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 술집, 교회, 골프장...美 '봉쇄' 풀리자 몰려든 사람들

트럼프는 76일만에 '노 마스크'로 골프...코로나 사망자 10만명 코앞에

미국이 '전몰 장병 추모일'(메모리얼 데이, 현충일, 5월 25일)을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봉쇄를 상당 부분 풀었다. 완연한 봄에 맞이하는 축제로 여겨지는 현충일 연휴에 많은 주에서 그동안 폐쇄됐던 해변, 술집, 교회, 골프장 등 비필수 사업장이 문을 열었다. 지난 3월 중순부터 본격화된 봉쇄 정책이 거의 두달 만에 해제된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나는 예배당과 교회, 유대교 회당, 이슬람 사원을 필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소라고 확인한다"며 "일부 주지사는 주류점과 임신중절 병원이 필수적이라고 간주하면서 교회와 예배당은 제외했는데 이는 옳지 않다"면서 주말 종교 집회를 허용했다. 또 백악관은 코로나19 태스크포스 데버라 벅스 조정관의 자문을 얻어 현충일 연휴에 6피트(1미터80센티미터) 거리두기 등을 지키면 야외활동과 스포츠를 즐겨도 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두달여 만에 골프 즐겨...여전히 마스크는 안 써

▲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3일 버지니아에 있는 본인 소유 골프장에서 골프를 즐기고 있다. Ⓒ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기다렸다는 듯이 23일 자신이 소유한 버지니아주 스털링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골프를 즐겼다. '골프광'으로 알려진 트럼프는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3월 8일 이후 골프를 치지 못하다가 76일 만에 이날 처음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트럼프는 혼자 골프 카트를 몰고 이동했지만 마스크는 안 쓴 모습이 미국 현지 언론에 잡혔다.

또 트럼프는 현충일인 25일에는 알링턴 국립묘지와 볼티모어에 있는 매켄리요새 국립기념물 역사성지( Fort McHenry National Monument)를 방문할 예정이다. 또 오는 27일에는 플로리다주의 우주기지에서 유인유주선 발사를 참관하는 등 코로나19 사태로 자제했던 외부 행사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지난 4월 미국의 실업률이 14.7%로 한달 만에 10% 넘게 폭등하는 등 경제불황이 예고된 가운데 최대한 빨리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트럼프의 목표다. 그래야 오는 11월 대선에서 자신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예배 등 종교 행사가 집단감염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은 데도 "필수 서비스"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도 다분히 대선을 염두에 둔 메시지다. 지난 주 방문한 미시간, 이번 주 방문할 플로리다 모두 경합주(스윙 스테이트)로 대선에서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외부 행사 일정도 다분히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잡고 있다고 보여진다.

수영장 파티 후 코로나 확진...새벽 3시까지 손님들로 넘쳐나는 술집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대다수의 주에서 비필수 업종들도 문을 열었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지난 3월 13일 트럼프가 코로나19 관련 '비상사태'를 선언한 이후 두달 넘게 '자가 격리(스테이 엣 홈)' 상태에 있던 많은 미국인들이 연휴를 맞아 거리로 나왔다. 문제는 사람들이 몰린 유흥시설에서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 유지 등 주정부의 권고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24일 CNN 보도에 따르면, 지난 주말 미주리주 오자크 호수에 모여든 인파는 "지난 몇년간 현충일 연휴에 몰린 인파 중 가장 많은 수준이었다."(오자크 호수 내 로빈슨 리조트 관리직원 인터뷰) 또 이들 중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으며, 사회적 거리 두기도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 주말 미주리주 오자크 호수에 서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 ⓒCNN 화면 갈무리

실제 최근 아칸소주에서는 고등학생들이 참석한 수영장 파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여러 명 발생하는 일이 일어났다. 아사 허친슨 아칸소 주지사는 23일 이 사실을 공개하며 주민들에게 야외 활동시 코로나19 예방 수칙을 철저히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CNN은 이번 주말부터 식당, 술집 등도 영업 재개를 허가한 텍사스주에서는 새벽까지 유흥가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고 보도했다. 텍사스주 수도인 오스틴의 번화가에는 새벽 3시까지 젊은이들이 모여서 노는 장면이 트위터 등에 올라오기도 했다. 이들 사이에서도 마스크, 사회적 거리 두기 등 기본적인 예방 수칙이 무시됐다.

▲지난 주말 술집 영업을 재개한 텍사스 오스틴에는 새벽까지 많은 인파가 몰렸다. ⓒCNN 화면 갈무리

24일 오후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67만 여명, 사망자는 9만7000여 명에 달한다. 지난 4월말에 비하면 확진자와 사망자 수 증가 속도가 떨어졌지만 여전히 하루 신규 확진자가 2만여 명, 사망자가 800-900명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발생하고 있다.

때문에 대다수의 보건전문가들은 이번 현충일 연휴를 기점으로 봉쇄가 해제되면서 다시 확진자가 급증할 가능성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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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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