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산업재해 사망자는 지난해 882명이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간의 평균은 918명이다. 대략 하루 2.5명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는 얘기다. 산재를 인정받은 공식 통계로만 그렇다. 이 중 산재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업종이 건설업이다. 약 4분의 1에 달한다.
38명이 죽고 10명이 다친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신축현장 화재 참사는 용접과 우레탄 작업을 동시에 하다 발생했다. 공사 기간을 단축하려 평소보다 2배 많은 인원을 투입시키는 바람에 피해가 컸다. 화재·폭발 위험 작업은 동시작업이 금지돼 있지만 지켜지지 않았고, 임시 소방시설도 안전관리자도 없었다. 화재 예방 교육도 피난교육도 전무했다. 피난 도구와 비상구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 사망자 38명은 모두 재하청업체 직원이었다.
참사 1년, 많은 것이 바뀌었을까? 중대재해처벌법이 올초 국회를 통과했지만 5인 미만 사업장 제외로 '반쪽짜리'라는 비판이 거세다. 노동자 대부분이 다단계 하도급 구조 안에 있는 상황에서 5인 미만으로 '사업장 쪼개기'를 하면 법망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5~50인 사업장도 적용을 3년 유예했다. 산재 사망자의 35%가 5인 미만 사업장 소속이고, 45%가 5~50인 사업장의 노동자인 점을 볼 때 법안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지자체의 관리감독을 규정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과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을 막는 건설안전특별법도 국회에 묶여 있다. 정부도 참사 직후 '건설현장 화재안전 대책'을 내놓았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29일 참사 1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굳은 얼굴로 모인 이들은 같은 참사가 다시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을 수없이 반복했다. 그러면서도 누구도 큰 벽 앞에 선 듯한 답답함을 감추지는 못했다. 이날의 풍경을 사진에 담았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