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는 자발적 계약" 하버드대 교수 논문, 국제적 비판 쇄도

"인권침해와 전쟁범죄 삭제"...하버드 로스쿨·한인 학생회 등 비판 성명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자발적인 성노동자(sex workers)"라는 하버드대학교 로스쿨 교수의 논문에 동료 하버드대 교수의 비판 등 학술적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앞서 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일본 법학 교수는 '태평양전쟁에서의 성계약'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여성들은 전쟁터로 가기 때문에 단기 계약을 요구했고, 업자는 여성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계약을 요구했다"며 일본군 '위안부'들이 강제적 성노예(sex slave)가 아니라 모집을 보고 자발적으로 계약을 맺은 "성노동자"라고 주장했다. 이 논문은 오는 3월 출간 예정인 학술지 ‘인터내셔널 리뷰 오브 로 앤드 이코노믹스’ 제65권에 실릴 예정이다.

이런 주장에 대해 하버드대 교내신문인 <하버드 크림슨>은 7일(현지시간) 미국 역사학.법학 교수들의 비판에 대해 보도했다.

하버드대 한국사학과 카터 에커트 교수는 이메일을 통해 램지어의 논문에 대해 "경험적으로, 역사적으로, 도덕적으로 엄청나게 부족하다"며 "위안부 문제의 본질인 일본의 식민주의와 군국주의 맥락을 배제했다"고 비판했다. 에커트 교수는 하버드대 역사학과 동료 교수인 앤드루 고든 교수와 함께 이 논문에 대한 반박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1990년 시카고 대학에서 램지어 교수의 수업을 들었다고 밝힌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킷대 한국일본역사학과 교수는 램지어의 논문에 대해 "개념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역사적 배경 등 맥락을 전혀 이해하지 않고 작성됐다"고 비판했다.

민평갑 뉴욕 퀸스 대학 사회학과 교수는 "일본의 신민족주의적 관점에 입각했다"며 "위안부가 성노예라고 인정한 이전 논문들에 대한 반박부터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램지어, 일본 정부로부터 표창 받은 '일본 법학 교수'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램지어 교수가 '미쓰비시 일본 법학 교수'라는 직함을 갖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그가 일본의 후원을 받고 있을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미쓰비시에서 하버드대에 기부를 해서 교수직을 만들고 이 자리에 램지어를 앉혔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램지어 교수는 자신의 교수직의 정확한 기원을 알지 못한다면서 미쓰비시에서 1970년대 약 150만 달러를 하버드대 로스쿨에 기부한 것은 맞지만 미쓰비시로부터 현재 교수직과 관련해 돈이나 조건을 요구받은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일본에서 자란 것으로 알려진 램지어 교수는 2018년 해외 일본문화 진흥자에 대한 일본정부 표창인 '욱일승천장'을 받았다. 램지어 교수는 자신이 일본 인사들과 친분이 있는 것을 사실이지만 그런 '연줄'이 절대적으로 논문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버드대 학생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하버드대 로스쿨 한인 학생회(KAHLS)는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램지어 교수는 이 주제에 관한 풍부한 자료인 한국의 연구와 시각은 거의 살펴보지 않았다"며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수정주의나 편견의 가능성을 우려해 다양한 출처의 광범위한 자료를 참조하는데 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결론적으로 "인권 침해와 전쟁 범죄를 의도적으로 삭제했다"고 규탄했다. 하버드대 로스쿨 학생들 뿐 아니라 미국내 다른 로스쿨 학생 800여 명도 이에 대한 지지 서명을 했다.

하버드대 한인 유학생회(KISA)는 대학 본부에 램지어 교수의 사과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운동을 벌이고 있는 '배상과 교육을 위한 위안부 행동(CARE)'은 6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성명을 내고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대해 "위안부 생존자들의 증언을 배제하고 강요, 사기, 불법 등이 포함된 계약이라는 사실을 무시했으며, 일본에 대한 전범 재판에서의 유죄 판결 등 국제법상 노예와 인신매매 판결을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하버드 크림슨>도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기본적으로 "유엔 인권위원회, 국제 앰네스티 등 국제 인권기구 뿐 아니라 한국, 일본, 미국의 수많은 주목할만한 학자들의 연구 및 보고서가 명시적으로 기록한 것들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007년 미국 하원에서도 일본 정부에 전쟁시 여성 인권 범죄로 위안부 문제의 책임을 요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램지어 교수는 이런 비판에 대해 "로스쿨 학생들의 책무"라면서 "논문에 대해 학생들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 주제에 대해 "추가적인 연구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대한 비판 기사가 실린 <하버드 크림슨> ⓒ하버드 크림슨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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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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