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K까지 트럼프 지지자로 등장...트럼프 "대규모 유세하겠다"

[2020 美 대선 읽기] 지지율 하락에도 트럼프는 여전...음모론 + 유세 강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 불황, 조지 플로이드 사망 이후 전국적으로 확산된 항의 시위 등 3중의 위기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6월 들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대선후보 선호도 격차도 두 자릿수로 벌어진 것으로 조사된 여론조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8일 발표된 CNN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와 바이든의 지지율 격차는 14%p, 9일 발표된 워싱턴포스트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와 바이든의 지지율 격차는 10%p로 조사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자신의 정치 스타일을 고집하고 있다. 자신에게 불리한 사건들에 대해서는 근거 없는 '음모론'을 주장하고, 더불어 야당과 언론에 대한 불신과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이처럼 자신이 만들어낸 가상 현실 속에서 '피해자'로 둔갑한 대통령은 자신의 열성 지지자들에게 '적'들을 상대로 자신을 지켜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유효했던 전략을 4년 뒤 재선에서도 마찬가지로 핵심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밋 롬니 상원의원, 콜린 파월 전 국무부장관 등 온건 보수세력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다.

하지만 분열과 갈등이 아닌 통합과 화합의 메시지로 선회할 경우 자신의 충성스러운 지지자들인 '알트 라이트'(대안 우파)가 돌아설 것이기 때문에 트럼프에겐 선택지가 없다. 아직도 대선이 5개월이나 남았기 때문에 자신의 최대 장점인 대중 동원 유세를 통해 '집토끼'를 단속하고, 그들이 '새 친구(신규 유권자)'를 데려오기를 기대하는 것이 유일한 돌파구로 보인다.

트럼프, 다친 70대 시위자에 "설정"이라며 음모론 제기...쿠오모 지사 "무책임하며 비열한 발언"

트럼프는 9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지난 4일 뉴욕에서 시위 도중 경찰에 밀쳐 넘어져 크게 다친 70대 노인에 대해 "설정"이라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앞서 75세의 마틴 구지노는 플로이드 사망 사건 관련 항의 시위에 참석했다가 경찰이 밀어 아스파트 바닥에 머리를 부딪혔다. 맨 바닥에 부딪혀 머리 부위에서 피가 심하게 흐르는 데도 경찰들은 그를 구조하지 않고 옆으로 지나갔고, 당시 상황을 찍은 영상이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되면서 경찰 폭력에 대한 비판이 또다시 제기됐다.

이처럼 영상을 통해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트럼프는 당시 구지노가 "내가 보니 그는 밀쳐진 것보다 더 세게 넘어졌다"며 "설정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구지노가 '안티파(anti-fa, 극좌파)' 선동가라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는 '안티파'가 플로이드 사망 관련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면서 이들에 대해 "테러 집단으로 지정하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는 "머리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이 꾸며진 것이라고 생각하냐"며 "얼마나 신중하지 못하고, 얼마나 무책임하며, 얼마나 비열하고, 얼마나 상스러운 발언이냐"고 비난했다.

▲ 지난 4일 뉴욕에서 시위 도중 경찰이 밀쳐서 아스팔트 바닥에 쓰러진 75세 노인의 모습. 트럼프는 그가 '안티파'로 일부러 넘어졌다고 주장을 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큰 요구가 있다. 내주께 유세 다시 시작할 것"...8월 대규모 전당대회 고집

트럼프는 또 이날 유세 재개를 주장하는 보수 성향 언론인의 트윗을 리트윗하며 "큰 요구가 있다"며 "조만간 다시 시작할 것이다. 아마도 다음 주!"라고 밝혔다.

앞서 8일 트럼프 재선 캠프는 성명을 내고 "미국 국민은 다시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그렇다"며 "'위대한 미국의 귀환'은 실재하는 것이며 집회는 엄청날 것이다. 여러분은 '졸린 조 바이든'(Sleepy Joe Biden, 트럼프 진영에서 바이든을 폄훼하는 표현)은 꿈에 그리기만 할 정도의 군중과 열정을 다시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지난 3월 2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연설을 한 것이 마지막 대중 유세였다. 아직 대중 유세를 재개할 장소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대중집회 시작에 앞서 트럼프 재선캠프는 지역별로 선거 활동가를 중심으로 지지세를 확장을 꾀하고 있다. 열성 지지자들이 비슷한 정치 성향을 가진 신규 유권자들이 적극 투표에 참여하도록 주위 사람들을 독려하는 방식으로 '물밑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트럼프는 유세를 통해 대중들을 동원하는 전략에서 매우 중요한 8월 전당대회를 코로나 사태 이전과 마찬가지로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로 진행하려고 한다. 민주당은 당초 7월 중순으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한 달 미뤄 8월 17일께로 연기했고, 현장 전대 대신 화상 전대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장 전대를 고집하고 있는 트럼프는 당초 전대가 열리기로 한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민주당 출신인 로이 쿠퍼 주지사와 갈등을 빚었다. 쿠퍼 주지사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감안해 참석 인원을 대폭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최근 전당대회 장소를 공화당 주지사가 있는 주로 옮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지지자들, 시위 현장에 차 몰고 돌진 등 과격 행동

한편, 트럼프 지지자들은 인종차별 항의 시위 현장에 차를 몰고 돌진하는 등 '과격 행동'을 통해 트럼프 주장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7일 버지니아주 리친모드 레이크사이드 시위 현장에 한 백인 남성이 트럭을 몰고 돌진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차량에는 트럼프를 응원하는 문구, 총기 소유를 옹호하는 문구 등이 적힌 깃발이 꽂혀 있었다고 한다. 8일 ABC 방송 보도에 따르면, 이 남성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자신이 백인우월주의 테러단체인 큐클럭스클랜(KKK) 지도자 중 한 명이라고 주장했고, 검찰은 그의 진술과 SNS 계정 등을 토대로 그를 KKK 리더로 간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힐> 보도에 따르면, 뉴저지주의 한 백인 트럼프 지지자가 플로이드 사망을 조롱하는 듯한 액션을 취하면서 시위대를 향해 고함을 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으로 논란이 일고 있기도 하다. 이 남성은 플로이드를 사망에 이르게 한 무릎 꿇기 자세를 취하면서 시위대를 향해 소리를 지르고 있는데, 뒤편에는 트럼프 지지 현수막, "모든 생명이 중요하다"라는 문구가 적힌 깃발 등이 보인다. 이는 플로이드 사망 사건과 관련해 핵심적인 구호로 떠오른 "흑인들의 생명이 중요하다"는 문구를 부정하는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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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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