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신년사의 "최첨단돌파전" 강조
시계바늘을 김정은 위원장의 집권 초기로 돌려보자. 그는 2013년 신년사에서 '최첨단돌파전의 전개로 전반적 과학기술의 세계적 수준 도달'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지나칠 정도로 '담대한 목표'라 할 수 있다.
이 목표 아래 △모든 경제부문에서 과학기술발전의 우선적인 주력 △과학기술과 생산의 밀착 △자체의 자원과 기술에 의한 증산 △설비와 생산 공정의 CNC화‧무인화 실현 등의 과업을 제시했다.
첨단기술을 발전시켜 나가면서도 산업현장에서의 생산 정상화와 증산에 쓸모가 있는 기술부터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최첨단돌파전'의 깃발과 현실적 요구가 서로 보완하는 단계에 이르지 못했던 것 같다.
2013년의 과업들은 8년이 지난 오늘도 유효하다. 당해 연도의 중점과업인 동시에 지속성을 갖는다. 김 위원장은 2012년의 《4.6담화》에서 이미 과학기술과 생산의 밀착, 과학기술에 의한 경제문제 해결 등을 제시한 바 있었다.
그는 2013년 11월 13일 전국과학자기술자대회에 서한을 보내 과학기술중시를 재확인했다. <로동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우주기술, CNC(Computerized Numerical Control, 컴퓨터수치제어) 공작기계기술을 비롯한 첨단기술이 세계적 수준에 올라섰다"고 주장하면서 과학자기술자대회가 △당의 과학기술중시 사상의 구현 △국가과학기술의 비약적 발전 △지식경제강국으로의 전변(轉變) 등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회에서 채택된 호소문에는 △먹는 문제와 에너지문제 해결 △인민경제의 주체화‧현대화 △지식경제로의 전환 △생산현장에서의 기술혁신 △과학기술 중시 교육 등이 담겨 있었다.
김 위원장은 2014년 신년사에서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에 필요한 전망적 문제들과 현실적인 과학기술적 문제들의 해결'과 '첨단돌파에 의한 지식경제시대의 지름길 개척'의 양 날개를 목표로 삼았다. '현실'과 '첨단돌파'가 병립되어 있었다.
이를 달성하려면 △과학자‧기술자들의 과학적 재능과 열정의 총폭발에 의한 과학기술성과 제고 △전 사회적인 과학기술중시기풍 확립 △전민과학기술인재화와 현대과학기술 학습열풍 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경제체질을 개선시켜줄 과학기술중시의 사회분위기를 강조한 점이 두드러졌다.
김 위원장의 2014년 정초 국가과학원 현지지도는 과학기술중시의 상징적 정치행위였다. 그는 이곳에서 "올해를 과학기술 성과의 해, 과학기술 승리의 해로 빛내자는 것이 당의 의도"라고 말했다. 그는 "과학전선이야말로 사회주의수호전의 전초선"이고 "과학기술은 강성국가 건설을 추동하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국가과학원에서 제시한 과업에는 △과학연구사업의 심화, 연구 성과의 적시適時의 현실 도입 △과학기술에 대한 국가투자 증대 △국가과학원의 물질기술적 토대 강화와 국가지원 확대 등이 포함되었다. 국가과학원에 대한 지원이 포인트였다.
김 위원장은 2015년 신년사에서 '최첨단돌파전의 전개로 경제발전, 국방력 강화, 인민생활 향상에 이바지하는 연구성과의 대량 산출'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첨단돌파에서 국방력 강화를 강조하는 변화를 보였다. 국방력 강화는 핵무기‧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것이었다.
이 흐름 속에서 김 위원장은 2017년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로케트 시험발사 준비사업이 마감단계"에 이르렀다고 밝혔고, 그해 7월 ICBM '화성-14형'의 시험발사, 9월 제6차 핵실험(수소탄), 11월 ICBM '화성-15형'의 시험발사 등으로 이어졌다. 한반도에서 일찍이 없었던 군사적 지각변동이었다.
그는 2015년 신년사에서 △우리식의 현대화‧정보화 촉진 △간부‧근로자들의 과학기술수준 제고 △과학기술에 의거한 모든 사업 전개 등의 과업을 제시했다. 2016년에는 '주체공업‧자립경제의 위력 강화, 인민생활 부문에서의 과학기술적 문제의 우선해결'을 목표로 삼았다.
