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는 말의 뜻도 모르나

▲김규철 프레시안 대전세종충청본부 편집국장

최근 정가는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의 군복무시절 휴가 문제로 거짓말 논란에 휩싸여있다.

추 장관은 군에 복무 중인 아들의 휴가 연장에 대해 국방부에 보좌관을 통해 부탁을 했느냐는 야당의원들의 질타에 “지시나 부탁을 하지 않았다”고 답변했으나 보좌관에게 SNS를 통해 해당 부대 장교의 전화번호를 알려준 것이 검찰 수사에서 밝혀지면서 또 다시 문제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추 장관은 “거짓말 한 적이 없다”고 답변했으나 일부 언론에서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 수는 있으나 도덕적으로는 ‘유죄’”라며 추 장관을 비난했다.

충북에서는 3선 국회의원인 국민의힘 박덕흠(괴산보은옥천영동) 국회의원이 피감기관으로부터 가족 명의의 회사에 수천 억 대의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사퇴 요구를 받았다.

박 의원은 소속 정당인 국민의힘을 탈퇴해 소속 정당의 부담을 덜어준 듯하지만 본인에 대한 비난과 사퇴압력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하는 모양새다.

더욱이 시민단체로부터 지난달 15일 직권남용, 부패방지법 위반, 공직자윤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당한데 이어 지난달 29일 또 다시 정치자금법 위반, 뇌물죄, 업무상 배임 등의 혐으로 추가 고발당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광역의회인 세종특별시의회에서는 시의원들의 불법과 투기, 지침 위반 등으로 얼룩지고 있다.

산업건설위원회 위원을 7년째 맡고 있는 김원식 시의원은 세종시 연서면 쌍류리에 본인 명의로 땅을 구입한 후 부인 명의로 농업용 창고를 지어놓고 여기에 허가를 받지 않고 숙소를 마련해 불법 용도 변경을 한 것으로 <프레시안> 취재결과 드러났다.

여기에 지난 1995년 충남도에서 도로개설 예정지역으로 지정해놓고 25년간 도로를 개설하지 않아 장기미집행도로로 돼 있는 조치원읍 봉산리 일원에 부인 명의로 도로예정부지 옆 토지를 매입했고, 매입 후 4년 만에 이곳까지 도로가 개설돼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가 하면 건설업자(조경업자)로부터 돈을 주지 않고 조경수를 가져다 심어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을 위반한 것도 <프레시안> 취재를 통해 밝혀졌다.

공교롭게도 김 의원이 부인 명의로 매입한 봉산리 토지 바로 옆에는 세종시의회 의장인 이태환 의원의 어머니도 토지를 구입했으며 이 중 일부는 일몰제 적용 대상인 장기미집행도로 개설에 따른 보상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나 김 의원의 토지 매입과의 연관성을 의심케 하고 있다.

이 의장의 어머니는 <프레시안>과의 전화 취재에서 “어떤 사람에게 소개를 받아 땅을 사게 됐다”고 밝혔으나 토지 매입을 주선해 준 사람에 대해서는 “그것까지 밝혀야 하느냐”며 구체적 언급을 피해 의혹만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

앞서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김원식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의원이라고 해서 땅을 대출받아서 못산다. 의원을 4선, 5선, 7선을 하는 동안에 땅 한 평도 못산다는 것은 의원을 하지 말라는 것과 똑같은 것 아니냐”고 반문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세종시의회 부의장인 안찬영 의원은 지난달 10일 충남 서산의 카드 도박장에 들어가면서 이름과 연락처를 허위로 기재,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위반했다가 언론의 질타를 받았다.

코로나19로 전세계가 긴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인인 시의원이 게임을 하는 것 자체도 비난을 받을 수 있는데 거기에 허위로 성명과 전화번호를 기록하는 등 방역수칙을 위반하면서까지 카드도박장에 들어가 게임을 했다는 것은 최소한의 양심 때문이었을까?

최근 우리나라 국회와 지역의 일부 정치인들의 이와 같은 행태를 지켜보면서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고 했던 독일의 법학자 게오르크 엘리네크의 말이 떠오른다.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들을 향해 무조건 ‘내가 뭘 잘못했는데’라는 식의 주장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 말은 꼭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법’만 위반하지 않았으면 되지 않느냐는 식의 주장은 모든 사람에게 공감을 받을 수 없다. ‘법’은 위반하지 않았더라도 ‘도덕적 비난’을 받을 수 있다면 스스로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본 기자는 세종시의회 김원식 의원과 부인의 불법, 부동산 투기, 특혜 의혹 및 이태환 의장 모친의 부동산 투기에 대해 3주간에 걸쳐 취재·보도했다.

세종시의회의원에 대한 보도가 시작되자 많은 세종시 공무원과 시민들은 ‘세종시 출범 이후 처음 보는 기사다’, ‘빈틈 없는 정확한 기사’라며 큰 관심을 나타냈고, 기존 보도와 연관됐거나 이와 별개의 제보가 줄을 잇고 있다.

이는 그동안 세종특별자치시와 시의회가 얼마나 부패해 있었는가를 알 수 있는 것은 물론 언론의 감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어서 씁쓸하기만 하다.

본 기자는 의원 또는 가족 소유의 건축물에 대한 불법 용도변경, 현재 의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조치원서북부지구 도로 인근 토지 매매 등은 물론 보도 이후 제보된 내용에 대해 추가 취재를 벌일 것이며 진실을 찾아서 잘못된 것을 지적해 올바른 사회, 발전하는 세종시가 되도록 더욱 노력할 것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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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대전세종충청취재본부 김규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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