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20년...미국은 정말 '20년 전쟁'을 끝낸 것일까?

[워싱턴 주간 브리핑] 미국은 9.11 테러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9.11테러 발생 20년. 2001년 이후 매년 9월 11일은 미국인들에게 특별한 날이었지만 올해는 그 무게가 새삼 다르다.

20년이라는 숫자가 가져다주는 감회도 특별하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8월 30일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철수를 완료하면서 9.11테러를 계기로 미국이 시작한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끝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월 31일 백악관 연설을 통해 미군 철군을 완료했다고 밝히면서 "미국 역사상 최장기 전쟁이 끝났다"고 선언했다. 

9.11 테러는 이슬람 무장단체인 알카에다가 2001년 9월 11일 아침 미국 항공기를 납치해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WTC), 워싱턴 DC 인근 펜타곤 등을 대상으로 한 네 차례의 연쇄 테러 공격을 지칭한다. 이 테러로 미국인 2977명이 사망했으며, 2만5000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다.

바이든, 9.11 테러 당일 테러 현장 3곳 모두 방문 예정

9.11 테러 20년을 앞두고 미국 언론은 9.11 테러를 다룬 기사, 다큐멘터리 등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 각 지역마다 이번 주말 다양한 규모와 형식으로 추모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백악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영부인 질 바이든이 오는 11일 9.11 테러 현장 3곳을 모두 방문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 내외는 뉴욕 그라운드 제로(옛 세계무역센터 자리), 펜실베이니아 생크스빌, 버지니아 알링턴에 있는 펜타곤을 방문한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세컨드 젠틀맨 더그 엠호프는 생스크빌에서 열리는 별도의 추모행사에 참석한 뒤 펜타곤에서 바이든 대통령 일행과 합류할 예정이다.

'아프간 철군'과 '9.11 문서 기밀 해제'...바이든 "대선 공약 지켰다"

바이든은 지난 3일 9.11테러 공격에 대한 FBI 조사에서 나온 문서 기밀 해제 검토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바이든은 성명을 통해 "법무장관이 앞으로 6개월 동안 기밀 해제된 문서를 공개하도록 요구한다"며 "나는 계속해서 고통 받고 있는 9.11테러 피해자 가족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9.11 테러 희생자 가족 1600여 명은 지난 8월 6일 바이든에게 정부 문서를 기밀 해제하지 않는다면 올해 뉴욕 그라운드 제로에서 열리는 추모 행사 참석을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유족들은 이 문서들에 사우디알라비아 일부 지도자들이 9.11 테러에 관여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내용이 담겼다고 주장했다.

바이든의 기밀 해제 검토 지시는 이런 유가족들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또 바이든은 9.11테러 관련 문서 기밀 해제가 자신의 대선 공약을 지킨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바이든은 아프간 철군에 대해서도 자신의 대선 공약이었으며, 이를 지킨 것이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美 브라운대 보고서 "'대테러 전쟁'으로 92만 명 사망, 전쟁비용 2.3조, 30년 후엔 8조 달러로 늘어날 것"

아프간 철군과 9.11테러 관련 문서 기밀 해지는 모두 모두 전임 대통령들이 하지 못했던 일들이다. 도저히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믿기지 않았던 100층이 넘는 뉴욕의 상징과도 같던 쌍둥이 고층빌딩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모습은 이를 직간접적으로 지켜본 미국인들에게 트라우마로 남았다. '미국이 공격 당했다'는 사실에 대한 두려움과 3만 명에 가까운 사상자와 그 가족들의 슬픔과 분노는 지난 20년간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는 명분이 됐다.

아프간 철군 과정에서 벌어진 혼란상과 또 한번의 테러 공격으로 미군 13명이 사망하면서 바이든과 그 행정부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지만, 아프간 철군으로 한 시대가 매듭지어졌다고 말할 수 있다.

과연 9.11테러 이후 지난 20년 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미국 사회는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모든 역사가 무엇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와 관련된 치열한 투쟁이라는 사실을 상기할 때 이는 향후 미국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와 직결된 중요한 이슈이기도 하다.

오사마 빈 라덴을 비롯해 19명의 알카에다 조직원들이 일으킨 9.11테러로 3000명에 가까운 미국인들이 죽었다. 이에 대한 보복과 세계 평화를 위해 테러 집단을 척결한다는 명분으로 미국이 지난 20년간 지속한 '테러와의 전쟁'으로 약 92만900명이 사망했다.  미군은 7052명 사망한 반면 이라크, 아프간, 예멘, 시리아, 파키스탄 등에서 33만5000명의 민간인이 죽었다. 전쟁 난민은 약 38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는 미국 브라운대 왓슨연구소 '전쟁비용 프로젝트(Costs of War)'에서 발표한 보고서에서 밝힌 내용이다. '전쟁비용 프로젝트'는 지난 2010년부터 9.11테러 이후 미국이 개입한 전쟁들과 관련된 조사, 연구를 계속해왔다.

9.11테러 이후 전쟁으로 미국이 소모한 돈도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전쟁비용 프로젝트'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9.11 이후 전쟁으로 소모한 돈은 총 2.2조 달러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 자체로도 엄청난 부담이지만 참전용사에 대한 의료비, 복지비, 전쟁비용 이자 등 시간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보고서는 오는 2050년에는 총 8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전쟁으로 인한 인명 피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보고서는 특히 지난 20년 전쟁에서 전투로 사망한 군인이 7000여 명인 반면 자살한 참전용사가 3만177명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전쟁에서 겪었던 참혹한 일들에 대한 트라우마로 많은 참전용사들이 우울증, 약물 중독 등 정신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고 이로 인해 자살하는 이들의 숫자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이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스테파니 사벨 왓슨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8일(현지시간) 인터넷 언론 <복스>에서 진행하는 팟캐스트 <투데이 익스플레인>에 출연해 바이든 정부가 주장하는 "영원한 전쟁의 종말"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미국 정부는 85개국에서 대테러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제는 아프리카로 가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소말리아에 드론 공격을 했다. 말리에서도 미군이 참여한 공습이 있었다. 아프간에서도 (이번에 카불 공항 테러를 일으킨) 이슬람국가(IS)와 싸우기 위해 CIA가 민병대를 훈련시키고 있다. 여전히 미국에는 전쟁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위산업체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래서 이 전쟁을 계속할 수 있는 많은 그늘진 방법들이 있다. 이런 일들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고 정부가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 뉴욕 9.11 기념관에 피해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돌 위에 성조기가 꽂혀있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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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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