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갈등을 막는 법, 임대차 분쟁이 고민인 모두를 위해

[우리가 마주할 부동산의 미래 ④] '조정' 그리고 '표준임대료 협의체'

지난 번 글에도 이야기했지만 부동산은 미래에는 고부가가치 상품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부동산 시세도 실사용에 비례한 정책으로 바뀌어 갈 것이고, 공공의 개입이 좀 더 강화될 것이다.

이러한 부분은 그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① 다수 부동산 보유자가 틀어쥐고 있는 부동산을 시장에 내놓게 하여 물량을 일부 확보하고 ② 새로운 공급은 공공이 최대한 확보하게 만들고 ③ 결과적으로 부동산 시장에서 공공의 지분을 점차 넓혀가겠다는 의도를 볼 수 있다.

이 중 최근에 발표된 2·4 부동산 대책, 그리고 서울역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공동주택 및 도시재생사업 추진 계획(쪽방촌 개발계획)에서도 이러한 경향을 볼 수 있다.

2.4 부동산 대책의 경우 전국의 저층부 지역을 고층부로 개발하되 ① 민간 개발이 아닌 공공 주도 내지는 민·관 협력(이지만 사실상 관이 주도하는 형태) 방식으로 개발하고 ② 개발 프리미엄은 많이 끌어오되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은 소유자가 전부 가지는 것이 아닌 최소한의 이익만 제공하고 나머지는 세입자 대책 마련 등 필요비용을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쪽방촌 개발계획 또한 마찬가지다. 분양주택과 상업시설, 복지시설 등을 고루 갖춘 7층에서 40층에 이르는 다양한 높이의 주상복합건물 타운을 만들겠다는 부분은 이전의 개발계획가 상이하지만, 이 사업을 LH와 SH가 공동으로 진행한다는 것이 큰 차이다.

두 정책 모두 실제로 공급 확대가 중점이 되는 정책이지만, 어떻게 보면 공공이 적극적으로 부동산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기도 하다. 당연히 소유자들은 불만을 표했고, 세입자들은 기대를 표했다. 이러한 갈등 전조는 당연한 수순이다.

왜 부동산 보유자와 사용자는 갈등할 수 밖에 없는가

일반적으로 부동산 소유주와 부동산 사용자는 각자 부동산을 두고 이익을 추구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했을 때 자칫 이익 추구를 위해 더 큰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는 가능성은 늘 존재했다.

쉬운 예시를 들자면, 개척 시대의 미국의 경우 개척지 주민이 관리하던 광산을 특정 기업이 사들여 소유권을 주장하는 일이 빈번했다. 이렇게 되자 특정 기업이 무력을 사용하여 부동산을 헐값에 사들이고 개척지 주민들까지 마음대로 착취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실사용은 주민들이 했는데, 사용으로 얻은 이득은 주민들이 아닌 소유주에게만 돌아갔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미국의 연방 정부는 조정을 의무화했다. 이렇게 해야 실소유주도, 사용권자도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면서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실제로 재건축·재개발 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사업 반대하는 토지주·건물주와 재건축·재개발 조합 간의 갈등, 세입자와 조합간의 갈등이다. 두 갈등 모두 이전이 어려운 실소유-실사용자와 개발을 통해 이익을 꾀하는 이들의 갈등이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이 보상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 두 정책이 근거법을 도정법이 아닌 공공주택특별법을 적용한 것도 이러한 부분을 의식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계 역시 존재한다.

앞서 말했듯 부동산은 그동안 '보유가치 자산'으로 인식되어왔다. 이 때문에 실사용가치보다는 보유 기간과 주변부 개발여부에 따라 가치가 오르는 이른바 '버블 현상'이 나타났다. 그렇다보니 보유자 입장에서는 대출을 많이 껴서라도 보유에 매달릴 수 밖에 없고, 그러한 필요를 인지한 금융 시장도 부동산 대출의 벽을 낮춰왔다.

하지만 코로나19를 만나면서, 부동산 시장의 버블이 꺼질 신호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제 임대차 분쟁이 '이익 추구'가 아닌 '손해 최소화'를 위한 갈등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몇 달 전, 미국 CNBC에 출연한 캐나다 컨설팅 업체 로젠버그 리서치의 데이비드 로젠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국채 금리 급등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주택 가격 급등이 2006년의 상황과 비슷하다"라며 "결국 주식과 부동산 모두 고점 대비 최소 15%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부동산 실사용자인 자영업자 임차인들이 얼마나 궁지에 몰렸는지는 보여주는 언론 보도가 계속 나오고 있다. 주거 세입자 역시 마찬가지다. 고용불안으로 소득이 줄어들면 전세 대출도 어려워진다. 주거불안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 보유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주택의 경우 대출을 끼고 부동산을 매입했는데 버블이 꺼지면 투자 원금 손실은 불 보듯 뻔하다. 원금 손실을 감수하고 되판다고 하더라도 세금 떼고 나면 남는 게 없다. 그게 싫으면 십 수년을 대출만 갚으면서 보유할 수 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이제 부동산 갈등의 양상은 '누가 더 이득을 보는가'에서 '누가 손해를 덜 볼 것인가'로 바뀌고 있다. 사람은 이익보다는 손해에 민감한 법이다. 갈등은 더 치열해질 것이고 조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현행 시스템은 조정 '결과'는 강제할 수 있지만, 조정 '개시'는 강제할 수 없다. 피신청인이 '조정에 응하지 않겠다'는 의사만 밝혀도 조정 개시가 각하돼 '조정을 꼭 할 필요 없다'는 메시지로도 읽힐 수 있다. 이는 한국에만 있는 특이한 법 조항이다.

