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마스크 쓴 기자에게 "PC해"

미 코로나 사망자 10만 명 넘어섰는데 마스크 착용이 정치 문제로 비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마스크 착용을 정치적 입장 차이로 변질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26일(현지시간) 마스크를 쓴 기자에게 "정치적으로 올바르다(Political Correctness)"고 비꼬았다. 트럼프는 또 지난 25일 전몰 장병 추도일(미국 현충일)을 맞아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열린 기념행사에 마스크를 쓰고 참석한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비난하는 트윗을 리트윗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트럼프의 이런 행위는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마스크 착용을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변질시켰다는 점에서 매우 무책임한 태도로 보여진다.

미국은 27일 오후 코로나19 사망자가 10만 명을 넘어섰다. 확진자는 172만여 명으로 집계되는 등 이전에 비해 증가 속도는 줄었지만 여전히 확진자와 사망자가 무서운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마스크 안 쓴 트럼프는 마스크 쓴 바이든 조롱

트럼프는 25일 현충일 기념행사에 참석하면서 늘 그렇듯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이제까지 트럼프는 언론의 카메라가 있는 자리에서는 한번도 마스크를 쓴 적이 없다. 지난 21일 미시간주에 있는 포드 자동차 공장을 방문했을 때, 미시간 법무장관과 포드사에서 공식적으로 마스크 착용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장 안을 견학할 때만 잠시 마스크를 썼다. 트럼프는 이후 기자들을 만나는 자리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나타났다.

트럼프와 반대로 바이든은 현충일 기념행사에 검은 마스크를 쓰고 참석했다. 문제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상당수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마스크를 쓴 바이든의 모습을 조롱하는 게시물을 올리는 등 오히려 마스크 착용을 비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트럼프는 이런 지지자들을 설득하기는 커녕 이런 게시물을 리트윗하는 등 오히려 동조하고 나섰다.

트럼프는 또 26일 자신에게 질문을 하는 기자에게 질문이 잘 안 들리니 마스크를 벗고 하라고 권한 것에 대해 해당 기자가 "목소리를 더 크게 하겠다"면서 마스크를 벗지 않자 "정치적으로 올바르기를 원하는군"이란 반응을 보였다.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줄여서 PC라고 칭하기도 한다)'이란 인종, 성별, 종교, 성적지향, 장애 등과 관련해 편견이 담긴 언어 사용을 하지 말자는 입장을 말한다. 특히 다민족국가인 미국 등에서 정치적인 관점에서 차별, 편견을 없애는 것이 올바르다고 하는 의미에서 사용하게 됐다.

하지만 보수진영에서는 '정치적 올바름'이 전혀 다른 의미로 쓰인다. 다른 사람을 가르치려 들거나 도덕적인 우월감을 뽐내는 사람을 비난하는 용어로 통용된다. 트럼프는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정치적 올바름'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지난 21일 포드 공장을 방문했을 때 트럼프. 마스크를 착용했다가 벗어서 손에 쥔 채 다른 사람들을 향해 말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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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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