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 중국에 세 자매가 살았는데, 한 사람은 돈을, 한 사람은 권력을, 한 사람은 나라를 사랑했단다.’ 중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곧바로 ‘아하’하는 ‘동화같은 이야기’다. 책은 19세기 끝자락 상하이에서 태어난 세 자매의 이름을 제목삼았다. <아이링藹齡 칭링慶齡 메이링美齡> 저자 장융은 널리 알려진 <대륙의 딸>의 작가다.
인간의 일생은 시간의 역사다. 한편 시대의 역사다. 그 시대 속에서 몸부림 치는 역사다. 한편 인간의 역사는 공간의 역사다. 왜 하필 그때 상하이에서 태어나 근대 중국을 살았고, 미국으로 유학을 갔으며,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게 됐을까.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왕조 시대를, 민국 시대를, 내전의 시대를, 분단의 시대를 살게 됐을까. 그때 중력의 법칙은 마치 자석처럼 이들을 혁명과 정치의 소용돌이로 끌어당겼는데 그들은 어떻게 떨쳐 나갔을까. 이들에게 시간과 공간은 어떤 의미와 맥락으로 작용했을까. 그 시공간 속에서 인간에게 주어진 자유의 한계는 어디까지 였을까.
이들의 삶은 결코 동화가 아니었다.
세 자매는 부유하고 유명한 도시의 엘리트 계층인 쑹(宋)씨 가문에서 태어났다. 특이하게도 부모는 독실한 기독교도였고, 역시나 특별하게도 세 딸은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세 자매를 중국의 ‘공주 이야기’로 만든 것은 결혼 상대들이었다.
첫째 아이링, 그에게는 자신에게 반했다가 나중에 동생 칭링에게 빠져버린 중국 공화정의 아버지, 신해혁명의 선구자 쑨원이 있었다. 그는 나중에 쿵샹시와 결혼했다. 쿵샹시는 아이링 덕분에 중화민국의 요직을 독차지했다.
둘째 칭링, 그는 젊은 시절부터 쑨원을 따르며 중국 혁명에 열정을 쏟았다. 쑨원의 비서가 됐고, 수십년의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부모 몰래 일본에서 쑨원과 결혼하여 동지이자 최적의 자문이 됐다.
셋째 메이링, 장제스가 정권을 잡고 있었던 22년 동안 중국의 퍼스트레이디였다.
공산당이 중국을 장악했던 1949년 칭링은 국가 부주석에 임명됐고 아이링과 메이링은 타이완으로 떠났다. 서둘러 끝내자면 칭링은 베이징에서 세상을 떴고, 아이링과 메이링은 뉴욕에서 세상을 떴다.
근현대 중국에 관심있는 이라면 세 자매의 이야기에 대해 누구나 대충은 안다. 하지만 한 번쯤 제대로 정리하고 싶었을 것이다. 바로 이 책이다. 묻건대, 인간은 시간과 공간이라는 씨줄과 날줄에서 어디까지 자유로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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