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추모기간에 부시·트럼프 설전..."폭력 극단주의자" vs. "실패한 대통령"

부시, 9.11 테러 추모 연설에서 美 의회 폭동 우회적으로 비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을 "실패한 대통령"이라며 맹비난했다.

앞서 부시 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지난 11일 펜실베이니아주 생크스빌에서 열린 9.11테러 20주년 추모행사에서 연설을 하며 지난 1월 6일 국회의사당 무장 폭동을 일으킨 "국내 폭력 극단주의자들"을 비판했다.

트럼프와 같은 공화당 출신인 부시의 설전은 현재 공화당 내 노선 차이를 보여주는 한 사례다. 부시는 트럼프와 그를 지지하는 정치인들과 지지자들이 장악한 현재 공화당에서 상대적으로 소수로 전락한 구주류 정치인이다. 부시는 지난 2016년과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지지 입장을 밝히지 않았었다. 

1월 6일 의회 폭동 때문에 추진된 트럼프에 대한 두 번째 탄핵안에 찬성했던 리즈 체니 하원의원, 밋 롬니 상원의원 등이 부시와 정치적 노선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트럼프는 이날 "우리를 중동의 모래 구덩이에 몰아넣은 (그리고 이기지도 못했다!) 책임이 있는 부시 전 대통령이 우파 테러리스트들이 미국을 싫어하는 외국 테러리스트들보다 더 큰 문제이며 지금 이 나라에 몰아치고 있다고 우리에게 설교하는 것을 지켜보는 건 매우 흥미롭다"며 "만약 그렇다면, 그는 왜 수조 달러의 돈을 지출하고 수백만명의 죽음에 책임이 있을까?"라고 부시를 비판했다.

트럼프는 "부시는 우리에게 어떤 것에 대해서도 훈계해서는 안 된다. 그가 지켜보는 동안 세계무역센터가 문을 닫았다. 부시는 실패했고 영감을 주지 못한 대통령이었다"고 덧붙였다.

부시는 지난 11일 추모연설에서 "해외의 폭력적인 극단주의자들과 국내의 폭력적인 극단주의자들 사이에 문화적 중복이 거의 없지만 다원주의를 경멸하고, 인간의 생명을 무시하며, 국가 상징을 더럽히려는 결단력에서 그들은 같은 사악한 정신의 자식들이며, 그들과 맞서야 하는 것이 우리의 지속적인 의무"라고 말했다.

부시가 의회 폭동 등 직접적인 사건이나 사람들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국내 폭력 극단주의자"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프라우드 보이' 등 극우 무장세력들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는 9.11 테러 20주년이었던 지난 주말 그를 제외한 전직 대통령이 모두 참석했던 9.11테러 추모행사(뉴욕, 펜타곤, 생크스빌에서 각각 열림)에 불참했다. 대신 그는 이날 오후 뉴욕 소방서와 경찰서를 예고 없이 방문해 테러 당시 소방관과 경찰관의 노고에 대해 치하했고 이날 저녁에는 플로리다에서 열린 복싱 경기에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함께 해설을 맡았었다. 트럼프는 이날 통일교에서 주최한 행사에 축하 영상을 보내기도 했다. 

▲11일(현지시간) 9.11 테러 20주년에 추모행사에는 불참하고 뉴욕 경찰서와 소방서를 방문한 트럼프 전 대통령.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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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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