2.4 대책과 쪽방촌 개발계획, 두 정책 모두 갈등 조정에 대한 부분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러나 2.4 대책은 직접 갈등을 조정하는 게 아니라 개발 이익을 공공이 최대한 회수하여 그 이익을 세입자에게 돌려준다는 방식으로 갈등을 해소하겠다는 방식이다. 또 쪽방촌 개발계획은 서울시 등 4개 기관과 주민지원시설이 참여하는 전담조직(TF)이 갈등 조정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나와있기만 하다.

ⓒ연합뉴스

이제는 갈등 조정을 필수로 할 때

현 정부가 추진하는 부동산 정책 방향이 다음 정부까지 이어지든, 아니면 전혀 다른 방향으로 변경되든 간에 갈등은 계속 될 것이다. 상황 개선 없이 부동산 정책만 계속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 버블 붕괴로 인한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갈등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작년 여름 다주택자들을 중심으로 이뤄진 부동산 정책 반대 집회 규모가 수 천 명인 것을 감안한다면 사회적 갈등은 끊임없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 갈등을 줄이는 것은 결국 '갈등 조정' 밖에 없다.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하되, 쌍방이 수용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결과가 더욱 많아져야 한다.

그래서 필자는 두 가지 방안을 제안한다.

① 주택임대차보호법 제21조 3항 5목 삭제

주택임대차보호법 제21조는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 조정 신청과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중 3항은 신청 각하 사유를 담고 있는데, 이 중 5목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피신청인이 조정절차에 응하지 아니한다는 의사를 통지한 경우"

선택은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에 피조정인이 조정을 하고 싶다고 밝힐 수는 있다. 하지만 이 한 줄 때문에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가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된다. 조정 업무를 하고 싶어도 이 조항 때문에 조정 개시를 강제할 수 없다.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도 이 항목에 준용하여 운영되기 때문에 같은 이유로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가 없다.

분쟁조정위원회는 법률상 정부기구이기 때문에 100% 세금으로 운영된다.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한다면 세금 낭비하는 기구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분쟁조정위원회 내부에서 조정 의무화 제도 마련을 끊임없이 요청하고 있는 이유다.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이 이같은 내용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아직까지 계류 중이다.

② 지역별 표준임대료협의체 구성

앞서 이야기했듯 부동산 이해 당사자들은 이제 '이익 확대'보다 '손실 최소화'를 위해 각자의 요구를 가지게 됐다. 하지만 이 각각의 요구들이 실제로 정책에 반영되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요된다. 그렇다면 이 각각의 요구를 공적인 자리에서 논의할 수 있는 공론장을 만들어, 그 공론장을 통한 정책을 만들어내면 어떨까. 필자는 이 공론장 모델로 '지역별 표준임대료 협의체'를 젷안한다.

한국의 최저임금위원회와 유사한 형태의 이 모델은 이미 독일과 프랑스에서 가동 중이다. 이들 국가에서는 도시 별 임차인협회와 임대인협회가 매년 표준 임대료 설정을 놓고 협상을 진행한다. 표준임대료가 결정되면 이를 기초로 각 도시 행정이 임대료 정책을 만든다. 이 모델은 이해당사자의 목소리를 모을 수 있고, 이해당사자들이 가장 첨예하게 부딪히는 임대료 문제에 공적인 조정이 가능해지는 효과가 있다.

이 모델을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적용하자는 것이다. 이 모델을 적용하게 되면 부동산 이해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모을 수 있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도 난립하는 부동산 여론에 휘둘리는 일이 적어질 것이고, 결과적으로 표준임대료시스템 도입의 마중물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제안들 외에도 부동산 시스템 개편을 위한 제안들은 산적해 있고, 이 모든 제안들을 수용하여 진행하려면 상당히 많은 비용과 인력이 들어갈 것이다. 이런 상황을 잘 알기에 '가장 품이 들지 않는', 그러면서도 '좋은 효과를 보일 수 있는', '가성비 좋은' 제안들을 소개한 것이다. 물론, 이 제안들이 필요없을 만큼 부동산 제도가 개선된다면 참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 그저 더 어두운 미래가 그려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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