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은 국가 영토내 일정부분을 구성하는 작지만 꼭 필요한 세포같은 존재다. 그런데 마을은저출산 고령화로 병들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귀농귀촌 정책과 농촌정책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농업에 대한 산업으로서의 기능이 약화되면서 점점 더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마을내에 마을주민들간 자립을 위한 자치활동이 더 강화되어야 한다.
말모이라는 영화 대사중 ‘한사람이 열걸음 가는 것보다 열사람이 한걸음 가는 것이 더 좋다.’고 한다.
마을에서도 주민들이 함께 일정한 곳을 향해 가려고 하는 방향성을 갖고 협력이 이루어질 때 뜻한 바를 이룰 수 있다. 사람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렇게 많지 않다. 뜻있는 일을 하는 일은 더 그렇다.
지난 2001년 초 개봉된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 톰 행크스, 헬렌 헌트와 더불어서 닉 서시 주연의 <캐스트 어웨이(Cast Away)>에서 이를 뼈저리게 확인할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바쁜 사람인 것처럼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시간에 얽매여 살아가는 남자 척 놀랜드(톰 행크스 분)의 이야기다.
일분 일초도 허투루 쓰지 않는 유명택배회사의 간부인 그는 여자친구 캘리 프레어스(헬렌 헌트 분)와 깊은 사랑을 나누지만 막상 함께 할 시간은 가지지 못한다. 크리스마스이브, 캘리와의 로맨틱한 데이트를 채 끝내지도 못한 그에게 빨리 비행기를 타라는 호출이 울리고 둘은 연말을 기약하고 헤어지게 된다.
캘리가 선물해준 시계를 손에 꼭 쥐고 택배회사 전용 비행기에 올랐는데, 착륙하기 직전 사고가 나고, 기내는 아수라장이 된다. 그의 몸을 때리는 파도. 눈을 떠보니 완전 딴세상이다.
아름다운 해변과, 무성한 나무, 높은 암벽이 눈앞에 있다. 아무도 살지 않는 섬에 떨어진 것을 알게 된 척은 그곳에서의 생존을 위해 이전의 모든 삶을 버리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외롭게 살아 간다.
그렇지만 캘리에 대한 사랑만을 마음속에 간직한 채 그녀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4년 후 고립된 섬에서 1500일이나 되는 시간을 사랑으로 이겨낸 척. 어느 날, 떠내려온 알루미늄판자 하나를 이용해 섬을 빠져나갈 방법을 생각해내고 자신이 가진 모든 물건을 이용하여 뗏목을 만든다.
섬에 표류한지 4년 만에 거친 파도를 헤치고 탈출을 감행한다. 결과적으로 사회로 다시 돌아오지만 4년간 고립된 섬생활에서 주인공의 모습은 동물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현대판 로빈슨 크로스라고 할 수 있는 캐스트어웨이는 살아남겠다는 의지와 특정 대상을 향한 사랑과 희망이 인간에게 거대한 힘을 부여해주는 극적인 내용이다.
인간이 인간인 것은 우리가 사회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을은 그 축소판이다. 마을을 이해하는 일은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일이기도 하다. 조너선 하이트(Jonathan Haidt)는 그의 책에서 인간의 본성이 90%는 침팬지, 10%는 꿀벌과 같다는 주장을 한다.
영장류의 경우 주변인과 벌이는 끊임없는 경쟁속에서 그 마음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알고 보면 사회생활이라는 게임에서 승리한 이들이 길이길이 대를 이어 나온 자손인 셈이다.
우리가 꿀벌과 같다는 것은 초사회적 존재의 경우, 다른 집단과의 끊임 없는 경쟁 속에서 그 마음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알고 보면 우리는 이 집단적인 마음을 통해 서로 단결하고 협동한 조상들, 그리고 다른 집단을 경쟁에서 제친 조상들의 자손인 셈이다.
조건이 적절하게 갖추어질 때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는” 마음상태에 들어갈 수 있다. 그 상태에 들어가면 집단 내에서 자신의 지위를 향상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진정으로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인간이 동물이 아니라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꿀벌과 같은 집단성이 있어야 한다. 마을자치는 더 그렇다.
마을자치는 남을 위한 일이 아니다. 나를 위한 일이다. 내 가족과 가정을 지키기 위한 일이다. 한비자의 “서로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일하다 보면 상대방을 책망하게 된다. 자신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일하면 책망하는 마음을 없앨 수 있다”라는 주장은 마을 일에서 중요하다.
마을일이 나를 위한 일이라는 생각이 이웃과 함께 이루어질 때 마을자치는 제자리를 잡게된다.
