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우리식 개발' 정밀 기계공업, 국제경쟁력 갖췄다

[북한경제 '전환기' 읽기] 기계공업

■ 기계공업

중공업‧경공업의 모든 산업과 농업이 기계설비에 의존하기 때문에 기계설비의 자동화‧현대화 수준이 곧 산업의 발전수준과 생산능력을 좌우한다. 북한의 기계공업은 다른 공업부문에 비해 일찍부터 발전해왔고 김정일 시대에 CNC(컴퓨터수치제어) 기계제작 능력에서 발전 잠재력을 보여주었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중앙경공업공장들의 설비의 상당 부분을 자동화(로봇화)‧통합생산체계‧유연생산체계‧계열생산화‧흐름선화 등으로 전환할 수 있었던 것은 기계공업의 발전 때문이었다.

정밀기계공업은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발전되어왔기 때문에 그 기술개발을 가속화하면 '전환기' 경제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정밀기계공업은 북한의 군수공업의 발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의 개발 등은 엔진을 비롯한 정밀기계 분야의 발전수준을 입증한다.

정밀기계공업은 금속‧화학‧석탄공업과는 달리 기계제품의 수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미국의 대북적대시정책의 철회와 한반도의 비핵화, 북미관계의 개선 등이 이뤄지는 시점이 되면 북한의 수출에서 기계제품이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정밀기계공업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관련해 상호접근의 접점이 될 수 있다.

기계공업의 정책 흐름

북한에서 기계공업을 중시하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기계공장들을 가장 빈빈히 방문한 것에서 확인된다. 그의 인민경제 선행부문과 중요공업부문에 대한 현지지도(2012년~2019년 6월)를 조사해보니 기계공업부문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국방공업의 기계공장 등이 무기생산 외에 민수용 기계생산에 나선 사례도 있고 일부 기계공장(병진공장)들은 민수용 기계와 군수품(지하공장)을 동시에 생산해왔다. 군수경제와 민간경제의 경계는 날이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다(군수공업 관련 사항은 본 연재의 끝부분에 다룬다).

김 위원장의 기계공업부문에 대한 강령적 과업은 많이 공개되어 있다. 기계공업의 생산현장에서 제시한 지침은 다음과 같다. 주체적 기계공업의 발전과 세계적 수준을 지향하면서 통합생산체계와 유연생산체계의 확립, 계열생산화, 선진기술 도입에 의한 생산 공정의 현대화, 기계설비 제작의 핵심부분품의 국산화, 제품가공의 정밀도 향상, 무인화 표준공장 설립, 공장 과학기술보급실의 국가정보망 연결 등이다.

이에 더해 기계공업의 견본모방형에서 개발창조형으로의 전환, 군수-민수의 병행 생산에 관한 언급도 있었다.

그가 자동차공장과 뜨락또르공장에서 가장 중시한 것은 공장의 개건 현대화사업이었다. 그는 민수용‧군용 차량을 생산하는 3월16일공장에서 '자동차산업의 중심'으로 발전시킬 것을 지시했다.

5톤급 화물자동차 생산에 성공한 승리자동차연합기업소에서는 생산 공정의 현대화‧주체화를 강조한 가운데 원자재의 국산화 비중의 제고, 노동력 절약, 생산량의 비약적 증대와 품질 향상, 세계적인 자동차공업의 발전추세의 도입 등을 지시했다.

그는 강계뜨락또르공장에서는 CNC화와 설비의 현대적 개조를 강조하면서 농업기계설비의 생산뿐 아니라 건설기계설비 등 다양한 기계설비의 제작을 지시했다. 금성뜨락또르공장이 개발한 신형 '천리마-804호'는 부속품의 국산화 비중이 98.7%라고 한다. 김 위원장은 이 공장에서 생산 공정의 자동화‧흐름선화‧로봇화를 통해 노동력절약형 공장으로 전환할 것을 지시했다.

김 위원장은 2017년 신년사에서 기계공장들의 현대화 추진, 새 형의 트랙터와 윤전기재 및 다용도화된 농기계의 계열생산 공정 완비, 성능 높은 기계설비의 질적인 생산보장 등의 과업을 제시했다.

