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부터 박근혜를 지나 문재인까지...부동산 정책의 진짜 맥락

[조정흔의 부동산 이야기] 침체기에도, 호황기에도 정부 눈길은 '오직 주택 공급뿐'

미래통합당 윤희숙 국회의원의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는 연설이 화제였다.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바꾸거나 집을 비워둘 것이므로, 임대인이 집을 세놓는 것을 두려워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게 해당 연설의 핵심 주장이다. 이는 집값 하락으로 인하여 나타났던 현상을 임차인의 피해(월세 전환)로 비틀어서 결국 임대인을 보호(집값을 떠받쳐야한다)해야한다는 식의 이상한 논리로 비약하는 억지 주장이다.

6년전 3억 전셋집의 전세금은 4억 5천이 되었고, 당시 5~6억이던 주택 매매가격은 15억 원을 호가하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걱정없이 편안하게 전세를 주고 그 전세금으로 또다시 주택을 구입하여 계속 가격을 올리고, 불안감을 이기지 못한 2030젊은이들의 영혼을 끌어모은 추격 매수로 계속 가격이 올라가는 현상은 임대인과 임차인간의 심각한 자산 격차와 불균형을 초래하는데다 가계부채비율을 높여 국가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 뻔히 예상되는 일인데, 임차인 보호를 위해 높을대로 높아진 부동산 가격을 유지하거나 계속 올려야한다는 것인가.

'부동산 시장과 주택 공급 조속한 정상화, 민간부문을 중심으로 주택 건설 급속히 감소,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이 외환위기 이후 최저수준으로 하락, 수급불균형에 따른 주택가격 앙등 및 서민 주거안정 저해 우려.'

위의 내용은 이명박 정부가 2009년 2월 주택공급 정상화를 위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추진하며 추진 배경으로 설명한 내용이다. 당시 보도자료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15%를 차지하는 건설업이 심각한 침체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주택 건설을 확대할 대책을 내놓고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부동산은 투자 대상이 아니었다. 미분양이 넘쳐났으며, 양도세와 취득세를 대폭 감면해주겠다고 해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집을 지어놔도 사는 사람이 없어서 미분양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었던 그 시기에, 놀랍게도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부동산 공급대책이었다.

사람들로 하여금 주택을 구입하게 하려면 해야할 일의 첫 번째가 바로 가격이 계속 오른다는 믿음을 갖게 하는 투기 심리다. 이명박 정부는 정확히 이를 간파하고 미분양이 넘치는 시기에 부동산 공급 대책과 함께 분양가상한제, 분양원가 공개 폐지를 제일 먼저 추진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미분양 해소와 민간건설업계의 자금난 해소를 위하여 환매조건부 미분양주택 매입제도, 자산유동화, 리츠, 펀드 등을 통하여 다양한 미분양 주택 투자상품을 지원하는 제도를 만들어주었고,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에 파격적 금리를 제시하며 가입 요건을 완화하고 대상을 넓혀주었다. 미분양이 나더라도 어떻게든 대책을 세워줄테니 걱정말고 지으라는 신호였다. 청약저축 가입을 유도해서 주택 수요로 흡수할 수 있는 대상을 넓혀놓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저금리와 함께 최경환의 '빚내서 집사라'는 정책으로도 쉽게 투기 심리가 타오르지 않자, 정부는 배고픈 민간 건설사들을 위하여 중산층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형 민간임대주택 뉴스테이 정책을 내놓았다. 그린벨트 해제, 토지수용권 부여, 세제 및 기금 지원, 용적률 상향 등 민간 건설사에 대한 각종 특혜를 담고 있는 월세 임대주택정책이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전월세가격 안정, 서민 주거 안정을 명분으로 하여 취등록세 감면, 양도세 면제 등의 혜택을 통하여 민간임대주택 공급 활성화, 다주택자의 미분양주택 구입을 유도하는 동시에 무주택자의 전세 자금 지원을 점점 확대하였다. 미분양 주택은 민간임대주택공급이라는 명분으로 다주택자에게 세제 혜택을 통하여 구입하도록 하고, 무주택자에게는 전세 자금을 지원함으로서 결국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공공자금이 전세제도를 통하여 다주택자들의 주택 구입 자금으로 유입되어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데 일조하게 되는 결과가 됐다.

