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서미 스트리트'도 교육 금지? 美 펜실베이니아의 황당한 금서 목록

노벨상 받은 말랄라 전기도 금지..."학생들의 교육권 침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요크(York) 학군에서 시행 중인 특정 책과 영상 자료에 대한 교육 금지 지침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 금지 목록에는 흑인 인권 운동가인 로자 파크스 관련 책, 2014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파키스탄의 여성 교육 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의 전기,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랐던 영화 '히든 피겨스'의 원작 등도 있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지침이다. 더 나아가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인 '세서미 스트리트'에서 인종주의를 다룬 내용, 미국의 공영방송인 PBS에서 만든 인종차별 관련 다큐멘터리도 금지시켰다.

이같은 결정은 작년 10월 전원 백인인 교육위원회에서 내려졌다. 당시 교육위원회는 인종, 사회정의, 그리고 역사와 관련된 교육 금지 목록을 만들었다.

센트럴 요크 고등학교 학생들은 학교 안팎에서 반대 집회를 여는 등 교육위원회의 조치에 반대하는 운동을 벌였다. 이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학생 중 한명인 이디아 굽타는 16일(현지시간) 지역 신문인 <요크 디스패치>에 기고한 글에서 "이 금지 목록의 공통점은 저자와 주요 등장 인물이 유색인종이라는 사실"이라며 "이 지역 학생들의 교육에 대한 침해일 뿐 아니라 유색 인종 학생들의 경험과 존재를 부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육 현장에서 유색인종 교사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교육위원회는 지난 13일 학생, 학부모, 교사, 지역 사회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온라인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유색인종 학생, 교사들은 이런 금지 목록이 "유색 인종을 공동체에서 배제하고 있다", "왜곡된 역사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등의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요크 디스패치>가 보도했다. 한편 이 조치에 찬성하는 백인 학부모들은 자신들의 자녀가 "백인이라는 이유로 죄책감을 느끼며 자라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육위 관계자들은 목록에 포함한 책과 영상물에 대한 금지를 확정한 것이 아니라 이들에 대해 조사하는 동안 자료로서 사용을 "중지"시킨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금지 목록은 지난해 10월에 결정된 것이며, 거의 1년간 후속 조치는 없었다. 또 13일 회의에서 교육위 측은 이 자료들에 대한 교육은 계속 금지된다고 밝혔다.

▲센트럴 요크 고등학교 학생들이 교육위원회에서 금지하고 있는 책들을 들고 반대 집회를 벌이고 있다. ⓒNBC 화면 갈무리

▲여기에는 어린이 프로그램인 '세서미 스트리트', 노벨상 수상자인 말랄라 유사프자이 전기, 영화 '히든 피겨스' 원작 등 이해하기 힘든 책과 영상물도 포함돼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세서미스트리트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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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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