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청에 진정했지만..."직장 내 괴롭힘법은 실효성 없다"

['덕분에' 대신 괴롭힘 방지를②]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병원에서 작동하지 않는 이유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간호사 등 보건의료분야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덕분에'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간호사들의 노동환경은 바뀌지 않고 여전히 인력부족과 괴롭힘으로 고통 받고 있다. 작년 7월 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발효됐으나 간호사들이 일하는 현장은 바뀌지 않았다. 또한 서울시는 서울의료원에서 직장내괴롭힘으로 사망한 고 서지윤간호사에 대한 진상조사와 대책안을 권고했으나 이 또한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다. 이에 서울의료원 직장내괴롭힘에 의한 고 서지윤간호사사망사건 시민대책위와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행동하는간호사회가 공동으로 병원현장에서 간호사들이 체감하는 직장 내 괴롭힘의 실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변화 방향을 담은 글은 6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저는 경기권의 250병상 정도의 정신과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입니다. 마흔이 넘어 임상에 복귀했지만 중환자실에서 일 할 정도로 간호에 대한 열정과 보람이 있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병원은 행정부장과 간호과장이 부부 사이여서 병원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은폐와 조작이 너무나도 쉬웠습니다. 행정부장은 노동조합 결성을 하지 못하게 저를 단체 카톡방에서 배제시키고 직원들과 연대하지 못하게 감독했습니다. 간호과장은 병동에서 환자들에게 폭언과 욕설을 상시 내지르는 사람입니다.

병원에서는 같이 근무하는 간호사가 복통을 호소하는 미성년 여자환자를 의사 지시나 보고도 없이 안정실에 함부로 격리하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이러한 부조리한 행위에 대한 문제제기가 저에 대한 괴롭힘으로 이어졌습니다. 간호과장과 수간호사에게 이는 심각한 정신보건법 위반이자, 인권위와 보건소의 제재사항이라고 염려된다고 건의했다가 저는 두 달 간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노동청 감독관은 가해자의 편?

위 문제에 대해 노동청에 진정을 내고 난 후, 저는 외래 간호사로 부당전보 발령을 받았습니다. 직원과 외래 환자들이 다니는 복도에 의자 하나를 덜렁 주며 체온을 측정하라고 했습니다. 병원의 위법행위를 목격할 수 있는 병동업무에서 저를 배제시킨 뒤 간호사들만의 단체 채팅방에서도 쫓아냈습니다. '외래간호사는 병동 간호사 아니니 나가라'는 등 간호과장은 극심한 모멸과 수치심을 안겨주는 괴롭힘을 조직적으로 저질렀습니다. 결국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것이다"라는 원무과장의 사직종용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이후 저는 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 진정을 했습니다. 그런데 접수 받은 관할 노동청 감독관은 조사보다는 아무 말도 없는 저에게 "병원과 끝장을 보자는 거냐"며 이해할 수 없는 태도를 보였고, "직장 내 괴롭힘법은 실효성이 없으니 합의를 보라"며 앞장서서 합의를 종용하였습니다. 감독관은 귀찮아할 뿐 조사 의지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대화를 녹취하는 저의 핸드폰을 뺏어가서 직접 전원을 끄는 등 노동청이 병원 측을 대리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힘들게 찾아간 노동청 감독관에게서 저는 더 큰 상처를 받아야만 했습니다.

병원장은 저에게 직장 내 괴롭힘 보고를 받고도 무시하고, 오히려 가해자이자 방관자인 행정부장과 간호과장과 의논하라고 책임을 떠넘기더니, 제가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거짓경위서를 만들어 징계위원회를 열고 저를 부당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렇듯 병원은 해결의지 자체가 없으며 저를 문제 직원으로만 치부하며 내쫒으려는 2차 가해를 하고 있습니다.

그 후 저는 지방노동위에서 부당정직을 인정받고 복직하였지만 또다시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정직 3개월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후 중앙노동위에서 부당전보까지 인정받자 병원은 직원들을 동원하여 거짓 탄원서와 경위서를 작성하여 모함하는 등 괴롭힘의 강도를 높였습니다. 반성이나 개선의 의지는 전혀 없었습니다.

현재도 2차 부당정직 3개월에 대해 지방노동위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상처, 그리고 해결과정 중에 겪은 일들로 저는 너무 피폐해졌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이 되어 기뻤지만 직접 겪어본 해결과정은 말이나 글로는 다 옮길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살벌하고 깊은 고통이었습니다.

이러한 일들은 저에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닐 것 입니다. 많은 간호사들이 인력부족과 기존의 불합리를 답습하는 업무행태를 고수하고자 할 때, 집단 냉대와 따돌림 등 은근하고 티 나지 않는 조직적 괴롭힘을 당했을 때, 태움의 가해자 처벌은커녕 괴롭힘을 증명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나마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노동조합인데 중소병원은 노동조합을 만들기도 쉽지 않습니다. 때로는 지역 내 사업장을 관리 감독해야할 기관들과 사용자들과의 유착은 노동조합 결성을 더 어렵게 하기도 합니다.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사건 시민대책위와 고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공동대책위,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관계자들이 15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광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1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아산병원에 사과를 요구하고, 서울의료원에 재발 방지를 위한 권고안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괴롭힘 금지법이 작동하지 않는 병원 현장

언론 등에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많이 줄었다고도 하지만 피해 당사자인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은 육체적/정서적 가해가 정신건강의 훼손으로 이어지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습니다. 더구나 타인을 돌보는 업무를 하는 중에 동료들로부터 괴롭힘 당한 기억은 심각한 우울증과 불면증으로 제게 남아있어 현재도 정신과 치료중인 상태입니다. 따라서 병원 측이 직장 내 괴롭힘을 당당히 조직적으로 함부로 저지르지 않도록 사회적 감시를 통하여 제한되어야 할 일입니다.

저와 같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통 받는 분들에게 힘이 되고 싶습니다. 노동현장은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임을 증명 받아야 할 일이지 더 나은 방법을 제안하고 위법행위를 하지말자고 제안했다고 집단학대를 당할 곳이 아닙니다. 부당한 억울함을 지속적으로 당하며, 한마디 항변조차 할 수 없을 때 삶을 놓게 된다는 걸 저는 경험했습니다. 주변의 선량한 동료들에게 언제라도 닥칠 수 있는 것이 말 맞춤입니다. 이는 쉽게 집단 합리화를 하게 되어 설령 의견이 달라도 행정부장과 원무과장등 간호 관리자들에게 미움받을까봐 괴롭힘 당하는 사람을 편들지도 못하는 이분법적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직장 내 괴롭힘을 피해자가 입증하도록 하거나, 부당노동행위를 반복적으로 저지르는 사업장을 확인한 노동부조차도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소홀하게 처리하는 것은 피해자들을 힘 빠지게 합니다. 이러한 것을 시정해야 간호사들이 간호현장에서의 괴롭힘으로 삶을 놓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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