주택 건설을 통하여 이익을 남기는 방법으로서 분양 방식은 수분양자로부터 모든 투입 비용 과 이익을 한번에 회수하므로, 투기심리가 팽배한 주택가격 상승기에 유용한 마케팅 방법이다. 분양가상한제 등의 규제만 없다면 실체도 불분명한 '시세'라는 이름으로 분양가를 정하고, 부동산 시장 호황기에 투기심리와 불안심리를 조장하여 분양으로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반면 박근혜 정부의 뉴스테이와 같은 임대 방식은 부동산 시장 침체기, 가격 하락 예상시기에 투기 수요가 가라앉았을 때, 장기에 걸쳐서 건설비용과 함께 수익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분양이 어려운 시기에 민간건설사의 수익구조를 염두에 두고 만들다보니, 상대적으로 기업형 임대주택 뉴스테이는 월세가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국토부는 부동산 시장의 호황기는 호황기 대로, 하락기는 하락기대로 상황에 따라 적절한 공급확대 명분을 만들고, 서민 주거안정 목표를 내세워서 부동산 건설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실로 여러 가지 수단을 갖고 있는 것이다.

'최근 3년간 서울아파트 공급은 연4만호로 과거대비 증가, 향후 3년간 공급도 이보다 높은 4.6만호 전망, 다만 2023년 이후에도 안정적 주택공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대응방안 마련 필요.'

위의 내용은 2020년 8월 4일 문재인 정부에서 발표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이다. 부동산 공급 정책이 부동산 경기 하락기에도, 과열기에도 항상 부동산 대책으로 등장한다는 사실은 국토부가 갖고있는 기본 철학과 방향성을 보여준다.

정부는 서민주거안정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부동산 공급 대책을 발표하지만 실상은 건설사와 다주택자 혜택이 전부다. 부동산 경기 하락기에는 미분양 해소의 수단으로 민간임대사업 활성화를 위한 각종 세제, 금융 지원책을 마련하여 다주택자 주택구매를 독려하고, 부동산 경기 과열기에는 실수요자에 대한 공급 확대를 명분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용적율을 높이는 등의 각종 혜택을 부여한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부동산 정책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부동산 경기 하강기와 부동산 경기 과열기라는 외부적인 여건의 차이만 있을 뿐, 구체적인 정책 내용의 디테일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공급 확대, 그린벨트 해제, 용적률 상향 등에서 사실상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챌 수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부동산 경기 하락기에 미분양 해소를 위하여 사용했던 민간임대사업자 활성화 정책을 부동산 경기 과열기 문재인 정부는 오히려 그 혜택을 확대했다는 점까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부동산 가격 하락기에 미분양 해소를 위한 다주택자 주택구입 장려 정책과 서민을 위한 전세 자금 지원은 결국 부동산 투기자금으로 유입되어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투기 수요가 계속적으로 유입되자, 공급이 부족하다며 공급확대정책을 가져왔다. 자금 여력이 안되는 수요자는 설사 무주택자라고 하더라도 실수요자가 아니다. 전세는 세입자에게 유리한 제도인 듯 보이지만, 부동산 가격 하락기에는 가격 하락으로 인한 위험이 세입자에게 모두 전가되는 위험이 큰 제도이며, 가격 상승기에는 전세자금이 부동산 투기자금으로 유입되어 부동산 가격을 더 상승시킨다.

부동산가격 하락기에는 자연스럽게 전세가 소멸하고 월세로 전환되면서 전세가격이 치솟았지만, 부동산가격 흐름이 하락세로 전환되지않은 상태에서 전세가격상승은 다시 부동산가격 상승을 부추길수있기에 더 위험성이 크다.

모든 제도와 정책은 동일한 정책이라도 외부의 여건과 결합하여 다른 효과를 나타낸다. 그래서 어떤 정책을 펴는지보다 어느 시기에 어떤 정책을 펴는지, 어떤 목표를 갖고, 무엇을 가장 최우선에 두고 정책을 설계했는지가 더 중요한지도 모른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국토부는 부동산 시장 여건에 관계없이 항상 일관되게 공급 확대 정책을 펴왔다는 것이다. 어쩌면 건설산업 부양과 공급확대 자체가 국토부의 정책 목표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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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흔

2004년부터 감정평가사로 활동하면서 많은 부동산 현장과 시민들을 만났습니다. 부동산시장에서 나타나는 가격은 현상이지만, 가격에는 적절한 자원의 배분과 사회의 가치의 문제를 담고 있습니다. 현상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나누고, 소통하고 싶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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