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병에 오줌 누는 노동자"...아마존 무노조 경영 27년만에 바뀌나

앨라배마주 창고 노동자 노조 찬반 투표 개표...아마존 사측은 적극 '방해'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앨라배마주 베세머 창고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설립 찬반 투표 개표가 30일(현지시간) 시작됐다.

배세머 아마존 창고 직원 5800명은 지난 2월부터 노조 설립 찬반(미국 소매·도매·백화점노동자조합(RWDSU) 가입 여부를 묻는) 투표를 진행했다. 이날부터 개표가 시작돼 4월 중순께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지난해 3월 개업한 아마존 베세머 창고의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 방역조치 미흡, 열악한 노동조건 등 불만을 제기하다 같은 해 7월부터 노조 설립을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 창고 노동자들의 노조 설립 투표는 지난 2014년 불발된 이후 7년 만이며, 이번에 찬성 의견이 우세해 노조가 만들어질 경우 지난 27년간 무노조로 운영되던 아마존에 첫 노조가 생기게 된다.

아마존은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이기 때문에 이번 투표 결과에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앨라배마주의 노조 설립이 '선례'가 될 경우 미국 전역의 아마존 노동자들을 포함한 미조직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들이 가입할 경우 산별 노조인 RWDSU에서 최대 사업장이 된다. 그러나 물류창고 노동자들이 하청업체 소속인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점에서 투표 결과를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아마존은 노조 결성에 맞서 적극적인 방해 전략을 펴고 있다. 아마존은 시간당 15달러의 임금으로 주 최저임금의 2배이며, 저임금 일자리에선 찾아보기 힘든 건강보험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측은 소송을 통해 이 투표를 막으려 시도했지만, 이를 미국노동관계위원회(NLRB)가 저지하며 관철시키지 못했다.

또 아마존의 열악한 노동조건의 상징으로 거론되는 일이 노동자들이 시간에 쫓겨 '병에 오줌을 눈다'는 주장이었다. 아마존은 지난 25일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병에 오줌을 눈다는 얘기를 정말 믿는 것은 아니냐"면서 "그게 사실이라면 아무도 아마존에서 일하지 않을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오히려 역풍이 불기도 했다.

아마존에 위장취업해 열악한 노동 현실을 고발한 책을 쓴 제임스 브루드워스 작가는 "병에 오줌 누는 걸 발견한 사람이 나였다"며 "제발 믿어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아마존 배송기사를 인터뷰해 "하루 14시간 교대 근무는 흔한 일이었으며, 배달 요금에 대한 압박으로 화장실 가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플라스틱 병에 오줌을 누어야 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배달차량이 항로를 벗어나거나 3분 이상 정차할 경우 배달 서비스 업체에 자동으로 보고가 되기 때문에 운송기사들은 화장실에 들를 때마다 회사 측으로부터 전화를 받곤 했다고 밝혔다.

또 아마존이 주장하는 상대적 고임금(시간당 15달러)도 UPS와 같은 다른 회사의 배송기사들의 평균 임금에 훨씬 못 미친다고 한다. 현재 UPS 배송기사들은 시간당 21달러에서 최고 40달러까지 벌 수 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아마존 노조 설립에 대해 정치권은 우호적인 입장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노동자들에게 "목소리를 내라"며 노조 설립을 독려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대표적인 진보 정치인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 무소속)은 지난 26일 앨라배마를 방문해 투표를 독려하고 지지 입장을 전달했다. 샌더스 의원은 특히 아마존이 노조 설립을 방해하는 것과 관련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제프 베이조스가 왜 노동자들이 더 나은 임금과 복리후생, 근로 조건을 위해 협상할 수 있도록 노조를 조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쓰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아마존은 지난해 4분기 매출은 1년 전보다 44% 늘어난 1225억6000만 달러(136조 6000억원)를 기록하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오히려 호재로 작용했다. 팬데믹의 영향으로 온라인 쇼핑이 급증했기 때문이다.97년 기업공개(IPO)로 주당 18달러에 상장한 주가는 최근 3400달러 수준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베이조스의 순 자산은 2000억 달러(약 223조 원)로 세계 1위의 부자다. 그의 자산은 지난 1년 동안 700억 달러가 넘게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빈부 격차의 증대를 비판하는 시위. 아마존은 팬데믹으로 인해 오히려 매출이 급증하고 CEO인 베이조프의 자산이 급증했지만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열악하다. ⓒABC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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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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