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에 기댄 트럼프, 혼돈으로 치닫는 마지막 1개월

트럼프, 대선 뒤집기에 총력전…바이든, 코로나 백신 공개 접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 패배를 여전히 인정하지 않고 '선거 결과 뒤집기'에 집착하고 있어 남은 임기 30일 동안 정국 불안 상태가 계속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지난 14일 있었던 선거인단 선거 이후 공화당 의원 다수, 행정부 관료 다수 등이 바이든의 승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입장으로 선회하면서 정치적으로 고립되자 자신의 주장에 동조하는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 시드니 파월 변호사 등 '음모론자'들에게 더욱 의존하고 있다.

때문에 백악관 내에서는 "남은 30일 동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고 CNN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미국 행정기관과 기업 다수가 대규모 피해를 입은 해킹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가 지목되기도 했다. 정권 교체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행정부 리더십 공백의 파장이 만만치 않다.

한편, 트럼프 '충복'으로 분류됐던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트럼프의 '마지막 승부수'로 생각하는 특검 임명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21일 밝혔다. 트럼프에 반기를 든 모양새이지만, 최근 정국 불안을 최소화하려는 취지로도 해석 가능하다.

트럼프에게 사실상 잘린 법무장관, 대선 조작 특검 등에 찬물

바 법무장관(이하 직함 생략)은 이날 퇴임을 이틀 앞두고 가진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트럼프가 주장하는 대통령 선거 조작 관련 의혹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차남 헌터 바이든의 세금 관련 의혹에 대한 특검 임명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검 임명 권한은 법무부 장관에게 있다.

트럼프가 레임덕 기간에 요직인 법무장관을 교체한 이유가 특검을 추진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이에 대해 법무장관이 물러나면서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바는 트럼프 임기 내내 '충성파 장관'으로 꼽혔지만, 대선 이후 선거 부정 의혹에 대해 "대규모 선거 부정을 입증할 객관적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트럼프에게 '미운 털'이 박혔다. 트럼프는 결국 지난 14일 법무장관이 성탄절 연휴를 앞둔 23일자로 사임하기로 했다면서 법무장관을 물러나게 했다.

바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선 관련 의혹에 대해 대선 결과를 뒤바꿀 정도로 구조적이거나 광범위한 선거 사기 증거가 없었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며 "현 시점에 특검이 올바른 수단이고 적절하다고 생각했다면 임명할 텐데 그렇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렇다"이라고 말했다.

헌터 바이든에 대한 의혹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특검을 임명할 이유를 보지 못했고 떠나기 전에 그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바는 헌터에 대한 수사를 연방검찰이 하고 있으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도 계속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바는 이날 최근 있었던 해킹 사건과 관련해서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평가에 동의한다. 러시아(소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 해킹이 러시아가 아닌 중국이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행정부 내 인사들은 러시아 소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시드니 파월-마이클 플린 등 '음모론자'에 의존하는 트럼프

트럼프는 지난 주말 백악관에서 시드니 파월 변호사,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 가장 강성인 '음모론자'들과 대선 관련 대책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파월은 베네수엘라가 개표기를 조작해 선거 부정을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등 근거 없는 '외국 세력 개입설'을 주장하고 있으며, 플린은 트럼프가 군 계엄령을 선포해 대선을 무효로 하고 재선거를 실시할 수도 있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트럼프는 파월을 '선거 사기' 특검으로 임명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한 바 있다. 파월은 지난 금요일을 포함해 이날까지 3번이나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를 만났다고 CNN이 보도했다.

한편,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이자 선거 부정 소송의 총 책임자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20일 성명을 내고 "펜실베이니아주 대법원의 우편투표 관련 3개 결정은 위헌"이란 내용의 헌법소원을 연방대법원에 청구했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캠프 측은 연방대법원에 2개의 소송을 제기했으나 모두 기각됐는데, 이날 또 다른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미국의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소송도 이미 선거인단 선거까지 마쳐 바이든의 승리가 사실상 확정된 상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측이 이런 소송을 제기한 것은 여전히 '대선 뒤집기'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의지를 보이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바 법무장관(오른쪽)ⓒAP=연합뉴스

바이든, 코로나 백신 공개 접종

이처럼 '레임덕 대통령'인 트럼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규모 해킹 사건 등에 대해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로지 대선 뒤집기에만 열중하고 있는 가운데,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미국 국민들의 코로나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백신 공개 접종에 나섰다.

바이든은 이날 오후 델라웨어주 뉴왁의 크리스티아나 케어에서 백신을 맞았으며, 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 됐다. 혹시 부작용 등 이상 증상이 보일 가능성 때문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은 다음주에 백신을 접종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지난 주말 '제2의 백신'인 모더나에서 만든 코로나 백신도 승인했고, 이날부터 의료진을 상대로 모더나 백신도 접종을 시작했다.

바이든 측은 해킹 사건에 대해서도 강경한 조치를 취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론 클레인 차기 백악관 비서실장 지명자는 20일 CBS 방송과 인터뷰에서 해킹 의혹에 대한 차기 정부의 대응 방안에 대해 "단순히 제재 정도가 아닐 것"이라며 "이런 종류의 공격을 하는 외국인의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는 일들을 하겠다"고 말했다.

▲21일 코로나19 백신을 공개 접종하고 있는 바이든.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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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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