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어린이 14만명 코로나19로 보호자 사망...흑인-히스패닉에 집중

피해 아동의 70%가 유색인종...코로나19 사태로 인종 불평등 심화 우려

세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미국에서 지난 15개월 동안 12만 명 이상의 아동이 1차 보호자를 잃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미국은 지난 10월 2일 코로나19 사망자가 70만 명을 넘어섰다. 

7일(현지시간) 발간된 의학저널 <소아의학(Pediatrics)>에 실린 연구("COVID-19-Associated Orphanhood and Caregiver Death in the United States")에 따르면, 2020년 4월부터 2021년 6월까지 12만630명의 어린이가 코로나19로 부모 등 1차 보호자를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또 한집에 거주하는 조부모와 같은 2차 보호자를 코로나19로 잃은 아동은 2만2007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출산율, 사망통계, 가계 구성 자료 등을 사용해 추정한 통계 모델링에 기초한 연구 결과라고 한다.

이 연구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미국에서 다시 사망자가 급증하기 시작하기 이전인 올해 6월까지 통계 수치만 포함하고 있어, 실제 코로나19로 보호자를 잃은 아동의 숫자를 더 많을 것이라고 <AP통신>은 이날 보도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가난한 이들에게 집중됐기 때문에 이로 인해 부모를 잃은 아동의 숫자로 계층과 인종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이 연구에 따르면, 1차 보호자를 잃은 아동 중 32%가 히스패닉, 26%가 흑인이었다. 백인은 미국 인구의 60%를 차지하지만, 코로나19로 부모를 잃은 아동들 중에선 35%에 그쳤다. 즉, 753명의 백인 어린이 중 1명이 코로나19로 보호자를 잃은 반면, 히스패닉은 412명 중 1명, 흑인은 310명 중 1명, 미국 원주민과 알래스카 원주민은 168명 중 1명이 코로나19로 보호자를 잃었다. 

유색인종 거주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 이 차이는 더욱 극명히 드러났다. 캘리포니아에서 1차 보호자를 잃은 아동 중 67%가 히스패닉이었고, 미시시피에서는 57%가 흑인이었다.

로버트 우드 존슨 재단의 리차드 베서 박사(소아과 의사)는 NBC와 인터뷰에서 "아동이 부모나 보호자를 잃으면 성인이 될 때까지 도움을 필요로 한다"며 "우리가 코로나19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얼마나 많은 환자와 사망자가 발생했는지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지만 이 연구가 지적하는 것은 코로나19가 이를 훨씬 넘어서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사실"이라고 말했다.

연구 보고서는 코로나19로 이처럼 많은 아동이 보호자나 정서적으로 친밀한 가족을 잃은 사실이 미칠 영향에 대해 다음과 같은 우려를 표명했다.

"부모를 잃은 것은 아동의 건강과 복지에 장기적으로 깊은 영향을 미친다. 정신 건강의 문제, 교육 기간 단축, 낮은 자존감, 성적 학대 및 착취의 위험성 증가, 자살, 폭력 등. 조부모 및 2차 보호자의 상실은 심리적, 실용적, 재정적 지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보고서는 코로나19로 보호자를 잃은 아동들을 위해 위탁 가정 보호에 대한 지원의 확대와 지역 사회를 통한 교육, 복지 등의 지원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코로나19로 미국에서 고아 발생 비율이 15%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얼마나 많은 아동들이 위탁 가정으로 이전됐는지에 대한 통계를 아직 나오지 않았다.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 장례식.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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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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