2018년에는 금성뜨락또르공장과 승리자동차연합기업소를 비롯한 기계공장들의 현대화, 세계적 수준의 기계제품들의 '우리식 개발 생산' 등의 과업을 제시했다.

2019년 신년사에서는 기계설계‧가공기술의 혁신을 통해 '우리의 실정에 맞게, 우리 식으로' 현대적인 기계설비들을 개발 생산하는 것을 과업으로 제시했다. 기계제품의 '우리식 개발'의 지향이 나타나고 있다.

▲ 지난 2017년 11월 2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이 자동차 생산공장인 승리자동차연합기업소를 현지지도해 새로 생산된 신형 5톤급 화물차를 살펴봤다. 사진은 북한 당 기관지 <로동신문>의 보도 내용. ⓒ로동신문

아래는 2013년부터 현재까지의 기계공업의 정책 흐름을 정리한 것이다.

1. 2013년 3월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

① 인민경제 선행부문과 기초공업부문 주력

2, 2016년 5월 제7차 당대회 5개년전략

① 첨단설비들의 신규 장비와 기존 기계설비들의 성능 개선

② 유연생산세포를 구성하는 방법으로 생산 공정 현대화

③ 측정설비와 공구문제 해결

④ 새 형의 현대적 기계설비들의 세계적 수준의 설계 제작

⑤ 계열 생산 공정의 확립

3. 2019년 4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 시정연설

① 기계제작공업을 비롯한 첨단기술산업의 발전을 위한 전략과 목표 수립 및 투자 집증

② 모든 부문에서 과학기술과 생산의 일체화

③ 생산공장의 자동화 지능화 무인화가 높은 수준에서 실현된 어미공장 표준공장 건립 및 일반화

4. 2019년 12월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전원회의

① 경제사업에서 진일보를 가져오기 위한 과학적이며 실질적인 대책 제시

② 10대 전망목표의 지표별 계획들의 과학적 타산 및 수립, 전인민적인 생산투쟁과 창조투쟁 전개

5. 2021년 1월 제8차 당대회 5개년계획 /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4차 회의 내각사업보고

① 기계공업을 기초가 든든한 공업으로, 개발창조형의 공업에로 방향 전환

② 공작기계, 윤전기계, 건설기계, 채취기계, 유체기계 등 기계제품의 개발 생산(기계공업이 전반적 경제부문을 주도하고 견인해나가도록 함)

6. 2021년 2월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전원회의

① 현행생산 진행과 생산토대 보강

② 올해 수행해야 할 중점과제 제시 및 실현방도 적시

위의 정책을 주제별로 분류하면 세 가지로 나눠진다.

기계공업의 기본방향① 기계설비의 개발 및 성능 개선

첫째, 기계설비의 개발 및 성능 개선이다.

* 첨단설비들의 신규 장비와 기존 기계설비들의 성능 개선 2-①

* 유연생산세포를 구성하는 방법으로 생산 공정 현대화 2-②

* 측정설비와 공구문제 해결 2-③

* 새 형의 현대적 기계설비들의 세계적 수준의 설계 제작 2-④

* 공작기계‧윤전기계‧건설기계‧채취기계‧유체기계 등 기계제품의 개발 생산 5-②

기계공업의 정책방향② 계열 생산 공정

둘째, 계열 생산 공정이다.

* 계열 생산 공정의 확립 2-⑤

* 생산공장의 자동화‧지능화‧무인화가 높은 수준에서 실현된 어미공장‧표준공장 건립 및 일반화 3-③

기계공업의 정책방향③ 과학기술과 생산의 일체화, 개발창조형의 공업화

셋째, 과학기술과 생산의 일체화 및 개발창조형의 공업화이다.