마을에서도 좀 더 여유가 있고 지혜로운 사람이 리더가 되어야 한다. 어려운 농촌마을일수록 더 열정이 있고 희생하는 마음을 가진 지혜로운 분이 리더가 되어야 한다. “신하는 자신의 몸을 해치면서까지 나라를 이롭게 하지 않고 군주는 나라를 해치면서까지 신하를 이롭게 하지 않는다. 이렇듯 군주와 신하는 계산에 따라 합쳐지는 관계이다.” 마을자치도 같다.
왕권국가에서도 군주와 신하는 마음이 다른 것처럼 마을에서 리더와 주민들의 마음은 다를 수밖에 없다. 리더가 사사로운 마음으로 부하 직원들의 환심을 사면 안 되듯이 주민들에게도 마을에 대한 사사로운 마음을 기대해선 안 된다.
마을주민들이 그 마을에 충실하게 되는 것은 자신에게 이로움이 있을 때이며, 이것이 한비자가 누차 강조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 모습이다.
사람마다 꿈이 다르다. 마을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이들은 직업상의 성공을, 어떤 이들은 가정의 행복을 바란다.
하지만 인생 성공에 필요한 뇌의 작동원리는 동일하다고 한다. 인생의 주인이 되려면 우리의 ‘생각에 대한 생각(메타인지, metacognition)’이 필요하다. 시간을 내어 우리의 생각을 자주 더 자세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전쟁과 같은 현실을 살면서 우리가 가려는 인생의 목적과 방향에서 운전자이거나 승객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가고 싶은 곳으로 마음껏 떠나는 운전자가 되겠는가 아니면 운전자가 결정한 곳으로 떠나는 승객이 되겠는가?
우리는 인생에서 발생하는 것들의 노예가 아니라 인생을 바꾸는 주인이 되어야 한다. 마을자치의 운전자가 되려면 확실한 마을네비게이션이 필요하다. 마을계획이다. 이웃 주민들과 합의된 계획이 필요하다.
우리는 현재를 살면서 병사나 희생자가 아니라 지휘관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진정 바라는 마을에서 살려면, 우리의 성공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똑바로 알아야 한다.
마을이 당면한 일을 다르게 처리할 수 있는 길은 없는 걸까? 고민이 필요하다. 혼자서는 지휘관이나 운전자가 될 수 없거나 불필요하다. 지휘관도 병사가 있을 때, 가능하고 운전자도 승객이 있어야 한다.
인생길 운전자가 되려면,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뛰어난 비즈니스 리더들의 핵심적인 정신적 특징은 바로 비전, 꿈 제시였다. 이웃과 함께 꾸는 꿈 말이다.
Edwin Locke는 원동력(The prime movers)에서 스티브잡스, 샘월튼, 잭웰치, 빌게이츠, 월트디즈니, J.P 모건 등 위대한 기업리더들의 특징을 앞을 내다보는 능력, 비전제시라고 보았다.
훌륭한 리더들이 지닌 능력은 어떠한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결코 흔들리지 않는 비전”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마을도 마찬가지다. 마을주민들이 공감하는 사업계획이 필요하다. 주민들의 마을살이에 불편한 요소들을 찾아 이웃과 함께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마을자치다.
마을자치를 추진할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중장기적 사업계획으로 만들어 추진하면 마을주민들의 꿈은 더 빨리 이루어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마을리더의 통찰력과 실행력이 잘 결합하여야 한다. 시도 광역단체와 시군 기초단체에서 현재 진행 중인 마을공동체 사업은 마을사업을 인큐베이팅하기 위한 마중물 사업들이다.
이러한 노력은 우리 사회에 풀뿌리 마을 공동체 육성을 통해 지역간 마을간 격차해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마을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국가나 지방정부가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 보다 더 잘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마을이라는 장소성이 우리 삶을 지켜줄 때 가능하다. 이미 어디에 살고 있느냐에 따라 신분 구분이 가능할 정도로 우리사회의 지역간 마을간 격차가 크다.
개인의 삶도 마을이라는 장소성이 온전할 때 더 완성도가 높아진다. 마을의 유무형의 자원은 내가 사는 마을에서 내가 숨 쉬고 사는 내 집을 포함한 곳이기 때문이다.
더 행복한 마을, 더 잘사는 마을을 만드는 일은 마을 리더의 비전제시가 주민들과 함께 꿈꾸는 마을의 계획속에 보다 실천적인 전략을 제시할 때 가능하다. 더 행복한 마을 만들기는 이웃과 함께 행복한 꿈을 실천하여 만들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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