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조부'라서, '장남' 아니라서 휴가도 수당도 없다니...

인권위, 4개 시정권고 사례 공개..."이미 폐지된 호주제의 잔재"

#A 여객은 직원의 친조부모가 사망했을 때 유급휴가 2일을 부여하지만 외조부모가 사망했을 때는 휴가를 부여하지 않는다.

#B 공사의 보수규정에는 직원에게 '가족수당'을 지급하도록 한다. 그러나 '장남'은 부모와 따로 살아도 가족수당이 지급되지만 차남이나 딸은 부모와 함께 살아야만 가족수당을 받을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위와 같은 진정 사례 4건에 대해 "성별·가족상황 등에 따른 차별"이라며 시정을 권고했다고 8일 밝혔다.

인권위는 우선 A 여객이 외조부모 사망 시 유급휴가를 부여하지 않는 것과 관련해 "민법에는 어머니 쪽 혈족과 아버지 쪽 혈족을 구분하고 있지 않다"며 "민법상 '조부모'는 '외조부모'와 '친조부모'를 모두 포괄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머니의 직계 존속인 '외조부모'와 아버지의 직계존속인 '친조부모'는 동등한 지위"라며 "친조부모 사망 시에만 유급휴가를 부여하는 것은 여전히 부계혈통 중심으로 장례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관념에 근거한 것으로 성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에 기초한 차별행위"라고 판단했다.

B 공단 등에도 출생순서나 성별에 따라 가족수당 지급을 달리 하는 것은 "호주제의 잔재"라며 "호주제도가 폐지되고 가족의 기능이나 가족원의 역할분담에 대한 의식이 현저히 달라졌음에도 여전히 남성인 장남을 부양의무자로 보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B 공단 등은 "직계존속 부양에 대한 책임과 부담이 대체로 장남에게만 치중됐던 사회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라며 노동조합과 협의가 필요한 점 등을 이유로 당장 개선이 어렵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사회 변화에 따라 가족의 형태가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고 장남이 부모 부양을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 또한 크게 낮아졌으며 실제로 부모를 부양하는 실태도 변했다"며 "가족수당 지급 시 차남, 딸 등의 직원을 달리 대우해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B 공단 등에는 가족수당을 지급할 때 출생순서 및 성별을 이유로 불리하게 대우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할 것을 권고하고, A 여객 등에는 조부모 경조사에 유급휴가를 부여할 때 친조부모와 외조부모의 경우를 차별하는 관행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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