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까지 수도권 집값 동향을 보면 서울 강남은 미약한 하락, 강북은 소폭 상승이었고, 경기도와 인천은 급등세였다. 그 결과 문재인정부에서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전 지역이 골고루 급등하였다.
30대를 만나면 "내집 마련은 평생 불가능한 꿈이 되었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는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다.
30대의 내집 마련은 "불가능한 꿈"
그런데 6월 들어 수도권 집값에 이상 기류가 감지된다. 서울 강북과 경기도, 인천은 여전히 강세인데, 강남 아파트마저 꿈틀대기 시작했다. 강남아파트의 선행지수라 할 은마아파트 가격이 전 고점에 바짝 다가섰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강북과 경기도의 아파트 가격이 급등해서 강남아파트와 가격 차이가 좁혀졌다. 강남아파트가 싸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더욱이 전세가마저 상승세로 돌아서자 "갭투자"에 유리한 여건이 조성된 것도 상승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이런 상황을 접하고 의아해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총선에서 압승한 집권당이 강력한 부동산규제를 시행할 것이다"는 류의 기사가 자주 눈에 띄고, 실제로도 이런저런 규제가 발표되기도 한다. 더욱이 코로나 사태로 체감경기는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집값만 급등하는 것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사람들이 많다.
서울집값 또 다시 상승 전환할까?
여기에 대해 언론에서 내놓는 대답은 하나다. 코로나 사태로 정부와 한국은행이 돈을 많이 풀어서 그 돈이 부동산으로 몰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1, 2차에 이어 3차 추경을 통해 35조원이 더 풀릴 것이라는 뉴스가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이는 집값상승을 설명하는 이유 중 하나일 뿐이고, 가장 큰 이유도 아니다.
모든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므로, 서울주택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보면 답을 알 수 있다.
투기수요는 쌩쌩하게 살아있는데, 30대를 중심으로 실수요도 강하게 살아나고 있다. 지난 3년간 서울집값 급등으로 내집마련의 꿈을 미뤄왔는데,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주택구입에 나선 것이다.
왕성한 수요에 비해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매년 약 3만채 주택이 서울에서 신규로 공급되는데, 이는 30대의 실수요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물량이다.
서울 다주택자의 '투자 목적 주택' 80만채
신규공급보다 더 중요한 공급은 기존 주택이 매물로 나오는 것이다. 특히 지난 3년처럼 실물경기는 나쁜 상황에서 집값이 급등하면, 다주택자들이 소유한 '투자 목적 주택'이 매물로 나오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그 물량이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가 6월까지 주택을 매도하는 다주택자들에게 양도세 중과를 면제해주겠다고 했지만, 매물 출회는 미미했다. 다주택자들이 투자 목적 주택을 매도하지 않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통계청의 '2018년 주택소유 통계'를 보면, 서울의 경우 다주택 가구는 52만 가구이고, 그들이 소유한 주택은 약 132만채다. 자신들이 거주하는 주택 외에 투자 목적으로 소유한 주택이 약 80만채다.
이 80만채가 매물로 나오느냐 아니냐에 따라 서울집값이 하락하느냐 안 하느냐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80만채 중 44만채가 임대주택 등록
국토부가 매달 '임대주택 등록 현황'을 발표하는데, 2018년 말 현재 서울에 등록된 임대주택은 약 44만채다. 임대사업자란 다주택자들이고, 임대주택은 그들이 거주하지 않는 '투자 목적 주택'이라 할 수 있다.
통계청과 국토부 자료를 토대로 이런 결론에 도달한다. 서울에서 다주택자가 소유한 투자 목적 주택 80만채 중 44만채가 임대주택으로 등록되어 있다.
그러므로 임대주택이 매물로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 다주택자 매물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실로 우둔한 자의 헛된 기대라 할 것이다.
'주택투기에 꽃길 깔아주는' 임대사업자 세금특혜 정책
서울대 이준구 명예교수는 그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현행 임대주택제도를 "주택투기에 꽃길을 깔아주는 제도"라고 평가했다. 국토부 장관이 열렬히 홍보하는 "임차인의 주거안정 효과"에 대해서도 "임대사업자에게 특혜를 줌으로써 임대주택 공급을 늘린다는 것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어불성설"이며, "긍정효과가 거의 0"이라고 일갈했다.
그런데 재산세와 종부세를 1원도 안 내게 해주고, 양도소득세와 임대소득세마저 대폭 감면해주고 있으니, 이는 "우리 조세 역사상 전무후무한 세제 특혜 제공"이라고 질타했다.
이런 어마어마한 세금특혜를 주고 있으니 웬만한 집값규제책을 내놓아도 임대주택을 매도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집권세력은 악법 중에서도 최악의 악법인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 특혜'를 폐지하지 않겠다고 한다.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도 두 번밖에 안 통해
문재인정부와 집권세력은 다양한 집값규제 정책을 내놓으며, 서울집값을 잡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심어주려고 애쓰고 있다. 최근에는 "전월세 무한연장법"을 제정하겠다고 하여, 언론의 시선을 끌고 있다. 보수언론의 비판과 반대가 심하면 심할수록 일반국민에게는 정부의 집값안정 의지가 강력하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도 있다.
서울집값이 들썩이자 홍남기부총리가 대책회의를 열고 "집값상승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구두경고를 하는 모습도 큰 제목으로 보도된다. 그러나 설사 더 많은 규제가 시행된다고 해도 엄청난 세금특혜를 포기하고 임대주택을 팔려는 다주택자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집권세력이 또 추가규제를 거론하는 것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든다. 그들이 의도하는 바는 서울집값 하락이 아니라 "집값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모습을 국민에게 심어주려는 것 아닐까?
그러나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도 두 번까지밖에 통하지 않았던 것은 비단 우화 속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집값하락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 행동에 나설까?
서울집값 폭등 때문에 수없는 밤을 뜬눈으로 새워야 했던 무주택자들 중 그 원인이 무엇인지 알게 된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다음 카페 '집값하락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 서울집값이 하락하지 않는 것은 임대사업자 세금특혜 때문이라고 진단하는 글이 많다. 그 세금특혜를 유지하면서 내놓는 규제정책들은 "곁가지 정책"에 불과하다고 평가한다.
오늘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글에는 "코로나 잡는 거 보면 능력없는 정부는 아닙니다. 집값 안 잡는 건 정권의 핵심이 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라는 정곡을 찌르는 문구도 있다.
어쩌면 이런 불만이 수면 위로 폭발할 시기가 멀지 않은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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