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연이는 요즘 사람들이 어떤 점이 제일 힘들 것 같아?"
"답답한 거, 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될까 무서운 거."
저녁 뉴스를 보다가 문득 물었더니, 아이의 대답은 정곡을 찌릅니다. 답답하고 두려운 데 뭐 하나 딱 떨어지는 것은 없는 막막함. COVID-19는 어쩌면 새로운 시대의 어두운 전주곡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동의보감>에서는 이번 사태와 같은 갑작스런 유행성 질환을 '온역溫疫'이라고 말합니다. 그 원인으로 봄에 따뜻해야 하는데 춥고, 여름에 더워야 하는데 서늘하고, 가을에 서늘해야 하는데 덥고, 겨울에 추워야 하는데 따뜻한 것과 같은 현상. 즉, 이상기후를 이야기 합니다. 이번 사태의 이면에 기후변화가 있다는 요즘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지요.
그 치료에 있어서는 일반적인 바이러스 감염에 썼던 방법 대신 병의 증상에 맞춰 대증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옛사람들도 우리가 흔히 노출되는 바이러스와는 다르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던 셈입니다.
COVID-19의 치료단계에서 한약을 병용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지만, 앞서 언급한 답답함과 감염에 대한 불안, 그리고 치료 후에 나타나는 후유증에는 한의학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중 후유증은 증상과 환자 개개인의 개별생리를 고려한 치료가 필요한 부분이므로 차치하고, 답답한 마음을 달래고 예방에 도움이 되는 약차를 소개할까 합니다.
먼저 마음의 답답함을 풀어줄 약차입니다.
교감단交感丹 : 모든 기의 울체를 치료한다. 모든 공적·사적 관계의 일로 답답하고, 명예와 이익이 맘대로 안 되어 억울하고 번뇌하며, 감정이 상해서 음식생각도 없고 얼굴은 누렇게 뜨고 몸무게가 줄어들며, 가슴이 막히고 답답한 모든 증상에 좋은 효과가 있다.
설명을 보면 요즘과 같이 팍팍한 시절에 정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의서에서는 향부자와 복신을 가루 내어 꿀과 함께 환을 만들어서 잘 씹어서, 향부자와 복신과 감초를 달인 물로 복용하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차로 마실 때는 굳이 이대로 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향부자 3그램 : 백복령 2그램: 감초 1그램의 비율로 해서 차로 우려 마시면 좋을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면역력을 키워주는데 도움이 되는 약차입니다.
옥병풍산玉屛風散 : 신체 표면을 조절하는 힘(표기表氣)이 약해져서 덥지 않아도 땀이 저절로 나는 증상을 치료한다. 황기와 방풍은 표기를 강화하고 백출은 몸속의 습을 말린다.
옥병풍산은 보통 기가 허해서 덥지도 않은데 땀이 나는 증상에 쓰이는 처방입니다. 필요 없이 땀을 흘릴 때 황기를 달여 먹이는 것을 좀 더 몸의 상태에 맞게 조정했다고 보면 무리가 없을 듯합니다. 마치 병풍을 치는 것처럼 방어막을 형성하는 것이지요.
실제 이번 코로나 사태 때 중국에서 면역력 증강을 통해 발병을 억제할 목적으로 쓰인 처방 중에는 황기가 모두 포함되어 있었고, 위에 소개한 옥병풍산의 활용도가 높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중국의 COVID-19 관련 중의약 동향, 한국한의학연구원, p171 참고-
차로 마실 때는 백출 4그램 : 황기 2그램 : 방풍 2그램의 비율로 이용하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금까지의 추세와 전문가들의 예상을 볼 때 모두의 바람처럼 단기간 내 이번 사태가 해결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질병관리본부의 지침을 잘 따르는 것은 기본이겠지요. 이와 함께 몸과 마음의 답답함과 불안을 덜어줄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을 강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여기서 소개한 약차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두가 힘을 모으고 기운을 내서 이 위기를 잘 이겨냈으면 좋겠습니다.
(유의사항)
1. 약차를 설명하면 진한 게 좋은 거라는 생각에 약재의 양을 많이 넣고 오래 끓여서 마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약과 차를 혼동하시면 안 됩니다. 앞서 이야기한 양의 약재에 200~300㎖ 정도의 뜨거운 물을 부어 우려 마시면 됩니다. 첫 번째는 살짝 우려서 그 물을 버리고, 2~3번 우려 마십니다.
2. 약차의 구성 상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기저 질환이 있거나 다른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분들은 본인의 몸을 잘 아는 한의사와 상의한 후에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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