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거짓말은 계속 된다...공화당 주도 재검표 결과도 "가짜뉴스"

애리조나 재검표서도 바이든 승...트럼프, 지지자들 상대로 거짓 선동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자신이 패배한 것이 재확인된 애리조나주 재검표 결과에 대해 "가짜 뉴스"라고 비난하며 "내가 이겼다"고 거짓 선동을 계속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는 이날 오후 조지아주 페리에서 현장 유세를 벌였다. 조지아주는 지난 2020년 대선에서 공화당 지지세가 세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패한 경합주 중 하나였다. 특히 트럼프는 조지아주 선거 업무를 총괄하는 주 국무부 장관(브래드 레펜스버거)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노골적으로 선거 결과를 뒤집으라는 압력을 행사하기도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공화당이 주도한 애리조나 상원 재검표에서도 '바이든 승'...트럼프는 "가짜 뉴스"라 선동

트럼프는 이날 지지자 800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내가 애리조나 재검표에서 여러분이 믿지 못할 수준으로 이겼다"면서 "언론들은 바이든이 이기지 못한 것을 알면서도 애리조나에서 이겼다고 헤드라인을 실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이는 애리조나주 공화당의 문제제기로 주 상원이 시행한 수작업을 통한 재검표 결과를 부인하는 주장이다. 이 주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매리코파 카운티 재검표 결과 바이든이 원래 집계된 것보다 99표를 더 얻었으며, 트럼프는 216표를 잃었다. 바이든은 지난 대선 애리조나주에서 1만500표 차로 승리했지만, 트럼프는 선거 사기를 주장하며 결과에 승복하지 않았다. 애리조나 공화당은 후원금 570만 달러를 들여 재검표를 추진했고 6개월 가까이 진행된 감사 끝에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매리코파 카우티는 24일 트위터를 통해 "2020년 선거 결과는 정확했으며, 당선인으로 인증된 후보들이 실제 승리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공화당이 주도한 재검표 결과마저 "가짜"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뉴욕타임스>에서 관련 사실을 처음 보도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24일 성명을 내고 "보고서에 사기 관련 부정할 수 없는 중대한 증거가 담겼지만 가짜뉴스 언론들이 11월 때처럼 벌써 바이든 승리를 확정지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곧 발표되는 보고서 최종본에는 가짜뉴스에서 알려진 것과 아주 다른 내용이 담겼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조지아주에서 열린 유세에서도 트럼프는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직접 되풀이했다. 트럼프는 이날 조지아주 선거 결과에 대해서도 계속 "자신이 이겼다"고 주장하며, 조지아주에서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는 자신의 음모에 동조하지 않았던 공화당 인사들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제기했다.

트럼프는 2018년 주지사 선거 당시 자신이 지지했지만 2020년 대선에서 자신의 '선거 사기' 주장에 동조하지 않았던 브라이언 캠프 주지사를 직접 거론하며 "내가 그를 지지한 것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또 자신이 직접 협박 전화를 했던 레팬스퍼거 국무장관을 거론하며 "그에겐 정말 이상한 점이 있다"며 "그는 자신의 자리를 잃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캠프 주지사와 레펜스퍼거 국무장관을 싸잡아 '리노(RINO, 이름 뿐인 공화당원)'라고 비난했다.

이날 트럼프는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 이민 정책 등을 주제로 바이든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아프간 철군에 대해 "바이든의 가장 끔찍한 무능의 표출"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측에서는 유세장에 13개의 빈자리를 배치했다. 미군 철수 과정에서 발생한 이슬람 무장세력인 'IS-호라산'의 자살 폭탄 테러로 사망한 13명의 미군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민 정책과 관련해서도 트럼프는 "미국 남부 국경에서 일어나는 대재앙보다 우리가 직면한 더 큰 위기는 없다"며 "내가 불법 이민을 다 막았는데 (바이든은)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최근 아이티에서 발생한 대지진으로 난민이 대거 발생해 이들이 미국 국경으로 몰려 들어 바이든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지난 21일 남부 국경인 텍사스주 델리오에서 국경수비대가 말을 타고 불법으로 국경을 넘으려는 아이티 난민들에게 채찍질을 하는 장면이 언론을 통해 공개돼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브루킹스 연구소 "트럼프, 선거 방해죄 등으로 기소될 수도"

한편, 트럼프가 지난 대선 이후 개표와 선거 결과 인증 과정에서 보인 행동이 정치적 압박을 넘어서 범죄 행위로 기소될 수 있다는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워싱턴DC의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는 지난 24일 트럼프와 그의 측근들이 조지아 관료들에게 "합법적인 선거 결과를 바꾸라"고 압력을 가한 행위에 대해 선거방해와 관련된 범죄로 기소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트럼프가 지난 1월 3일 레펜스퍼거 조지아 국무장관에서 전화를 걸어 "11780표를 찾아내라"고 요구하는 등 트럼프와 주변 인사들은 조지아 선거 관련 관료들을 공개적으로 압박하거나 개인적으로 접촉해 선거 결과를 뒤집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이런 행위는 잠재적으로 부정선거를 저지르기 위한 청탁, 선거 직무 수행에 대한 의도적인 간섭, 부정선거 공보, 형태 청탁 등에 해당된다"며 "주정부 기소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트럼프가 대통령 재직 당시 취한 행동에 대해 기소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면책 특권을 주장할 수 있지만, 이 경우는 대통령이 면책 특권을 주장할 수 있는 "합법적인 직무 범위에서 훨씬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이처럼 기소 가능성까지 제기됨에도 불구하고 '선거 사기' 주장을 굽히지 않는 것은 당연히 정치적 이득을 따져봤을 때 '거짓 선동'을 계속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최근 하버드대 미국정치연구소(CAPS)와 여론조사기관 해리스가 공동으로 실시한 2024년 차기 대통령 관련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의 지지율은 48%로 바이든(46%)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간 철군 이후 바이든의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트럼프의 지지율이 올랐고, 이를 염두에 두고 트럼프는 조지아주에 이어 다음달 9일엔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유세를 벌일 예정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5일 조지아주에서 유세를 벌였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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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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