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6개주에서 코로나 다시 증가세...통제 불능 위기 고조

공화당 내에서도 “트럼프, 마스크 제발 써달라” 요청

6월 마지막주,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난주에 비해 감소했다고 보고한 곳은 2개주(코네티컷, 로드아일랜드) 뿐이다. 플로리다, 텍사스, 캘리포니아 등을 포함한 36개주에서 코로나19 환자 발생이 급증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은 하룻동안 신규 확진자가 4만173명 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CNN이 28일 보도했다.

특히 플로리다주는 확산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빠르다. 신규 확진자가 27일에 9585명, 28일에는 8530명 증가했다. 이는 미국에서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심각했던 뉴욕주가 지난 4월 정점을 찍었을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 CDC(질병관리본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이런 숫자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고 한다. CDC는 코로나19 감염 건수가 실제 보고된 것보다 6배에서 24배 정도 많을 수 있다고 밝혔다.

28일 오후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250여만 명, 사망자는 12만5000여 명을 기록하고 있다. 알렉스 아자르 미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CNN과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코로나19를 통제하기 위한 '창문'이 닫히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텍사스 등 12개주 경제재개 계획 보류...젊은층 중심으로 감염 확산

최근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플로리다, 텍사스, 애리조나 등 남부지역은 트럼프 정부의 정책에 발맞춰 4월말부터 서둘러 경제활동을 재개했던 곳이기도 하다. 최근 환자가 다시 늘어나면서 12개주에서 경제재개 계획을 중단하거나 철회하기로 했다.

제이 인슬리 워싱턴주지사는 지난 27일 일부 카운티에서 정상적인 활동으로 복귀하는 것을 의미하는 '4단계'로 진입하려던 계획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그렉 애보트 텍사스주지사도 지난 주 "모든 텍사스인들이 마스크를 쓰고, 정기적으로 손을 씻으며, 다른 사람들과의 사회적으로 거리를 두면서 코로나19 확산을 늦출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해달라"고 당부하면서 당분간 경제 재개 단계를 조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최근 신규 환자 발생이 20-3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지사들은 젊은이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 기본적인 예방 수칙을 지켜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지사는 "많은 젊은이들이 코로나에 감염돼도 자신들은 증상이 없거나 가벼울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이기적인 사고방식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플로리다에서도 18세에서 35세 사이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신규 감염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여전히 마스크 착용은 거부...백악관 예방조치는 강화

이처럼 코로나19 사태가 다시 심각해지자 백악관은 지난 26일 거의 두달 만에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을 열었다. 하지만 이날 TF단장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서로 다른 '메세지'를 전달하는 등 정부 내 혼선만 노출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우리는 주목할만한 진전을 이뤘다"며 "(사태 초기엔) 미국인 150만~220만 명이 죽을 수 있다는 보고를 받았지만, 사망자를 10만~24만명 수준으로 낮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파우치 소장은 "어떤 지역은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경제활동 재개가 너무 빨랐을 수도 있다"며 "일부 지역의 확산세가 멈추지 않으면 결국 다른 지역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처럼 상황이 심각해지자 마스크 착용을 정치적인 문제로 비화시킨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을 처음부터 부정해온 트럼프 정부 입장에서 마스크 착용은 그 심각성을 인정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초기부터 연방정부 차원의 지침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3월말 사태가 심각해지자 CDC에서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고 나섰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은 마스크를 쓰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처럼 대통령이 보건당국의 지침을 거부하고 나서자, 이에 동조하는 일부 미국인들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고 있다. 미국 사회에서 '마스크 착용=반 트럼프=민주당 지지자'로 정치적 의미가 부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고 있고, 아자르 복지부 장관은 CNN과 인터뷰에서 매일 코로나 검사를 받는 특수한 상황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트럼프가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화당 내에서도 상황이 더 이상 악화되기 전에 대통령이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공화당 라마르 알렉산더 상원의원(테네시)은 CNN과 인터뷰에서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이 대통령을 존경하고 그의 선례를 따를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적절한 시기에 마스크를 착용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마스크가 도움이 되는 좋은 방법임을 상기시켜준다면 힘의 상징이 될 것"이라며 "이는 또한 정치적 논쟁을 없애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스크를 거부하며 '강한 모습'을 연출하려 애쓰지만 대통령 관련 방역 조치를 강화하는 등 실제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크게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CNN은 27일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러스가 퍼진 지역을 방문할 경우, 백악관 경호팀과 의료팀은 대통령이 방문할 예상 장소를 들러 사전 검역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이 사용할 화장실은 사전에 소독까지 이뤄진다고 한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 접촉하는 모든 백악관 직원들은 사전에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확인받아야 한다. 최근에는 백악관 소속 직원 중에 3번째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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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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