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사의 혈액백 해명을 재반박한다

[기고] 적십자사의 지침과 해석, 객관적 검증 받았나?

지난 8일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적십자사의 혈액백 입찰계약과 관련해 단체의 입장을 낸 바 있다. 적십자사는 프레시안에 해명자료를 보냈고, 문제제기를 한 단체이기 때문에 적십자사의 해명에 대해 분석해보았다. 적십자사의 반론은 내내 해왔던 같은 이야기의 반복에 다름 아니다. 적십자사의 주장에 대해 하나하나 반박과 재질의를 공식적으로 하고자 한다.

1. 혈액백 입찰절차에 공지된 품질평가 방법에 대해

<적십자사의 답변>
○ 품질평가 안내문에서 안내하였던 바와 같이, 우리 사는 서류평가에서 적합 판정을 받은 제품이라 할지라도 그 제품의 품질을 보다 명확히 검증하기 위해 추가적인 품질평가를 실시할 것을 공지하였습니다. 그 평가항목 중 혈액백의 혈액보존액 평가는 ‘혈장분획센터 표준업무지침(혈액백 품질평가)에 따라 다음 항목에 대한 혈액백 품질 평가를 시행한다’고 안내하였습니다.
○ 안내문 중 평가항목 및 기준을 나타내는 표 「비고」란에 ‘USP’라고 기재되어 있는바, 이는 우리 사 혈장분획센터 표준업무치침(이하 ‘표준업무지침’이라 합니다) 상 평가방법이 미국약전(United States Pharmacopeia, USP)에 따라 작성되었음을 의미합니다.

<반박>
나는 적십자사가 이번 문제를 야기한 꼼수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당신들이 이야기한 것처럼 <비고>란에 USP라고 기재해놓고서는 실제 시험방법은 HPLC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설령 이렇게 했어도 뒷말이 나오지 않게 하려 했다면 검사방법과 검출기준을 명확히 명시했어야 했다. 당신들의 주장이 학계든 어디든 상식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이 아니었으면 더더욱 그러했어야 한다.

2. 표준업무지침의 구체적 평가방법에 대해

<적십자사의 답변>
○ 표준업무지침에 의하면 포도당 함량시험은 HPLC system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탈락업체는 ‘포도당 함량시험은 USP 시험법에 따라 하기로 공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HPLC 시험법으로 품질평가를 한 것은 잘못된 것이다’라는 취지로 민원을 제기하였으나, ① 우리 사는 표준업무지침에 따라 품질평가를 한다고 공지하였을 뿐 USP검사법에 따라 품질평가를 한다고 공지한 사실이 없다는 점, ② HPLC 검사법은 USP에 의해 적법한 검사법으로 인정받는 검사법이라는 점에서 우리 사의 품질평가는 잘못된 점이 없습니다.

<반박>
물론 USP 방법이나 HPLC법이나 세계적으로 공인되고 확인된 검사방법은 맞다. 왜냐하면 그 두 가지 어떤 방법을 사용하여도 분석방식만 다를 뿐 결과치는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십자사가 말로는 평가방법이 미국약전(USP)에 따라 한다고 하지만 결국 자기들이 정한 기준에 의해 HPLC의 검사결과는 USP 방식의 결과값과는 다르게 나왔다. 왜 그랬을까? 결과치를 해석하는 기준을 적십자사 멋대로 정했기 때문이다. 이것 때문에 업체의 반발을 불러온 것이고 외부에서는 적십자사가 특정업체를 밀어주기 위해 상식적인 기준까지 자의적으로 바꿨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USP에서는 원료포도당에 대해서는 액체크로마토그래피법을 사용한 것으로 나와 있고, 항응고액 내의 포도당 함량 시험은 USP법으로 나와 있다. 또한 USP 약전에는 각조에 기술된 검출방법보다 향상된 대체방법을 인정해준다는 내용이 있지만 그 시험 방법에 대해서는 validation(유효성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나와 있다. 혈장분획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는 HPLC 방법과 절차에 대해 검증기관으로부터 정식으로 validation을 받았다면 구체적으로 설명해보라. 아울러 과당을 제외하는 검출값에 대한 해석 역시 검증이 되었는지 이야기해보라.

나는 혈액관리위원회 위원이지만 일년에 수백만 명의 수혈자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혈액백 검사기준의 변경이 안건으로 위원회에 상정 또는 보고된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대한적십자사는 혈액관리의 전 세계 기준을 만드는 조직이 아니다. 그건 오직 적십자사의 기준이다. 그렇게 자신이 있다면 세계 혈액학회에 가서 그런 기준을 한번 발표해보라.

3. 과당 합산의 문제에 대해

<적십자사의 답변>
○ 포도당 함량과 관련하여, USP 정량법은 포도당과 과당을 합친 환원당의 함량을 산출하는 것이나 검출값 기준은 포도당(Dextrose) 30.30~33.50g/L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USP에서는 혈액보존액의 포도당 검출값을 포도당(Dextrose)으로 명확히 제시하고 있고, 원료로 사용하는 포도당에 대해서도 포도당 이외의 과당(fructose) 성분 등은 불순물로 판정하므로, 혈액보존액 내의 포도당 검출값은 기타의 성분을 배제한 순수 포도당 성분만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맞습니다.
○ 상기의 사유로, 탈랍업체가 제기한 포도당과 과당의 합산 측정 여부는 불필요하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 하여야 하는 혈액사업을 수행함에 있어서 법에서 정한 기준이상의 안전성을 도모하고자 더 강화된 우리 사 자체 기준으로 평가한 것이 적법함을 알려드립니다.

<반박>
적십자사는 USP 시험법에 의한 검출기준(30.3~33.5g)을 그대로 사용한다고 말하지만, 이 기준은 과당과 순수 포도당을 분류조차하지 않는 기준이다. 이 검출값 기준이 순수 포도당을 의미한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인가? 그래서 주장하듯, HPLC 방법을 통해 나온 결과값에서 과당을 제외해도 된다는 근거가 있다면 내게 꼭 알려 달라. 또 원료포도당에 대해 과당은 불순물로 볼 수 있지만 약전에 의해 제조된 최종 산물인 과당을 불순물이라고 보는 근거자료도 있으면 같이 주었으면 한다. 적십자사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자료 말고 말이다.

USP 약전에는 항응고액 CPDA와 CPD를 제조할 때 넣어야 하는 원료 포도당 양을 정확하게 31.9g, 25.5g으로 명시되어 있다. 거꾸로 산출해보면 적십자사의 기준대로 과당을 제외하고도 포도당 검출값이 30.3~33.5g이 되려면 약전에 명시된 투입량을 지킬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약전보다 적십자사의 기준이 더 우위에 있다는 것인데 다시 말하지만 법에서 정한 기준보다 안전성 면에서 우위에 있다는 그 기준을 잘 정리해서 꼭 세계수혈학회에 가서 발표하길 권한다. 대한적십자사 때문에 세계 모든 혈액백 제조기준과 학계의 의견이 바뀔지도 모른다.

나는 비전문가다. 하지만 조금만 들춰보고 공부해도 나올 수 있는 이런 의혹들을 적십자사는 ‘자기가 맞다.’고 계속 우겨대기만 한다. 나 같은 비전문가를 적십자사가 이해시키고 설득시키지 못하면 국민들을 더더욱 절대 설득시킬 수 없다. 그냥 우긴다고 해서 그 주장이 먹힐 거라고 생각지 마라. 과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특정 업체와 오랜 기간 동안 밀월관계에 빠져 있다면, 당신들에게 지금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 하지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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