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교회 가려고 평화 시위대에 최루탄·고무총 쏘게 하다

트럼프 "수천명 군인, 경찰 동원해 질서 잡겠다"...플로이드 가족 측 "부검 결과 질식 살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자신이 "법과 질서의 대통령"이라고 선언하는 순간 백악관 인근에서 평화 시위를 벌이던 시위대에 경찰이 쏜 최루탄과 섬광탄, 고무탄이 쏟아졌다. 트럼프는 경찰력을 동원해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킨 뒤 전날 시위 과정에서 불에 타서 일부가 훼손된 성요한교회를 방문해 기념 사진을 찍었다.

트럼프 "중무장한 군인, 경찰 동원해 질서 바로 잡겠다"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대통령으로서 나의 첫번째이자 가장 높은 의무는 위대한 조국과 미국 국민을 지키는 것"이라면서 "나는 미국의 법을 지키겠다고 맹세했고 그것이 바로 내가 할 일"이라고 선언했다.

지난 달 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데릭 쇼빈 등 경찰 4명이 진압 과정에서 행사한 폭력 때문에 사망한 사건 이후로 이날까지 미국 전역에서는 인종차별을 비판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항의 시위가 1일 140여개 도시로 번졌고, 시위 과정에서 경찰에 체포된 인원도 4400여 명으로 늘어났다.

미니애폴리스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한 항의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게된 것은 트럼프가 지난달 29일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면서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이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인종적 갈등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항의시위에 대해 "수천명의 중무장한 군인, 경찰, 법 집행관들을 배치해 질서를 잡겠다"면서 대통령의 특권을 총동원해 시위를 종식시키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앞서 오전에 전국의 주지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 시위에 강경 대응을 하라고 주문하며 연방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앞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는 의료 장비 부족 사태 등에 대한 주지사들의 지원 요청에 대해선 냉담한 반응을 보였던 것과는 대조적인 태도다.

트럼프, 평화 시위대에 고무탄 등 발포한 뒤 교회 방문

트럼프가 이같은 연설을 하는 동안 백악관 밖에서는 경찰이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켰다. 이날 오후 6시 20분께부터 평화 시위를 벌이고 있던 수백명의 시위대 앞에 방패를 든 경찰, 말을 탄 경찰들이 도열하며 더 이상의 행진을 막아서며 해산 준비에 들어갔다.

20여 분간의 대치가 이어지다가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 고무탄, 섬광탄 등을 쏘며 해산을 시도했다. 맨몸으로 대치하던 시위대는 갑작스런 경찰의 공격에 대열을 유지하지 못하고 흩어졌다.

이어 트럼프는 시위대가 사라진 길을 지나 미국 대통령들이 1세기 넘게 사용하던 교회인 성요한교회를 방문했다. 이 교회는 전날 저녁 시위 과정에서 일부가 훼손됐고, 트럼프는 일부러 이곳을 방문해 '기념 사진'을 찍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1일 백악관 인근 시위대를 해산시킨 뒤 성요한교회로 가고 있다. ⓒAP=연합뉴스

'독립된' 플로이드 부검 결과 "질식시켜 살인"...검찰 측 부검 결과와 배치돼

트럼프는 지난 29일을 기점으로 시위대를 "폭도"로 칭하면서 이번 항의 시위가 "극좌파(안티파)"에 의해 조직, 확산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일찌감치 '정치적 대립 전선'을 그었다.

하지만 플로이드의 사망 경위에 대한 조사 과정을 통해 이번 사건의 진짜 문제는 '경찰 폭력' 이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문제는 인종적 편견이 작용하면서 특히 흑인 남성들에게 가중된다.

조지 플로이드 가족의 요청에 따라 실시된 독립적인 부검 결과 그는 현장에 있던 세 명의 미니애폴리스 경찰관이 자신의 몸에 가해진 압력의 직접적인 결과로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는 지난 주 헤네핀 카운티 검시소의 예비 조사 결과의 일부와 배치된다.

조지 플로이드의 가족을 변호하는 변호사들은 1일 독립적인 부검 결과를 발표했다. 플로이드의 변호사인 벤자민 크럼프는 "기도에 해를 끼치지 않았다"면서도 "데릭 쇼빈 뿐만 아니라 모든 경찰관들이 플로이드의 몸에 가한 압박이 플로이드의 죽음을 야기했다"고 밝혔다.

부검에 참여한 알레시아 윌슨 미시간 대학 부검 및 법의학 책임자는 "기계적 질식사(mechanical sumphyxia)가 사망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부검의들은 플로이드의 뇌와 목으로 가는 혈류를 차단한 것이 그의 죽음을 직접적으로 초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플로이드의 목을 누른 쇼빈 뿐 아니라 다른 경찰관 2명도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했다. 경찰관 2명이 등을 압박하면서 폐로 들어가는 기류까지 막았기 때문에 사망했다는 것이다.

이런 독립적인 부검 결과는 검찰의 예비 조사의 부검 결과와 상당 부분 배치되는 결과라는 점에서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검찰은 예비 조사 부검 결과를 바탕으로 플로이드가 쇼빈이 목을 누르기 이전부터 숨을 쉬는 것을 힘들어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무릎으로 플로이드의 목을 누른 쇼빈에 대해 '3급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

미니애폴리스 경찰, 2015년부터 목 누르기로 44명 의식불명 빠져

한편, 쇼빈의 '목 누르기'가 개인 일탈 행위라는 경찰 측의 설명과 달리 미니애폴리스 경찰들은 이전부터 용의자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자주 써왔으며, 이로 인해 여러차례 사고가 있었다고 NBC가 1일 보도했다.

NBC 보도에 따르면, 2015년 초부터 미니애폴리스 경찰국 소속 경찰관들이 44차례나 목 구속을 의식불명 상태에 빠뜨렸다. 미니애폴리스 경찰은 이 기간 동안 최소 237회 목 누르기를 썼으며, 용의자 및 다른 개인들이 의식을 잃었다고 경찰 기록 분석을 통해 밝혔다.

미니애폴리스 시 관계자는 쇼빈이 쓴 '목 누르기'는 미니애폴리스 경찰서에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이는 거짓 해명이었다. NBC는 "온라인에서 확인 가능한 미니애폴리스 경찰청의 정책 매뉴얼은 목 누르기 사용을 허용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프로토콜은 8년 이상 갱신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지난 31일 뉴욕의 항의 시위 모습. 미국에서 상당 수의 도시가 항의시위로 야간에는 통행금지가 시행 중이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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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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