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계가 부안에서 꿈꾼 '새로운 조선'은 얼마나 실현됐을까

[신간]반계 유형원, 새로운 조선을 꿈꾸다…김승대 著

▲신간 반계 유형원, 새로운 조선을 꿈꾸다 표지. ⓒ

조선 실학사에서 반계 유형원(1622~1673)의 위치는 어디쯤 될까.

어떤 연구자들은 그를 '실학의 비조(鼻祖)'라고 부르는데 주저함이 없는 듯하다. 잇따른 전쟁의 참화로 피폐해진 농촌경제와 국가체제를 개혁하고자 저술한 반계수록이 그것을 증명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 쪽에서는 반계 유형원이야말로 성리학 근본주의자라고 말한다. 엄격한 유교질서에 순응한 당대의 지식인일뿐이라는 것이다.

한 인물에 대해 서로 교차하는 두 지점을 정확하게 바라보려면 객관화된 시선이 필요하다.

최근 전주에서 의미 있는 책을 출간하고 있는 흐름출판사가 이번에는 반계 유형원과 관련된 논문을 꾸준히 연구하고 발표해 온 김승대 전북도청 학예연구관(문화재청 파견)의 글을 모아 ‘반계 유형원, 새로운 조선을 꿈꾸다’를 발간했다.

반계 유형원의 탄생 400주년을 목전에 두고 발간된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마지막 장에는 반계선생의 연보를 담았다.

1부에서는 반계 유형원의 가계 분석과 호남실학으로서 반계학연구의 현황과 과제를 담았다. 반계의 선대로부터 이어져온 가계는 물론 혼인으로 맺어진 가문과 가문의 인연이 날줄과 씨줄처럼 얽혀 복잡한 듯 하지만 반계를 이해하는데 더없이 좋은 자료다.

조선후기 인물사에 공을 들여온 저자의 저력을 유감없이 드러내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반계의 집안과 부안 우반동의 인연과 반계 선생의 흔적이 남은 유적지를 찾아가는 과정이 그려지고 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과제를 제시했다. 또 부안 지역에 산재한 유교문화유산의 현황을 소개하고 지포 김구, 반계 유형원, 간재 전우를 잇는 '부안의 3현'을 어떻게 계승 발전시킬지에 대한 저자의 시각을 보탰다.

마지막 3부에서는 크게 세 개의 장으로 나눠지는데 유일하게 반계선생을 배향한 부안의 동림서원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 논문이 소개되고 이어 반계가 역사적 인물의 반열에 오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덕촌 양득중과 담와 홍계희의 가계를 분석하고 어떤 활동을 펼쳤는지를 소상하게 소개한다.

▲김승대 전북도청 학예연구관. ⓒ

저자 김승대 박사는 서문에서 "코로나 역병으로 인해 육체의 질병보다 더 무서운 자아상실의 무력감이 밀려와 삶의 패러다임이 많은 부분 바뀌고 있다"면서 "이 시대에 이러한 상황을 헤쳐 가는 방안으로 부안 우반동에서 반계 선생의 삶을 반추하며 치유와 개혁의 실마리를 찾고 싶었다"고 출간 배경을 말하고 있다.

그는 "당대를 살았던 반계 선생은 '새로운 조선'을 꿈꾸며 반계수록을 편찬했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치유와 개혁'의 화두를 던지고 있다"면서 "반계학의 본산인 부안 우반동을 중심으로 한 '반계길' 조성과 같은 역사문화콘텐츠가 적극 활용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말한다.

김승대 학예연구관은 1969년 전남 고흥 출신으로 서울사대부고, 원광대 국사교육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조선후기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륵사지유물전시관 학예연구사를 거쳐 전북도청에 근무중이며 현재는 문화재청 백제왕도핵심유적보존관리사업추진단에 파견돼 있다.

조선 후기 실학사와 인물사 연구에 집중하고 있으며 통일 한국 기독교 역사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펴낸 책으로는 공저인 '반계수록', '동아시아의 백과전서파 실학', '신실학의 현재적 지평', '쉽게 풀어 쓴 심춘순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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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홍

전북취재본부 김대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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