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총력전을 벌이는 북한에서 경제주체들의 자세와 능력은 중요하다. 당‧국가 지도부의 경제 책임자들이 실력을 발휘해야 할 때다. 당의 경제팀은 제8차 당대회(1월 5일~12일)에서 그 진영이 짜였다.
그런데 한 달이 채 안 되어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전원회의(2월 8일~11일)가 열렸고 그 자리에서 김두일 당비서 겸 경제부장이 전격 해임됐다. 그의 해임은 '전환기' 북한경제를 이끄는 경제 책임자들에의 면면에 시선을 고정하게 하고 있다.
내각의 인선은 지난 1월 17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4차 회의에서 있었다. 내각부총리는 한 사람만 유임되고 모두 물러났다. 내각 상(相, 장관)들 가운데 거의 50%에 육박하는 17명이 새로 임명됐다.
대폭적인 물갈이 인사는 내각의 집행력의 중요성과 세대교체를 극적으로 보여주었다. 새로 부상한 인물들은 김일성-김정일주의(유일사상)와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의 검열에 통과되었을 것이다. 그 뿐 아니라 자질과 전문성, 제8차 당대회의 경제정책의 수행능력 등에서 인정받았을 것이다.
당중앙위원회 구성원들 중 경제전문가는 33.7% 이상
조선로동당은 제8차 대회 기간 중이던 1월 10일 당중앙위원회 위원들과 후보위원들에 대한 선거를 진행한 바 있다. 중앙위원 138명과 후보위원 111명이 선출됐다. 중앙위원 138명 중에 경제전문가는 32명(23.2%) 이상, 후보위원 111명 중에 경제전문가는 52명(46.8%) 이상으로 각각 파악된다.
이 숫자는 필자가 통일부의 <2020 북한 주요 인물정보> 및 <2020 북한 기관별 인명록>에 기초해 작성했고 여기에 기초해 현직을 파악했다. 이하의 인물 정보는 모두 이 자료들에 의존했으며, 추정치로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이상'이라고 한 것은 경력 자체가 확인되지 않는 인물들이 있기 때문이다.
당중앙위원회 구성원들 가운데 경제 관련 인물들을 글의 맨 아래와 같이 정리해보았다. 독자들은 이를 통해 당중앙위원회 위원들과 후보위원들 가운데 경제전문가들이 다양하게 포함되어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아래 내용을 재확인하면서 전문연구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 지도부의 세대교체의 폭이 크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인물정보를 많이 쌓아나가는 것이 '전환기' 북한경제의 이해에 유익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를 통해 나타난 특징은 첫째, 당중앙위원회 위원들과 후보위원들을 합산한 249명 중에 경제전문가는 84명(33.7%) 이상이 된다는 점이다. 경력 미확인이 다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경제전문가의 숫자는 더 많을 것이다.
둘째, 내각 성(省)‧중앙기관 책임자들이 거의 대부분 당중앙위원회 위원 또는 후보위원으로 선출됐다는 점이다. 셋째, 연합기업소를 비롯한 국영기업체의 지배인 또는 기업소당위원회 책임비서들이 전체에서 37명(84명 기준의 44.0%에 해당)을 차지하고 있어 그 비중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경제사령관' 김덕훈, 초고속 승진한 '실물경제통'
북한에서 민간경제를 이끄는 사령탑은 내각총리 김덕훈이다. 북한에서는 내각총리를 '경제사령관'이라 부른다. 군수경제는 제2경제위원장이 담당하며 내각총리의 관할이 아니다. 통상적으로 내각총리는 권력의 정점인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에 선출된다. 국가의 총괄적인 경제지휘권을 부여하기 위한 당적 장치라 할 수 있다.
김덕훈 총리는 1961년생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01년 1월 대안전기공장 지배인, 2003년 1월 대안중기계연합기업소 지배인 등 생산현장 책임자로 일했다. 북한에서는 국영기업소 책임자 출신이 몇 개의 계단을 거쳐 총리에 발탁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은 실물경제에 밝다는 장점이 있다.
그는 2011년 12월경에 자강도인민위원회 위원장으로 복무했다. 국가 차원의 경제조직자‧경제사령관이 되기 전에 도 단위 경제책임자에 임명되어 필요한 경험을 쌓았던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집권 3년차에 김덕훈은 도약의 기회를 맞이한다. 그는 2014년 4월에 내각부총리에 임명되면서 중앙무대에 진입했다. 그는 제7차 당대회(2016년 5월)에서 당중앙위원,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 전원회의(2019년 4월)에서 정치국 후보위원에 선출됐다. 제7기 제5차 전원회의(2019년 12월)에서는 정치국 위원,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현 비서) 겸 경제부장에 임명됐다.
그동안 내각 부총리들의 사례를 관찰해보면, 부총리에서 당비서로 진입하는 예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내각부총리와 당비서 사이의 간격은 쉽게 뛰어넘을 수 있는 게 아닌데 그는 이것을 해냈다.
김덕훈은 2020년 8월에 내각총리(당정치국 상무위원)로 승진했다. 1년 단위로 승진을 거듭했던 특이한 사례에 속한다. 산업현장에서 오랫동안 실물경제를 익혔고 지방경제에 밝은 점이 초고속 승진에 보탬이 됐을 것이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의 경제발전전략 구상의 실현에 가장 적합도가 높은 인물로 평가받은 것 같고 김 위원장과 케미가 좋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의 고속승진 행보를 보면 앞으로 50~60대의 내각총리가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지난 1월 17일의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4차 회의에서 6명의 신임 부총리가 임명된 것은 '총리 예비군' 양성의 목적도 있는 듯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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