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노동자를 보호하는 일이 모두를 보호하는 일"

[쿠팡 천안물류센터 사망사고 연속기고 ③] 방효훈 충청남도 노동권익센터 센터장

지난해 6월 쿠팡 천안물류센터에서 하청업체에 고용돼 일하던 P씨가 일하던 중 쓰러져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유가족은 P씨의 죽음이 산재 사망이라고 주장하며 현재 근로복지공단의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중대해재기업처벌법 제정 충남운동본부가 <프레시안>에 P씨 사망이 산재사망인 이유, 재발 방지를 위해 필요한 제도적 개선과제 등을 담은 세 편의 기고글을 보내왔다. 마지막 글을 싣는다.

남겨진 가족들

지난해 6월 쿠팡 천안물류센터 구내식당에서 근무하던 노동자가 사망했다. 사망 당시 P씨는 세 아이의 엄마이자 한 사람의 아내였다. 84년생이었던 P씨는 젊었고 특별한 질환을 앓고 있지도 않았다. 그녀가 건강했던 만큼 가족들에게 P씨의 죽음은 충격적이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엄마와 아내를 떠나보내야 했던 가족들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자신을 돌아볼 겨를도 없이, 남겨진 3명의 아이를 돌보며, 아내의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남편의 노력은 해를 넘겨 계속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얼마간이나마 함께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지역에 심리치유와 법률지원 등을 통해 진실을 밝히기 위한 싸움에 함께하는 이들이 있는 것이다.

한 통의 전화로 맞이하게 되는 가족의 죽음, 아침에 헤어진 것이 몇 시간 지나지도 않았는데 청천벽력 같은 소식, 어디에서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아득한 황망함이 그려진다. 그나마 노동조합이라도 있다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조언을 듣고 순간순간의 절차를 안내받기라도 할 텐데, 동료들의 존재가 그래도 힘이 되었을 텐데 그마저 없는 노동자라면 어떠할까?

가족들에 대한 지원제도 마련되어야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산업재해 트라우마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상은 당사자, 발견자, 응급구조 실시자, 같은 팀·라인 동료 등이다. 단계에 따라 '수면장애, 불안장애, 자살 등 모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후유증을 예방하고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번 사건처럼 아이들을 포함한 남은 가족을 돌보고 위로할 프로그램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지 않는 것은 돌봄과 심리치유프로그램만이 아니다. 어쩌면 모든 과정에서 가족들은 소외되고 잘해야 '합의의 대상'이 될 뿐이다. 당사자가 사라진 사망사건의 경우 진실을 확인하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다.

얼마 전 김용균 재단에서는 '산재 사망사고 유가족을 위한 안내서'를 발간했다. 재단은 머리말에서 "가족의 사망사고를 알게 된 순간부터, 단계별로 유가족이 처하게 되는 상황을 설명하고, 각 장면에서 유가족이 가지는 법적권리와 한계, 함께 할 수 있는 과제를 담고자 했다. 유가족들이 충분한 존중과 지원을 받으면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경과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밝히고 있다.

충분한 존중과 지원의 부재. 책임을 회피하려는 사업주들의 태도, 유가족의 권리에 대한 존중과 배려 없는 당국의 무책임, 이제라도 가족들을 위한 종합적인 지원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한다. 가족들은 권리가 무엇인지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를 안내받고 필요한 돌봄과 정서적 지원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사건과 같이 산재결정이 늦어지고 있는 경우 경제적 지원제도도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는 사업주들

권리는 그 권리를 주장할 대상이 있어야 비로소 효과를 갖는다. 우리가 간접고용의 폐해를 이야기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헌법과 근로기준법에 노동의 권리가 쓰여있다 해도 그 권리를 주장할 대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권리를 광야에서 외칠 수는 없는 법이다. 노동자들이 '진짜 사장이 나오라'고 외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는 쿠팡과 계약을 맺은 구내식당 관리 업체 소속도 아니다. 이 업체에 인력을 파견한 파견회사 소속이다. 이러다 보니 쿠팡은 자신들과는 관련 없는 일이라 주장한다. 거의 모든 것을 결정하면서도 정작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위험의 외주화'를 통한 '이익의 사유화와 비용의 사회화'는 이번에도 여지없이 확인된다. 초과이익 공유를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며 비판하는 이들이 과연 비용의 사회화에 대하여는 어떻게 반응하고 있을까? 온갖 이유를 들어 결국 생명보다 이윤을 강요했던 논리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입법과정에서도 확인됐다.

이번 사건에서 피해자의 사망이 산재임을 증명해야 하는 일은 오롯이 유족들의 몫이 됐다. 원청인 쿠팡이 책임을 부인하고 하청업체와 파견업체 마저 산재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구체적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운 유족과 그 대리인이 어떻게 진실에 접근할 수 있을까? 그렇게 처음부터 공정하지 못한 싸움이 7개월을 넘어 계속되고 있다.

신속한 산재승인과 예방이 필요하다

유가족에게 7개월이라는 시간은 어떤 의미일까? 엄마의 부재가 남긴 상처는 어떻게 치유라도 되고 있을까? 말하는 것마저 미안한 이 비극적 상황을 끝내야 한다. 우선 이번 사건에 대한 신속한 산재승인이 이뤄져야 한다. 첫 번째 기고글에서 주장한 것처럼 뇌심혈관 질환에 대해 업무시간만을 기준으로 판별하는 관행이 아니라, 피해자를 압박했던 상황이 종합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로 산재승인이 이뤄져야 한다.

신속한 산재승인과 함께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이 함께 있어야 한다. 구내식당 노동자들은 작업환경 측정 대상에서도 특수건강검진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이러다 보니 뜨거운 열기로 인한 위험, 청소와 세척에 사용되는 물질에 대한 유해성 등 건강을 위협하는 온갖 요인들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는다. 제도개선 전이라도 고용노동부의 전면적인 근로감독이 실시되어야 한다.

필수노동자 보호는 이윤이 아니라 사회를 위한 것

최근 필수노동자를 향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홀대받던 그들의 작업이 재평가받고 있는 점은 환영할 일이다. 정당한 대우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것은 그들을 위험으로부터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대면노동 과정에서 감수해야 하는 감염의 위험, 노동강도의 증가로부터 이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그들을 보호하는 것이 모두를 보호하는 일이다. 따라서 감사하다는 인사와 얼마간의 수당으로 위험을 감수하라고 내몰 수는 없는 노릇이다. 노동자를 '갈아 넣는' 방식으로는 사회를 유지할 수도 없다. 감염병의 시대, 사회의 유지를 위한 누군가의 노동이 필요하다면, 최소한 이들이 이윤을 위해 위험을 강요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그것이 우리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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