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건 "문재인 싫어하는 트럼프, 한국인들 끔직하다고 해"

<WP>에 기고..."한국계 부인 면전에서 한국 욕한 트럼프, 코로나19 사태엔 침묵"

"나와 부인 유미는 지난 4월 18일 아침 공항에서 마스크를 쓰고 기다리고 있다. 마침내 보잉 777기가 볼티모어-워싱턴 국제 마셜 공항에 도착했다. 승객이 한명도 탑승하지 않은 대한항공이 볼티모어 공항에 착륙한 것은 처음이었다. 5명의 승무원들이 서울에서 14시간을 날아왔다.

"축하해, 여보." 조종사가 엔진을 끄자 나는 유미에게 말했다. "당신이 많은 생명을 구하는데 도움을 줬어요."

비행기에 50만 개의 (한국산 코로나19) 진단 키트가 실려 있었다."

래리 호건 미 메릴랜드 주지사가 1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실패를 비판하는 글을 기고했다. 공화당 출신 주지사이지만 그는 트럼프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방침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플로리다, 오클라호마, 텍사스 등 다른 공화당 주지사들과 입장을 달리했다. 덕분에 메릴랜드는 최근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폭증하지 않고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에서 관리를 하고 있다.

호건 주지사의 기고문 제목은 '홀로 싸우기'(Fighting alone)다. 연방정부 차원의 리더십이 부재하다는 것은 미국의 코로나19 대응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독감'과 비교하며 줄곧 대수롭지 않은 일로 치부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응을 사실상 주 정부에 떠넘겨 버렸다. 그러다보니 주지사들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마스크 착용과 같은 기본적인 예방조치에서부터 봉쇄정책이라는 결정적인 행정조치까지 제각각이었다. 그러다보니 바이러스가 초기에는 뉴욕 등 동부지역을 중심으로 폭증하다가 최근에는 플로리다, 애리조나, 텍사스, 캘리포니아 등 서남부 지역으로 '핫스팟'이 이동했다. 사실상 미국 전역에서 바이러스가 통제하기 힘든 수준까지 확산됐다는 것이 보건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이런 '전국적 확산'의 궁극적인 책임은 트럼프 정부에 있다는 것도 정치에서부터 보건의료에 이르기까지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지점이다.

50개주 주지사들의 모임인 전미주지사협회 회장인 호건은 이 문제에 대해 직접 경험한 일들을 바탕으로 트럼프가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없는지에 대해 폭로했다. 그는 WP의 기고문에서 지난 2월 7일 워싱턴DC에서 있었던 공화당 주지사협회와 트럼프와의 만찬에서 일화를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는 한시간 가량 연설하면서 코로나19에 대해 한 마디도 발언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트럼프는 자신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얼마나 존경하는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골프 회동을 얼마나 즐기는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얼마나 잘 지내는지에 대해 이야기 했다. 이들에 대해서는 호감을 갖고 있는 트럼프가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는 악평을 쏟아놓았다고 한다. 최근 발간된 심리학 박사이자 조카인 메리 트럼프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나르시스트"이자 "소시오패스"라고 분석하면서 이런 성향 때문에 푸틴, 김정은 등 독재적 성향의 지도자들에게 호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 대목이 떠오르는 발언이다.

호건은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을 상대하는 것을 정말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한국인들이 끔찍한 사람들이라고 했다"며 "그는 왜 미국이 그동안 그들(한국)을 보호해왔는지 모른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우리에게 돈을 내지 않는다'고 불평했다"고 썼다.

호건에게 이런 발언이 매우 불편했던 이유는 그의 부인인 유미 호건이 한국계 미국인이기 때문이다.

"유미는 대통령이 자신의 모국을 향해 욕설을 퍼부을 때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나는 그녀가 감정이 상했고 화가 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난 그녀가 그 자리에서 나가기를 원한다는 걸 감지했다. 하지만 그녀는 조용히 거기에 앉아 있었다."

호건은 이날 만찬 이후 자신이 한국에서 코로나19 진단 키트를 들여오기 위해 이수혁 주미한국대사 등 한국 정부의 도움을 받았던 과정에 대해 상세히 밝혔다. 그는 메릴랜드의 이런 노력에 대해 대통령이 '축하'를 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정반대로 트럼프는 이를 비난했다. 트럼프는 미국의 코로나19 진단 능력이 충분하다면서 "메릴랜드 주지사가 마이크 펜스(부통령이자 코로나19 대응 TF 책임자)에게 전화를 걸었으면 돈을 아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비아냥 거렸다.

그러나 트럼프의 이런 주장은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최근 전 백악관 비서실장 출신인 믹 멀베이니는 자신의 아들이 코로나19 증상으로 검사를 받았는데 일주일 가까이 진단 결과를 기다려야 했으며, 딸이 조부모를 방문하기 전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고 했지만 대상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검사조차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2015년부터 메릴랜드 주지사로 일하고 있는 호건은 최근 2024년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미 호건(앞)과 래리 호건ⓒ워싱턴포스트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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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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