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이후, 지방은 어떻게 바뀔까?

[서리풀 논평] 정치권력, 과연 바뀌었나?

6월 13일 지방선거는 여당이 크게 이긴 것으로 결말이 났다. 진보가 무엇을 이루었으니 보수가 어떻게 되었으니 관전평이 요란하지만, 우리는 가능성에 대한 판단을 미룬다. 정확하게 말하면 제도 정당을 기준으로 진보와 보수를 나누는 프레임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겉으로는 집권 여당이 대부분 지방 정부와 의회를 장악하고 정권 교체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광역과 기초를 가리지 않고 자치단체장과 의회의 정치적 균형이 바뀌었으니, 여느 외국 같으면 '무혈혁명'이라고 불렀을지도 모른다.

혁명이라 해도 실감 날 결과 몇 가지. 서울시 의회는 전체 110석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102석을 차지했고, 경기도 의회도 143석 중 135석이 민주당 몫으로 돌아갔다. 심지어(!) 대구시 기초의회도 민주당이 43.1%를 차지했다고 하니, 얼마 전까지 상상도 못 한 일이다.

제도 정치의 세력 분포가 '상전벽해'로 바뀌었으나, 정말 변화가 일어날까 판단을 망설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그 새로운 정치 세력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들은 무엇을 지향하는가 하는 것이다.

첫째,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그들은 누구인가?

당선자들을 오십보백보라고 싸잡아 규정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수구적 지방 권력에 균열을 내고 새로운 정치를 해보겠다고 오래 애썼던 사람도 많다는 것을 안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치밀하게 준비했던 당선자들에게는 당연히 기대하는 바가 크다.

그런 당선자만 있는 것이 아니니, 다른 일부는 의도적으로 또 우연히 정당의 허울만 빌린 후보자들이다. '토호'란 말이 괜히 나왔을까, 일부 지역에서는 지역을 지배하던 정치경제 엘리트끼리 경쟁하는 구도가 여전하다. 눈치껏 정당을 바꾸어 당선되었다면, 이들을 새로운 정치세력이라 부르기 힘들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던 정치 낭인들이 운 좋게 기회를 잡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금 여당이 기를 펴지 못했던 지역일수록 그런 당선자가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 오로지 당선을 목표로 어떤 지향이나 철학도, 심지어 정당도 상관없었던 사람들을 새롭다 할 수 있을까?

선거 전에 후보를 정하는 과정에서 파행이나 말썽이라는 말이 나왔던 지역은 예외 없이 위험한 곳들이다. 한 정당이 독점했던 곳들도 당선자를 잘 살펴봐야 한다. 아무런 토대 없이 새로운 정치인과 정치세력이 등장할 수 있는지가 근본 질문이다.

둘째, 당선된 그들은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첫째 질문과 무관하지 않되, 이렇게 물으면 '새로움'을 기대하는 것이 더 어렵다. 이번에 당선된 사람들이 내건 공약은 지금까지 일하던 도지사, 시장, 군수, 구청장이 내걸었던 약속과 얼마나 다른가? 새로운 시의원, 도의원, 구의원은 무엇을 어떻게 다르게 하려 하는가?

어느 지역이나 큰 차이가 없으니, 한 광역 단체장 선거에서 나왔던 공약을 예로 든다(☞관련 기사 : [공약비교:대전] "스타트업 2천개 육성" vs "도시철도 2호선 조기착공"). 여당과 야당 또는 정권교체나 새로운 시장이라는 표현이 무색하다. 무엇이 달라질 수 있을지, 얼마나 다를지, 다른 곳을 살펴봐도 사정은 비슷비슷하다. 선거는 왜 하는 것이며 정권 교체는 무슨 의미가 있는가?

정치는 곧 정치철학이자 정책 노선이지만, 온 나라 모든 지방정부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운명을 건 듯하다. 그래도 경제가 괜찮은 축에 드는 인천에서도 시장 당선자는 "중소기업 육성자금 1조 원 시대 개막, 스마트 혁신산업단지 조성, 중소기업 및 근로자 보호, 근로자 복지·근로환경 개선, 전통시장 육성" 등을 약속했으니(☞관련 기사 : 인천시장 선거 4파전 돌입, 공약전쟁 본격화), 형편이 더 못한 곳이야 말해 무엇 하랴.

선거에 나선 후보와 정당 사이에 노선 차이가 없는 것이 개인 탓이라 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유권자는 50년 이상 묵은 경제와 개발 논리, 그리고 성장과 확장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하고, 정치는 이에 기생하거나 이를 부추기는 형편이다.

지역민의 삶의 질이 아니라 소외된 국가 중심 경제지표에 매몰된 중앙 정치까지 보태야 한다. 늘 경제성장을 내세웠으나 그 귀결은 이제 다시 온 나라가(수도권까지) 일자리와 경제 활성화를 말해야 한다. 한쪽 탓이라 비판하기 어려운 합작품이 바로 오늘 지방정치의 현실이다.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종합하면, 정당 권력이 바뀌었는지는 모르나 진정한 의미의 정치권력까지 바뀐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지역에서 정권이 바뀐다 하더라도 지역민의 삶에 변화가 없으면, 그들만의 일에 지나지 않는다.

정치권력이 바뀌었다 하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동안 의사결정을 지배하던 정치경제 엘리트의 카르텔이 깨지는 것, 그리고 지역 경제 활성화와 '개발'이라는 허상과 위선이 깨지고 지역민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 최우선이 되는 것.

정치경제 엘리트를 충원하는 구조가 변하지 않았으니 정치권력 교체는 쉽지 않다. 어떤 조직을 새로 만들고 일부 공무원을 바꾼다고 될 일이 아니다. 인수위원의 얼굴이 새롭다고 해서, 겉으로 내건 시정방침이 혁신적이라 해서, 낙관할 수 없는 노릇이다. 지나친 기대는 접자.

다만 시작하기도 전에 비관할 일은 아니니, 지금부터가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작은 틈새가 변화를 일으키고 우연한 계기가 개혁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아무리 형식에 그쳐도 모든 당선자는 정권 교체의 압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새로움, 즉 개혁의 동력을 피할 수 없다.

바꾸어야 할 틀은 한 가지만 말한다. 우리는 새로운 지방 정치가 지역민 모두의 삶의 질에 가장 높은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아래로부터' 터져 나오는 공공병원 설립과 노인복지 확충에 대한 요구를 어떻게 할 것인가(☞관련 기사 : 의료 사각지대 단양…군수 후보들 의료원 설립 한목소리)?

소멸할 위기를 맞은 비수도권 지역은 행정구역을 유지하는 것이 초점인가 사람들이 품위 있게 살아갈 삶터를 만드는 것이 우선인가? 점점 더 커지는 지역 내 불평등은?

새로운 지역 정치를 만들어갈 주체는 지역 주민과 새 뜻으로 시작한 지역 정치인들이다. 당장은 수가 적고 많고 문제가 아니다. 물신화된 지역개발과 경제 논리에 휘둘릴 것이 아니라 주민의 관점에서 삶을 우선하는 지역 정치에 나설 것을 당부한다. 정당 권력과 지역 권력의 재편은 새로운 지역 정치를 시작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이자 큰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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