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유지? 정권교체? 대선 지형이 달라졌다

[최창렬 칼럼] 정권교체론의 퇴조와 네거티브 선거

내년 대선에서 '어대야(어차피 차기 대통령은 야권)'는 의미를 상실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예비경선이 시작되는 무렵의 야권 주자의 우세는 여당 후보의 우세로 바뀌었다. 아직도 정권교체론이 과반을 넘는 여론조사가 있지만 정권교체론 대 정권유지론의 프레임이 선거의 규정력으로 작동하지 못한다.

총선거나 지방선거의 경우 정권평가의 회고투표의 경향을 보이지만, 대통령 선거는 미래의 가치나 비전이 선거승패를 좌우하는 전망투표의 성격을 갖는다는 것은 선거학 개론에 나오는 상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선 초반에 형성된 정권심판 정서는 집권세력에 대한 실망이 표출된 것이다. '조국 사태'와 집권세력의 주축인 586 세대의 내로남불과 무능, 위선 등이 유권자 일반에게 인식되는 상황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과 지난 4월의 재보선에서의 집권당 참패로 나타났다.

그러나 야권은 정책이나 다양한 선거변수에 탄력적이고 민감하게 작용하는 민심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정권교체론에 편승하여 '기승전반문'을 통한 반사이익에만 안주하기 때문이다. 야당이 대안세력으로서 시대교체를 담보할 의제와 정책을 내놓지 못하면 대선은 전형적인 전망투표의 성격을 띨 것이다.

정권교체론이 맥을 못 추는 이유는 야권 후보들의 역량 미달과 제1야당이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심판 정서가 높아도 이를 담아 낼 그릇과 비전이 부족하다면 정당교체론이 힘을 잃고 그 공간을 인물론이 대체할 수 있다.

정당, 인물, 구도, 정책 등 여러 요소가 선거 승패에 작용하지만 선거 프레임이 결정적 독립변수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인물 경쟁력이 어느 정도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야권 후보들은 정책에서 여권 후보를 압도하지 못하고 오히려 미숙한 정무적 판단, 성장담론에 치우친 나머지 노동환경의 변화와 역사인식의 부재에서 자유롭지 못한 냉전 세력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당 역시 지난 4년여 집권 기간의 정책 실패의 인정에 인색하고, 진영에 함몰되어 민심을 잃은 것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은 찾을 수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40%를 웃도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최초의 현상은 이를 가속화하고 있다. 정권교체론이 선거과정을 관통하지 않고 대선이 미래지향적 성격을 띤다고 해도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심판 정서는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다.

야권의 후보지형도 어떻게 요동칠지 알 수 없다. 지난 4월의 선거 과정이 이를 잘 말해 준다. 집권세력이 스스로 변혁하고 비판하지 않는다면 정권교체론의 프레임이 다시 압도할 수 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인터넷 여론조작 혐의가 유죄로 밝혀져도 이에 대해 여당 대선 후보는 물론 청와대도 사과 한 마디 없다.

여야의 정권교체론과 정권재창출론의 프레임도 선거공학에서 볼 때 중요하고 후보들의 검증 또한 필요하다. 네거티브도 선거속성상 불가피하다. 여야의 최종 후보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이번 대선이 역대 어느 선거보다 불가측성이 높고 후보군도 다양하다. 그러나 이러한 역동성에도 불구하고 무엇을 어떻게 바꿔나가고 한국사회의 모순과 부정의가 어디에서 기인하는지에 대한 진단은 보이지 않는다. 진단이 없으니 처방 또한 우선순위가 아니다.

현재 1, 2위 후보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 접전이라는 여론조사가 많다. 역대 대선에서는 선거 200여일 앞두고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는 압도적 1위 후보가 있었던 게 일반적이다. 이번 대선은 예외다. 또한 역대 대통령들의 임기 말 지지율이 레임덕 수준까지 갔으나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은 견고하다.

집권세력의 주류와의 차별화는 여권 후보들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경선구도가 됐다. 그러나 본선에서 어떠한 양상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정권교체론의 퇴조가 뚜렷하더라도 이번 선거에서 의외로 '샤이보수'가 많을 수 있다. 각 주자들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과 말실수 중에 단순 실수가 아니라 역사와 시대에 대한 성찰과 일관성 부족, 철학의 빈곤 등이 드러날 경우 치명적이다. 상대를 거칠게 몰아세우는 행태도 실점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여러 대선 변수들에도 불구하고 유권자에게 의미 있는 대선이 되려면 한국사회 전반에 대한 논쟁과 쟁점들을 제기하고 이에 대한 이슈 주도권을 가진 후보가 이기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의외로 이번 선거는 정권교체론 대 정권재창출론의 구도보다 인물론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선거지형이 바뀌고 있다.

민주주의는 대표와 책임의 연계가 실현되도록 하는 일련의 제도적 장치인 동시에 공론 형성과 이슈 및 의제를 만들어 집합적 결정을 이루어 나가는 체제이기도 하다. 여야 후보들 누구에게도 이러한 인식을 가진 이는 잘 보이지 않는다. 네거티브와 과거 파헤치기에 진력하는 인사청문회 대선이 되어 가고 있다. 이번 대선 역시 최악을 피하는 데 머무는 선거가 된다면 선거가 유권자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원천적 회의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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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다양한 방송 활동과 신문 칼럼을 통해 한국 정치를 날카롭게 비판해왔습니다. 한국 정치의 이론과 현실을 두루 섭렵한 검증된 시사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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