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유적에 대한 주요 학술조사는 대부분 고분 유적에 대한 발굴조사에 편중됐다는 지적이 제기돼 눈길을 끌었다.
생활유적이나 생산유적에 대한 조사는 상대적으로 미진한 편이라는 뜻이다.
김재홍 국민대 교수는 지난 11일 제1회 가야정책포럼 '가야유적 조사의 방향성'의 주제발표에서 "그동안 가야유적은 고분 조사에 치우쳤다는 비판과 더불어 새로운 방향성 정립이 요구되는 상황이다"고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가야유적은 현재까지 우리나라 고고학을 선도한다고 할 정도로 질량적으로 많은 발굴조사를 수행했고 다대한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가야고분의 발굴조사를 통해 봉분 축조 방식을 비롯해 매장주체부 배치 방식 등 고분 조사 기술이 발전했다. 또한 토기 등 부장품의 분석을 통해 유물의 편년과 제작 기법 등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제는 고분 조사에서 더 나아가 생활과 생산유적 등으로 발굴조사 범위를 확대해야 하고 조사지역도 확장할 단계에 이르렀다"고 하면서 "먼저 조사 권역의 설정을 통해 조사의 질적 향상을 꾀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상 지역은 △김해의 금관가야 △고령의 대가야 △함안의 아라가야 △고성의 소가야 △창녕의 비화가야 △합천의 다라국 △남원의 기문국이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앞으로 고분군 중심의 발굴조사에서 나아가 도성의 경관 조사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김해의 봉황토성(금관가야), 함안의 가야리토성(아라가야), 고령의 연조리유적(대가야), 합천의 성산토성(다라국), 고성의 만림산토성(소가야), 남원의 성내토성(기문국) 등지도 도성의 경관이라는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가야유적의 조사 권역을 다변화해 주변 문화와 교류를 통해 문화 접변이 일어난 지역도 조사를 확장해야 한다"면서 "가야유적 내에서 백제와 신라, 왜 등 주변 국가와 관련된 유적과 유물을 조사해 비교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야유적을 조사하고 연구하기 위해서는 가야가 가진 통합성과 자율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김 교수는 "소분지에 형성된 소국의 구조를 정확히 해명하고 이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삼국과 가야의 국가 발전단계를 구별하는 방법은 도성과 지방을 구별하는 것"이라며 "아직 가야는 도성과 지방을 명확히 구별하기 어려우나 발굴조사를 통해 가야 도성의 존재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금관가야의 도성인 김해에는 그 중심부에 궁성인 봉황토성이 배치돼 삶의 공간이 펼쳐졌다. 그 주변에는 신성한 의례공간이 배치됐다. 죽음의 공간인 대성동고분군에는 금관가야의 왕과 지배층이 묻힌 지역으로 후대 종묘에 해당하는 기능을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성동고분군 북쪽에 있는 구지봉은 국가 의례와 관련된 중요한 장소였다. 수로왕의 탄생과 관련된 의례를 행하는 공간이었으며 천신에 대한 제의 등을 거행했을 것이다"고 의미를 두었다.
김 교수는 "이제 도성의 경관이라는 차원에서 가야의 개별 소국을 접근하는 연구 시각이 필요하다"며 "낙동강 수계권, 남강 수계권, 섬진강 수계권에 대한 연구뿐만 아니라 남해의 도서(島嶼)와 연안을 연결하는 해양네트워크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근까지 가야에 토성과 산성이 존재하였느냐는 중요한 이슈의 하나였다"면서 "이제 성곽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가야 도성의 구조와 관련해 새로이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김 교수는 "김해의 봉황토성, 함안의 가야리토성, 고성의 만림산토성, 합천의 성산토성 등은 발굴조사를 거쳐 그 구조가 확인돼 앞으로 연구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재홍 교수는 "최근에 남해안의 유적에서 유리구슬과 조개제품 등이 출토되어 남방문화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가야의 해상 교류 루트를 연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