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1월 대선 미루면 펠로시 권한대행 된다

[2020 미 대선 읽기] 트럼프, 대선 못 미룬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미국 사회를 강타하면서 정치권 일각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대통령 선거 일정을 미루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이미 16개 주에서 대선 예비선거를 연기했고,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극심한 뉴욕주는 지난 27일 6월 23일로 한 차례 연기한 대선 예비선거를 아애 취소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코로나19 대응 실패로 세계 최다 확진자와 사망자를 기록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으로 인한 실업자가 급증하는 등 극심한 경기침체가 예상되고 있다. 이대로 선거를 예정대로 치룰 경우 현 집권 세력에 불리하다.

이런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3일로 예정된 대선과 상원의원 선거를 연기하는 게 아니냐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상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지난 24일 "그(트럼프)는 어떻게든 선거를 늦추려 할 것이라고 본다. 이것만이 자신이 이길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선거 연기는 사실상 '헌법 파괴 행위'이기 때문에 불가능 하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일정 자체를 미루지는 못하더라도 코로나 사태를 선거에 유리할 수 있도록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이쪽으로 '꼼수'를 부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일을 연기할 권한이 없다

미국 헌법상 대통령 선거는 의회에서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따라 미 의회는 1948년 제정된 법률을 통해 "대통령 및 부통령 선거는 11월 첫 번째 월요일 이후 화요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2020년 미국 대선은 11월 3일 치러진다.

대통령이 대선 일정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은 매우 상식적이다. 한 번의 연임을 허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대선 일정을 바꿀 수 있다면, 현직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일정을 조정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대선 일정이 미뤄지면 '펠로시 대통령 권한 대행' 탄생한다

결론적으로 의회만이 대선을 연기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하원에서 11월 대선일정 연기를 추진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만에 하나 의회가 선거를 연기하더라도 법으로 규정된 대통령의 임기 만료일은 변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임기 만료일은 2021년 1월 20일이다. 이후 권력 승계 순위에 따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이 경우 펠로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차기 대통령과 부통령이 선출돼 공식 취임하기 전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된다.

잘 알려져 있듯이 트럼프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은 '정치적 앙숙'이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펠로시 대통령 권한대행'은 그 자체로 보고 싶지 않은 일이다. 더 나아가 권력이 펠로시 권한대행과 민주당으로 넘어가고 현직 대통령이란 이점 없이 선거를 치루는 게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일정을 연기할 권한도 없고, 연기하는 것이 반드시 유리할 것이란 확신도 없다. 그는 지난 27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선거 날짜를 바꿀 생각이 추호도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와 공화당, 투표율 낮추기 '꼼수'?

대선 날짜가 변경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대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상당 수의 주들이 전염병 확산을 우려해 예비선거 일정을 미뤘다. 많은 사람들이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해 투표소에 직접 나가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고, 이는 상당히 근거가 있는 판단이다.

따라서 선거 일정을 미루지 않는다면, 팬데믹 상황에서 최대한 유권자들의 투표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우편투표와 사전투표를 확대하는 등 유권자가 직접 투표소에 나오지 않아도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지난 2000년 대선부터 도입된 사전 우편투표 제도는 워싱턴 D.C와 미시건, 위스콘신, 플로리다, 펜실베니아 등 34개주가 채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투표율을 낮추는 게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생각으로 우편투표의 확대를 최대한 방해하려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 트위터를 통해 "우편투표는 범죄와 사기의 위험이 상당히 높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칼럼리스트 알와 마흐도는 지난 14일 칼럼에서 "우편투표를 통한 부정투표는 드물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선거를 취소할 수 없지만 그와 공화당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코로나바이러스를 무기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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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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