의 구도는 공허하기만 하다. 사건의 진실이 규명되지 않는다면 미래로 갈 수 없다. 정권 초기의 적폐청산은 그래서 시민의 지지를 받았다.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는 위선과 거짓이 선거판을 규정하고 있는 현실은 최악만은 피하자는 차악을 가려내는 선거로 전락하고 있다. 여당의 경선은 마지막까지 사퇴 후보들의 무효표 처리로 깔끔한 결말을 장식하지 못했고, 야당은 경선 역사상 초유로 민심을 이기는 당심이 대선 후보를 탄생시켰다.

양 진영의 사법 리스크를 안고 치르는 대선이 과연 온당한지 성찰할 시간은 충분하다. 대장동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미진하다고 믿는 여론이 다수다. 모든 여론조사에서 특검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여론이 높은 것이 팩트다. 여당과 야당의 주장이 양극으로 갈려있고 강성 지지자들의 의견 역시 접점을 찾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렇듯 첨예한 문제에 대해서는 여론을 따르는 게 민주주의의 정신이다. 여야 경선에서 왜 일반 여론조사를 가지고 후보를 선택하는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대장동 사건이나 고발사주 사건의 성격과 의미 등이 다르지만 실체적 진실에 따라 진영의 사활이 걸려 있는 사건이 된 것이 현실이다. 이의 결과에 따라 어느 한 쪽은 치명적 패배를 안게 될 가능성이 높다. 양보할 수 없는 제로섬 게임에서 기왕에 제기되고 있는 이른바 '쌍특검'을 여야가 합의할만하다.

미래는 과거의 청산에서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이 국민의 절대적 지지에 근거해 이루어진 이유이다. 대선 자체를 오염시키고 표심을 왜곡할 수 있는 사건을 뒤로 한 채 정책 제시가 국면 전환의 정치공학으로 비친다면 정책의 신뢰는 금이 갈 수밖에 없다.

여야가 특검에 합의한다면 대선 전에 사건의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 특검이 만능은 아니지만 지금으로서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미래는 과거의 규명으로부터 출발할 수 있다. 특검을 통해 국면을 정면돌파하는 쪽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조건부 특검은 또 하나의 정치공학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최창렬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다양한 방송 활동과 신문 칼럼을 통해 한국 정치를 날카롭게 비판해왔습니다. 한국 정치의 이론과 현실을 두루 섭렵한 검증된 시사평론가입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