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31년 만에 정권 이양기 무더기 사형 집행

트럼프, 여성 죄수도 68년 만에 사형 집행 예고...바이든 "사형제 폐지 노력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재선에 실패한 단임 대통령(트럼프 포함 11명), 하원으로부터 탄핵소추를 당한 대통령(트럼프 포함 3명)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갖고 있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미국 역사상 131년 만에 정권 이양기(레임덕)에 사형을 집행한 대통령이며, 68년 만에 여성을 사형하는 대통령이 될 예정이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7월 연방정부 차원에서 17년 만에 사형 집행을 재개한 이래로 지금까지 8명의 사형을 집행했다. 트럼프는 대선 패배가 확정된 이후인 지난 20일 사형수 올란도 홀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으며, 내년 1월 20일 퇴임하기 전까지 5명의 사형수에 대한 사형을 추가로 집행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여성인 리사 몽고메리가 포함돼 있다. 대선에서 패한 후 정권 교체기에 사형을 집행한 것은 1889년 그로버 클리블랜드 대통령 이후 트럼프가 처음이다.

트럼프, 퇴임 전까지 총 13명 사형 집행...전기의자, 독가스 등 사형 방법도 추가

트럼프 정부가 예고한 사형 집행 일정은 다음과 같다. 12월 10일(세계 인권의 날) 브랜든 버나드, 12월 11일 알프레드 부르주아스, 2021년 1월 12일 리사 몽고메리, 1월 14일 코리 존슨, 1월 15일(마틴 루터 킹 생일) 더스틴 힉스 등 5명이다. 흑인 남성 4명과 백인 여성 1명이다.

이들 중 리사 몽고메리는 여성 죄수다. 당초 12월 8일로 정해졌던 사형 일자가 몽고메리의 변호인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연기 요청을 신청해 받아들여져 한달 미뤄졌다. 1월에 예정대로 사형이 집행되면 몽고메리는 여성 죄수로는 1953년 이후 68년 만에 연방정부에 의해 사형받게 된다.

몽고메리는 지난 2004년 12월 임신 8개월인 23세 여성을 목 졸라 살해하고 뱃속의 태아를 꺼내 납치했다. 몽고메리는 이 태아를 자신의 아이로 키우려 했고, 아기는 생존했다고 한다. 아이는 아버지에게 돌려보내졌다.

몽고메리의 변호인들은 몽고메리가 어릴 때부터 의붓아버지 등으로부터 성폭행, 집단 성폭행, 아동 성매매 범죄의 피해자로 정신병을 앓고 있었다는 점이 참작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범죄를 저지르게 된 배경도 의붓아버지 등에 의해 강제로 불임시술을 받는 등 극단적인 학대에 따른 정신질환 때문이라고 변호인들은 주장한다. 30일 <데모크라시 나우>에 따르면, 전직 연방검사들이 몽고메리가 아동 성폭력, 가정폭력의 피해자라는 이유로 사형을 반대하는 탄원서를 재판 과정에 제출하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정부는 행정명령을 통해 현재 약물 주입 방식으로 집행되는 사형 방식에 추가로 전기 의자, 독가스 주입 등도 사용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추가적인 방식은 크리스마스 전날인 12월 24일부터 시행될 수 있도록 했다.

▲리사 몽고메리. 내년 1월 12일 사형 집행이 예고된 여성 죄수.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사형제 폐지' 공약한 바이든 의식한 '대못 박기'

트럼프는 지난 7일 대선 패배가 확정된 이래로 레임덕 기간에 6명의 사형을 집행하는 기록을 남길 예정이다. 그는 퇴임 5일전까지 사형을 집행하게 된다. 이는 지난 반세기 동안 연방정부 차원에서 집행된 사형수보다 훨씬 많다.

이처럼 트럼프 정부가 임기 말 무리하게 사형을 집행하는 것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을 다분히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바이든은 대선 과정에서 연방정부 차원의 사형 집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당선되면 연방 의회에서 연방정부의 사형 집행을 중단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키고, 주 정부에 대해서도 사형 집행 중단을 권장하겠다는 내용이다. 바이든 캠프는 트럼프가 사형을 집행한 직후인 지난 21일 "바이든은 현재에도 미래에도 사형제도에 반대한다. 그리고 대통령으로서 사형제 폐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화 <데드 맨 워킹>의 원작자인 헬렌 프리진 수녀는 이날 <데모크라시 나우>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부가 '법과 질서'를 내세워 사형 집행을 단행하고 있지만, 사형 집행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이야말로 법의 '근본적 결함'을 보여주고 있다며 "당신이 삶과 죽음에 대한 절대적인 권력을 정부 관리들에게 줄 때, 그들은 정말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고 사형제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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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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