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결국 '폭발'...파우치 등 과학자들과 '정면 충돌'

코로나19 사망자 통계도 "못 믿겠다"...코로나 내부 고발자 "가장 어두운 겨울 될 것" 경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결국 '폭발'했다. 한 세기만에 발생한 '팬데믹'이라는 위기 상황에서 과학과 정치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균형을 보이던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이 결국 못 참고 과학자들의 주장을 전면 부정하고 나선 것이다.

트럼프 "9월에 학생들 반드시 등교해야"

트럼프는 14일(현지시간) <폭스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의 핵심 멤버인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새학년이 시작되는 오는 9월에도 학교를 열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에 대해 "받아들일 수 있는 답변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60살 이상 교사라면 어렵겠지만 "젊은이들은 코로나19의 영향이 별로 없다"면서 9월에 반드시 등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파우치 소장은 12일 미 상원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청문회에서 "가을 학기에 학생들에게 사용할 치료제와 백신을 갖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9월 새학기 시작에 회의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처럼 트럼프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한 표현까지 써가며 학교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은 학생들의 등교가 정상화의 신호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우치를 포함한 미국의 감염병 관련 전문가들은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학교를 재개하는 것은 자칫 어린이들의 집단 감염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 15개주에서 코로나19 연관 '어린이 괴질' 발병...100여명 발병, 3명 사망

특히 최근 코로나19와 연관성이 있어 보이는 '다발성 염증 증후군' 이른바 어린이 괴질 환자가 뉴욕, 캘리포니아, 조지아 등 15개주에서 발생하는 등 번지고 있다.

뉴욕주에서는 지난 13일까지 102명의 어린이 환자가 발생했으며 이들 중 3명이 숨졌다. 미국 뿐 아니라 스페인,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위스 등 5개국에서 환자가 나왔다고 한다. 이들 어린이 환자들은 60%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고, 40%는 항체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이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질병으로 보건당국에서 보고 있다.

"트럼프, 사석에서 코로나19 사망자 통계에 불신 표출"

트럼프는 코로나19 사태를 빨리 극복하고 경제 활동을 재개해야 오는 11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급증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급기야 트럼프는 사석에서 코로나19 사망자 통계가 부풀려진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는 보도도 나왔다. 14일 오후 8시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41만7350명, 사망자는 8만5884명을 기록하고 있다.

CNN은 13일 트럼프와 일부 참모들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과다 집계된 게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 코로나19 TF 회의에서 트럼프 측근인 고위 관료들은 CDC가 어떻게 데이터를 추적하고 편집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면서 관련 전문가들의 조언을 무시한다는 지적이다.

14일 미국 하원에서는 트럼프가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로 극찬한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클로로퀸의 효능에 의문을 제기했다가 강제 전보 조치된 릭 브라이트 박사가 증언하기도 했다. 그는 보건복지부 산하 생물의약품첨단연구개발국(BARDA)의 국장이었다가 지난달 국립보건원으로 전보됐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비가 부족했으며 중요한 조치를 제때 취하지 않았다"며 "미국은 세계 최고의 과학자들을 갖고 있다. 과학자들이 보복의 두려움 없이 말하게 하라"고 주장했다. 그는 증언에 앞서 제출한 서면답변에서 올해 말에 부활할 것으로 예상되는 코로나19에 대해 보다 조율된 국가적 대응을 하지 못한다면 "현대사에서 가장 어두운 겨울"에 직면할 것이라면서 "기회의 창이 닫히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희망대로 봉쇄 푼 '레드 스테이트', 코로나 확진자 급증

이처럼 의사와 과학자들의 조언과 경고를 무시하고 트럼프의 희망대로 경제 봉쇄를 서둘러 완화한 주들에서 최근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3일 텍사스, 테네시, 앨라배마, 켄터키, 노스다코타, 사우스다코타 등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한 공화당 지역(레드 스테이트)의 코로나19 피해가 다른 지역에 비해 심각하다고 보도했다.

특히 최근 코로나 환자가 급증한 지역의 공통점은 지역 봉쇄 명령을 거부하거나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대로 서둘러 봉쇄를 해제한 곳이다. 아칸소, 네브래스카, 노스다코타, 사우스다코타 등 공화당 주지사들이 있는 주는 아예 봉쇄를 거부했고, 테네시의 경우 지난달 27일 미국 내에서 가장 먼저 봉쇄를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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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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