* 기계제작공업을 비롯한 첨단기술산업의 발전을 위한 전략과 목표 수립 및 투자 집증 3-①

* 모든 부문에서 과학기술과 생산의 일체화 3-②

* 기계공업을 기초가 든든한 공업으로, 개발창조형의 공업에로 방향 전환 5-①

북한의 기계공업을 대표하는 공장‧기업소는 많지만 여기서는 김재룡 총리(전임), 박봉주 당 부위원장(총리 2회 역임), 김덕훈 총리(현직) 등 전‧현직 내각총리들이 2019~2020년에 방문한 기계공장에서 지시한 사항을 살펴본다.

내각총리의 <대안중기계> 현장 지휘

◎ 박봉주는 2019년 8월 중순 남포직할시 강서구역 소재의 대안중기계연합기업소(이하 대안중기계)의 발전설비1가공직장과 대상설비조립직장‧열처리직장 등 여러 곳을 돌아보면서 설비가공과 조립에서 질을 철저히 보장할 것, 생산조직과 지휘를 조직화해 대상설비들을 제때에 생산할 것 등을 지시했다. 현지협의회에서는 기술 장비와 생산 공정의 현대화‧과학화를 실현하는 문제, 발전설비의 효율을 높이는 문제, 생산자대중을 당 정책 관철에로 적극 불러일으키는 문제 등이 토의됐다(중통, 2019. 8.13).

◎ 김재룡은 2019년 10월 하순 대안중기계의 여러 직장을 돌아보면서 기업전략‧경영전략을 과학적으로 현실성 있게 세울 것, 생산조직과 지휘를 주도면밀하게 할 것, 기술자‧기능공들의 책임성과 역할을 높여 대상설비 생산에서 결정적 전환을 가져올 것 등을 지시했다. 현지협의회에서는 연관단위들에서 발전소들에 설비‧자재‧부속품을 최우선적으로 보장하는 대책이 논의됐다(중통, 2019.10.25).

◎ 김재룡은 2020년 4월 초순 대안중기계를 방문해 발전설비1가공직장‧대형기계직장을 돌아보면서 기술자‧기능공들의 책임성과 역할을 높여 발전설비들의 질을 최대한 높일 것을 강조했다. 현지협의회에서는 선진과학기술에 토대하여 전반적인 생산 공정들을 정비 보강하는 문제, 자재보장을 선행시켜 현대적인 기계설비들을 생산하는 문제 등이 토의됐다(중통, 2020.4.8).

◎ 박봉주는 2020년 8월 초순 대안중기계에서 여러 경제부문에 필요한 대상설비들을 생산 보장하는 데서 공정들 사이의 맞물림을 빈틈없이 할 것, 설비가공의 정밀도를 높은 수준에서 보장할 것 등을 지시했다(중통, 2020.8.4).

◎ 김덕훈은 2020년 11월 중순에 대안중기계를 방문해 발전설비1가공직장, 발전기권선직장, 대형기계직장 등을 돌아보면서 능률적인 생산 장비들과 새로운 기술혁신안들을 창안하고 도입할 것, 제품가공‧조립과제들을 책임적으로 수행할 것 등을 지시했다. 현지협의회에서는 기업전략‧경영전략을 올바로 수립하는 문제, 계획된 대상설비생산을 최단기간 내에 앞당겨 끝내는 문제 등이 토의됐다(중통, 2020.11.16.).

<대안중기계>의 현장 지휘에서 확인된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 올바른 기업전략‧경영전략 수립

- 기술 장비의 현대화와 생산 공정의 정비 보강

- 설비가공‧조립에서의 질(정밀도) 보장

- 대상설비들의 적시 생산과 공정 간의 빈틈없는 맞물림

- 발전설비의 질과 효율 제고

- 자재보장의 선행으로 현대적 기계설비 생산

- 연관단위들에서 발전소 설비‧자재‧부속품 보장

- 능률적인 생산 장비들과 기술혁신안들의 도입

내각총리의 <승리자동차> <베어리공장> 등 현장 지휘

◎ 김재룡은 2019년 5월 하순 평안남도 덕천시에 소재한 승리자동차연합기업소(이하 승리자동차)를 방문해 생산 공정의 현대화를 다그칠 것, 부속품 가공의 정밀도를 높은 수준에서 보장할 것 등을 강조했다. 현지협의회에서는 자동차공업을 개발창조형 공업으로 전환시키는데서 나서는 문제 등이 토의됐다(중통, 2019.5.27.).

