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낙태 권리 48년만에 뒤집어지나...26개주에서 '낙태 금지' 빨간불

'보수 절대 우위' 연방대법원, 12월 1일부터 '로 대 웨이드' 관련 심리 예정

미국에서 1973년 연방대법원 판결을 통해 인정 받은 여성의 낙태 권리가 48년 만에 뒤집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연방대법원은 오는 12월 1일 미시시피주의 낙태금지법(임신 15주 이후 낙태 금지)과 관련한 심리를 시작한다. 연방대법원은 또 11월 1일 임신 6주 이후 낙태를 전면 금지하고 있는 텍사스주의 낙태금지법에 대한 변론을 듣겠다고 밝혔다. 텍사스의 낙태금지법에 대해 연방정부가 소송을 제기할 권리가 있는지 결정하겠다는 의미다.

미국에서 낙태 문제는 항상 정치적, 사회적으로 매우 민감한 이슈였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정부 이래로 극우주의자들의 정치적 목소리가 커지면서 여성의 낙태권을 둘러싼 논쟁을 더 격화됐다. 공화당이 주지사와 주의회를 장악한 '레드 스테이트'들에서는 여성의 낙태를 제한하는 주 차원의 법을 만들어 통과시킨 지역도 상당 수에 이른다.

'로 대 웨이드' 판결 뒤집어지면 26개주에서 낙태 금지 우려

여성의 낙태권을 옹호하는 구트마허 연구소(Guttmacher Institute)가 28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이 임신 24주까지 임신 중단을 허용하게 된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을 뒤집는 결정을 내릴 경우, 미국 전체 50개주 중 26개주가 낙태를 제한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래의 21개주는 이미 낙태를 제한하는 법안을 마련해 놓았기 때문에, 연방대법원에서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어질 경우 곧바로 금지된다.

앨라배마, 애리조나, 아칸소, 조지아, 아이다호, 아이오와, 켄터키주, 루이지애나, 미시간, 미시시피, 미주리, 노스다코타, 오하이오, 오클라호마, 사우스캐롤라이나, 사우스다코타, 테네시, 텍사스, 유타, 웨스트버지니아, 위스콘신.

이 밖에도 플로리다, 인디애나, 몬테나, 네브라스카, 와이오밍 등 5개주는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 통과를 시도한 적이 있거나 관련 법에 대한 논의가 이미 시작된 지역이다.

▲연방대법원에서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어질 경우 낙태가 금지될 가능성이 있는 26개 주. ⓒ구트마허 연구소

연방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는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각 주의 법에 따라 낙태 합법 여부가 결정된다는 의미다. 구트마허 보고서에 따르면, 낙태가 금지될 경우 루이지애나주에 거주하는 여성이 합법적으로 낙태를 하기 위해 다른 주의 병원을 찾게 될 경우 평균적으로 편도 666마일(1,071km)을 운전해야 한다. 현재는 평균 37마일(60km)을 운전하면 된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헤르미니아 팔라시오 박사는 "주행 거리가 늘어나면 많은 사람들에게 장애물이 될 것이며, 특히 저소득자, 유색인종, 젊은 여성, 성소수자, 시골 거주자 등이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밝혔다.

'보수 6 : 진보 3' 연방대법원 결정은?

연방대법원은 현재 9명의 대법관 중 6명이 보수(존 로버츠, 새뮤얼 알리토, 클러렌스 토머스, 닐 고서치, 브렛 캐버너, 에이미 코니 배럿), 3명이 진보(스티븐 브라이어, 엘레나 케이건,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진보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전 대법관이 사망한 뒤 후임으로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이 임명되면서 보수 절대 우위의 대법원이 됐다. 보수 성향의 판사 중 2명이 예상과 다른 판결을 내려야 '로 대 웨이드' 판결이 유지된다. 때문에 대법원 구성만 놓고 보면 그 어느 때보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9월 1일자로 시행되기 시작한 텍사스주의 낙태금지법과 관련된 연방대법원의 결정에서도 번번이 '보수 5대 진보 4'로 보수적인 판결이 내려졌다. 텍사스의 낙태금지법은 태아의 심장 박동이 감지되는 임신 6주 이후에는 강간, 근친강간의 경우에도 낙태를 금지하고 있어, 미국 역사상 가장 보수적인 낙태금지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연방대법원은 지난 8월말 이 법의 시행을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또 연방대법원은 지난 22일 법무부가 텍사스주의 낙태금지법 시행을 막아달라고 요청한 것에 대해서도 내달 1일 변론을 듣기 전까지 법의 효력을 중단시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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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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