이 목표 아래 △최첨단의 새 경지를 개척하기 위한 연구사업의 심화 △공장‧기업소‧협동농장에서의 과학기술보급실 조성과 운영 △과학기술의 힘으로 제반 현실 문제를 풀어나가는 사회기풍의 확립 등을 과업으로 제시했다.
2016년에 인민생활 부문에서의 과학기술적 해결 등을 강조한 것은 '현실'과 '첨단돌파' 사이에서 무게중심이 현실 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2015년 신년사에서 최첨단돌파와 국방력 강화를 강조한 것에서 180도 변했던 것이다.
2016년 5월 제7차 당대회에서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의 병진노선'을 지속하면서 실제로는 물 밑에서 인민생활 중시로 전환했다. 당시 북한에서 경제성장이 지속 중이었고 인민생활의 향상에 자신감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신년사의 "원료‧자재‧설비의 국산화" 강조
김 위원장은 2017년 신년사에서 '원료‧연료‧설비의 국산화, 공장‧기업소 현대화, 생산 정상화의 과학기술적 문제 해결, 생산 확대와 경영관리 개선에 이바지하는 과학기술성과들의 도입에 의한 경제발전 추동' 등을 목표로 삼았다. 원료‧연료‧설비의 국산화는 중요한 모멘텀이었다.
이 목표 아래 △생산단위와 과학연구기관들 사이의 협동 강화 △기업체들에서 자체의 기술개발역량 구비 △대중적 기술혁신운동의 전개 등의 과업을 제시했다. 2017년 과업들이 산학연(産學硏)의 협력과 기업체 기술혁신에 초점이 맞춰졌음을 알 수 있다.
2018년 신년사는 '자립적 경제구조를 완비하는데서 제기되는 과학기술적 문제의 우선해결'이라는 포괄적인 목표를 제기했다. 이 목표에서 과학기술의 선행(先行)과 경제작전‧지휘의 혁신(革新)이 주된 테마였다.
그 목표 아래 △우리식의 생산 공정의 확립 △원료‧자재‧설비의 국산화 △모든 부문‧단위에서의 과학기술 보급사업 전개 △기술혁신운동의 전개 등이 과업으로 제시됐다. 여러 과업들이 변주되는 가운데 '우리식'과 '국산화'가 그 중심에 놓여 있었다.
2019년 신년사에서는 '국가 차원의 인재육성과 과학기술발전사업의 목적지향성 있는 추진 및 그에 대한 투자 증대'라는 목표가 제시됐다. 그 아래 △세계적인 교육발전 추세와 교육학적 요구에 맞게 교수내용과 방법의 혁신 △사회경제발전을 떠메고나갈 인재들의 질적인 양성 등을 과업으로 삼았다.
생산부문과 관련해서는 △새 기술개발의 높은 목표 수립 △실용적‧경제적 핵심기술연구에 대한 역량 집중과 경제성장의 견인력 확보 △과학연구기관과 기업체들의 긴밀한 협력에 의한 생산과 기술발전 △지적 창조력의 제도적 강구 등의 과업을 제시했다.
현지지도와 전민과학기술인재화
김정은 위원장이 2013~19년 신년사에서 제시한 과학기술 과업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과학기술과 생산의 밀착, 과학기술연구기관과 기업체의 긴밀한 협력이다. 둘째, 전 사회적인 과학기술중시 기풍 아래 전민과학기술인재화에 나서는 한편, 기업체 자체의 기술역량 개발에 집중하는 것이다. 셋째, 원료‧자재‧설비의 국산화를 실현하는 것이다. 이 정책은 지속적으로, 주기적으로 반복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 기간에 국가과학원, 과학기술전당 개발현장,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 등을 현지에서 지도했다. 과학기술전당에서는 전민과학기술인재화에 도움이 되는 과학기술 자료의 보급과 관리, 컴퓨터망에 의한 실시간 서비스 등을 강조했다.
그는 과학기술전당과 모든 과학연구부문, 교육기관, 공장‧기업소의 과학기술지식보급실, 가정에 이르기까지 네트워크를 구축하라고 지시했다.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에서는 과학연구개발과 생산이 일체화된 최첨단연구기지로 개건‧현대화하라고 지시했다. 국방과학원 산하 다른 연구소들에도 이와 유사한 지침이 내려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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