◎ 김재룡은 2020년 4월 초순 승리자동차에서 생산 공정의 개건 현대화와 새 제품 생산문제 등을 토의했다(중통, 2020.4.8).

◎ 김재룡은 2019년 9월 중순 평양베어링공장을 방문해 생산공정을 자동화‧흐름선화할 것, 과학기술보급실을 공장 실정에 맞게 운영할 것, 능률 높은 설비들을 받아들여 소재 실수율을 높이고 생산원가를 낮출 것 등을 지시했다. 현지협의회에서는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를 구현해나가는데서 제기되는 문제 등이 토의됐다(중통, 2019.9.13.).

◎ 김재룡은 2019년 9월 하순 락원기계연합기업소와 량책베아링공장의 생산실태를 파악하고 과학기술을 확고히 틀어쥐고 생산 공정의 현대화를 다그칠 것, 소재 실수율을 높여 여러 부문에 능률 높은 기계설비와 고품질의 베어링을 공급할 것 등을 지시했다(중통, 2019.9.24.).

◎ 김재룡은 2019년 9월 하순 평양자동화기구공장과 룡성베어링공장의 생산실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과학과 기술‧지식이 생산을 주도하는 경영관리체계를 확립할 것, 생산과 기술관리 공정을 개발창조형으로 전변시켜나갈 것 등을 지시했다(중통, 2019.9.28).

<승리자동차><베어리공장>의 현장 지휘에서 확인된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 과학과 기술‧지식이 생산을 주도하는 경영관리체계 확립

- 생산‧기술관리 공정의 개발창조형으로의 전변

- 생산 공정의 개건 현대화(자동화‧흐름선화)

- 부속품 가공의 정밀도 보장

- 소재 실수율(實收率) 제고 및 생산원가 점감

- 공장 실정에 맞는 과학기술보급실 운영

- 여러 부문에 기계설비와 고품질의 베어링 공급

기계설비의 현대화‧국산화 노력

기계공업에서 빠트릴 수 없는 것은 기계설비의 현대화‧국산화를 향한 노력이 일관되게 있었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예는 기계공업성 및 산하 공장‧기업소들에서의 기계설비의 현대화‧국산화 관련 보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중통, 2017.1.24.). 이 보도는 2017년 초 기계설비의 현대화‧국산화에 집중한 사례를 소개했다.

△ 기계공업성

① 새 형의 트랙터와 윤전(輪轉)기재의 계열 생산 공정의 완비

② 여러 가지 성능 높은 기계설비들의 질적 생산

③ 설비‧자재의 국산화 실현 등

△ 대안중기계연합기업소

① CNC9축 조종 종합가공반을 개발 완성하기 위한 사업 전개

② 화력발전소용 미루 대치차(大齒車) 열처리 공정, 장비직장의 여러 설비들의 CNC화 촉진

△ 대안전기공장

① 45° 철심 절단기의 CNC화

② 에너지절약형 변압기들을 계열 생산하기 위한 사업 추진

△ 룡성기계연합기업소

① 여러 규격의 압축기 부분품들의 국산화 실현

② 다목적‧다기능화 된 플라즈마 종합가공 공정 확립

△락원기계연합기업소

- 1㎥ 유압식 굴착기의 질을 높이는 사업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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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구

한양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해 동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양대학교 중소(中蘇)연구소 연구원, 중앙일보 북한문제 전문기자, 월간 <민족21> 편집기획위원, 사단법인 현대사연구소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저서로 <김정은의 경제발전전략>, <남북을 오고간 사람들 : 남의 조직사건과 북의 대남사업>, <박병엽 증언록 1- 조선민주주의인미공화국의 탄생>(공저), <박병엽 증언록2-김일성과 박헌영 그리고 여운형>(공저) 등이 있고 역서로 <김정일과 수령제 사회주의>(스즈키 마사유키 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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